학교 교정에 아름다운 봄꽃의 향연이 열리고 있다. 꽃을 보면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해진다. 그런데 따스한 봄에도 여전히 마음은 겨울처럼 차가운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 20·30대의 우울증은 높아가고, 혼자 지내는 은둔 청년은 13만 명이나 된다. 꽃다운 청년들이 안타깝게도 힘들고 외롭게 고통받고 있는 것이다.겨울의 앙상한 가지만 보면 도저히 거기서 꽃이 피리라고 상상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 안에는 어김없이 꽃을 피울 수 있는 생명력이 들어있다. 우리도 이처럼 내면에 마음 꽃을 피울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조건으로만
4월의 교정에 날리는 꽃잎들은 한낮에 더 빛이 나고, 봄밤의 나뭇가지와 꽃망울은 황홀하기까지 하다. 그 풍경 속으로 기꺼이 걸어 들어가 웃고 있는 우리 대학생들의 웃음은 이유가 없어서 더 사랑스럽다. 이즈음의 학생들에게 나는 가끔 예방주사라도 한 방 놓아주겠다는 엉뚱한 생각으로 장난삼아 이런 소리를 할 때가 있다. 중간고사가 끝날 즈음, 학생들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질 것이고 한 녀석 두 녀석 조용히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이다. 작가 F.스콧 피츠제럴드가 『위대한 개츠비』에서 무심히 쓴 것처럼 보이는, “노력해서 겨우 적응한 것들을
동대입구역과 충무로역에 위치한 우리대학 주변의 식당들을 둘러보면 10,000원에서 12,000원 가격의 메뉴들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높은 가격에 지갑을 열지 못하는 학생들은 학생식당을 찾는다. 점심시간, 우리대학 학생식당은 한 끼를 해결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인다. 메뉴 주문을 위해 약 15분 동안 줄을 서고, 주문 후에도 20분 이상을 기다려야 식사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학생식당(이하 학식)에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바로 우리에게 찾아온 '고물가'라는 재난 때문이다.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물가 속에서 학생식당
“그때는 그럴 줄 알았지/2009년이 되면/아무런 거리낌도 없이/너에게 말을 할 수 있을 거라/차갑던 겨울의 교실에/말이 없던 우리/아무 말 할 수 없을 만큼/두근대던 마음~”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 가사다. 병장 안세중은 그럴 줄 알았다. ‘2009년’이 되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학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전역 전날 밤 겨울 별빛 아래 말 없던 나는 전역 후 처음으로 경험해 볼 대학생활에 아무 말 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2009년’이다. 개론 수업을 듣는다. 독강이기에 뒷자리에 조용히 앉
3월 28일 전국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소 20곳 이상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한 극우 유튜버가 검거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불법 카메라의 설치 장소는 정수기 뒤였다. 검거된 유튜버는 “선거관리위원회가 투표자 수를 속이는 것 같아 직접 확인하기 위해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밝혔다. 2022년 대통령선거와 2023년 강서구청 보궐선거 때에도 사전투표소에 불법 카메라를 설치해 “투표자 수를 세어봤으나 선관위가 발표한 숫자와 달랐다”고 주장했다.참으로 무지하기 짝이 없는 짓이다. 투표자 수를 파악하는데 가장 정확하고 간단한 방법은 직접 공직선거
현재 한국의 대학은 위기에 처해 있다. 학령인구 감소, 수도권-지방 대학의 양극화, 학문 지형의 변동, 대학재정 부족과 등록금 인상 등 대학의 의미뿐만 아니라 존립마저도 불안정한 상황이다. 급격한 시대 변화를 직면하며 대학은 사회적 논의 대상에 올랐으나 오늘날 대학의 본질적 의미에 대한 답은 여전히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 대학이란 무엇인가. 일본의 교수이자 사회학자 요시미 슌야는 대학을 ‘미디어’라고 재정의했다. 그는 대학이 고등교육 기관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넘어서는, 사회와 매개하는 집합적 실천의 장이라고 본 것이다. 그런데 사
요즈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아 졸업하기 싫다. 누가 나한테 몇 학기 나눠줬으면 좋겠다.” 나에게 동국은 그런 곳이다. 떠나고 싶지 않은 젊음의 공간. 나의 청춘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추억이 서린 곳. 하지만 이제는 이곳을 등지고 더 넓은 곳으로 떠나야 할 때가 왔다. 그리고 이 애정 어린 공간을 떠나기 전, 나의 빈 공간을 채워줄 이들에게 짤막한 꼰대의 이야기를 남기고자 한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때가 있다. 더 많은 자격증을 따고, 더 다양
동악의 언덕에 봄 볕이 드리운 3월. 지금은 보궐선거의 계절이기도 하다. 이번 달 초입부터 동국총대-선거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보궐선거 공고를 시작으로 입후보자 안내,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정책 자료집이 줄줄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소식은 다름이 아닌 선거 무산 단위 공고였다. 일부 단과대학과 학과의 학생회·대의원회에 이어 작년 11월 정기선거에서 개표수 미달로 끝내 무산됐던 총학생회(이하 총학) 또한 입후보자 미등록으로 이번 보궐선거 무산 단위에 포함됐다. 결국 총학의 빈자리는 보궐선거가 돌아왔음에도 메워지지 못했다
올봄에 영화 한 편을 보았습니다. 촉촉이 적시는 봄비 같은 영화였는데, 이름은 입니다. 제목을 ‘지나온 삶들’로 보아도 좋을 법한데, ‘전생(前生)’으로 읽히는 것은 제가 불교를 공부하기 때문일까요. 이름에 끌려 무작정 영화관으로 향했습니다.부모를 따라 캐나다 이민을 떠나야 했던 12살 소녀. 그녀가 부딪히는 낯선 땅에서, 두고 온 나라의 기억들은 ‘전생’의 일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이민을 가야 하는 이유에 대해 “한국에서는 노벨상을 못 타잖아”라고 당차게 말하던 나영이는 지금 노라라는 이름
3월이다. 3월의 캠퍼스는 신입생의 생기발랄함으로 채워진다. 이 무렵 만나는 신입생에게 어떤 대학생이 되고 싶냐고 물어보면, 많은 이들이 “주체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고 답한다. 타인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자기 주관이 뚜렷한 사람이 되는 것이 신입생들이 기대하는 대학생의 모습인 듯하다. 자기 관점과 주관을 정교하게 세우기 위해서는 자기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학생에게 자신을 설명해 보라고 하면 대개 MBTI를 밝히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성향을 나타내는 네 개의
정부는 지난 15년간 총 380조 원의 예산을 저출산 정책에 쏟았다. 그럼에도 202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다. 2024년 합계출산율을 0.68로 예상하며 우리나라 언론뿐 아니라 외신들까지 한국의 출산율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0.6명대의 출산율은 특별한 역사적 사태를 제외한 기본적인 사회에서는 형성되기 불가능한 수치로 인구소멸 수준이라 말한다. 대한민국의 저출생 문제는 정책 변화로 해결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한국은 수도권에 자원이 집중돼 극심한 경쟁과 심리불안을 조장하는 획일적인 삶의 방식이 강요된다
모든 중생들은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기[離苦得樂]를 바란다. 그렇기에 자신을 잘 돌보고 다른 모든 생명도 잘 돌보라 한다[離苦得樂]. 이것이 부처님 가르침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것을 무조건 믿으라고 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직접 와서 보라고 한다.행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명상을 통한 마음수련으로 자신의 힘든 마음을 힐링하고 충전하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이완을 통한 집중 상태에서 예리한 관찰력으로 사물을 환히 꿰뚫어 보는 것. 내가 이완되고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고 습관을 고칠 수 있게 됐다면 어떤 방법이라도 모두
의과대학 증원 발표 이후 의료계는 혼란에 빠졌다.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증원 방침에 반발해 가운을 벗고 단체 이탈을 개시한 것이다. 전공의의 집단 행동으로 인해 대형병원의 진료 순환이 망가졌고, 의료 현장 공백이 지속되면서 국가적인 의료 시스템에도 차질이 생겼다. 의료 대란 가시화에 정부는 지난달 29일을 복귀 마지노선으로 정해 업무개시명령, 비대면진료허용 등으로 의료계에 강경하게 맞섰다. 의과대학 증원은 지역·필수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정책으로, 정부는 의료 위기의 큰 원인을 절대적 의사 수의 부족으로 봐 이를 해결하고자 하
최근 전 세계적으로 소위 가짜뉴스(Fake News)로 인해 발생하는 정치·사회 문제들이 핫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 각국, 그리고 국제기구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지고 있다. 최근 독일 뮌헨에서 끝난 뮌헨안보회의(MSC)에서 20여 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가짜뉴스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하였다. 올 한 해 동안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40억 명 이상의 유권자들이 크고 작은 선거에 참여하는 가운데 첨단 인공지능(AI) 기술을 악용하여 만들어진 ‘진짜 같은 가짜뉴스’가 선거판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가짜뉴스는 ‘정치·
금년도 에너지와 환경 부문 해결 과제 관련 국내외 연구 결과들을 종합한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1) 미국의 세계 에너지 시장 주도권 강화의 부정적 파급효과; 석유생산량, LNG와 원전 등 수출과 첨단 기술 수출에서 세계 ‘톱’ 위치 지속, 중국과의 경쟁 상황 심화와 시장 불안 가속 2) 국제 환경문제 해결 구도의 효율성 논란; UAE COP28 불완전 진전, 산유국 등 화석연료 생산국들의 이기주의 지속, UN 주도 기후변화 대응 효율성 의문 3)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환경
“가난이 자랑이냐”충격적이었다.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비롯한 학생사회에서 “가난이 자랑이냐”는 충격적인 표현이 곳곳에 등장했다. 학업 고취 목적 학사 제도 중 소득 분위를 반영하는 ‘장학’은 학생사회에 혐오와 갈등을 촉발했고, 제도에 대한 불만은 소득 계층 간의 갈등으로 번졌다. 학창 시절, 우리는 ‘정의’의 다양한 기준을 배우며 필요에 의한 분배적 기준을 배운 적 있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이나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이 분배되는 것이 정의롭다는 것이다. 장학 제도는 다양한 기준을 포함하고 있다. 그중, ‘필요’라는 정의의
가본 적은 없지만요. 많은 연인이 사랑의 자물쇠를 남산타워에 건다면서요. 서로의 이름을 곱씹으며 서울 산자락에 가둬두기. 사실은 무서운 일인 것 같아요. 앞날은 그 누구도 모르고, 지울 수 없는 흔적은 자꾸만 세포 분열하니까요. 전 연인으로부터 도망치려면 전 전 연인을 신경 써야 합니다. 그 앞 철물점에선 펜치가 자주 팔리겠어요.2년 정도 이름을 걸고 기사를 썼네요. 50여 개의 글이 부끄럼도 모르고 모두에게 보여 부끄럽습니다. 기록이 남고, 그것이 남에게 알려지는 일은 부담입니다. 머릿속 공상은 들킬 일이 없습니다만, 그게 발현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