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혜 장로회신학대학교 기독교와 문학과 교수
▲김은혜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수

정부는 지난 15년간 총 380조 원의 예산을 저출산 정책에 쏟았다. 그럼에도 2023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2다. 2024년 합계출산율을 0.68로 예상하며 우리나라 언론뿐 아니라 외신들까지 한국의 출산율을 대서특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0.6명대의 출산율은 특별한 역사적 사태를 제외한 기본적인 사회에서는 형성되기 불가능한 수치로 인구소멸 수준이라 말한다. 대한민국의 저출생 문제는 정책 변화로 해결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한국은 수도권에 자원이 집중돼 극심한 경쟁과 심리불안을 조장하는 획일적인 삶의 방식이 강요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클로디아 골딘 교수가 말했듯, ‘높은 노동강도와 불규칙한 근무시간’을 요구하는 ‘탐욕스러운 일자리(greedy work)’가 성공이라면 가정과 일은 양립하기 어렵다. 행복을 추구할 수 없는 청년 사회에서 일과 결혼·출산은 양자택일의 생존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청년은 출산은 고사하고 연애와 결혼조차 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대한민국 어디서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국가를 만드는 것이 출산율 하락을 중지시킬 수 있는 한 방향이다. 

 두 번째, 대한민국 저출생은 MZ 세대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와 단체들은 앞다퉈 정책과 대안을 모색했지만, 실패를 거듭했다. 지금껏 사회가 실효성 없는 정책에만 몰두하지 않았는지 돌아볼 시점이다. 또한 저출생을 청년세대의 ‘문제’로 접근하는 시각을 수정해야 한다. 청년세대에게 책임을 전가해 출산을 강제하거나, 경제적 지원 같은 단순한 정책을 통한 극복이 아닌, 사회문화교육 전반의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따라서 출산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거나 출산하지 않는 여성을 문제로 만들어서는 해답이 없다. 그렇기에 최근에 저출산이라는 단어를 저출생으로 바꿔 말한다. 저출산이 아이를 낳는 주체에게 문제 원인을 두는 단어였다면, 저출생은 인구감소의 책임이 사회 구조에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다. 

 세 번째, 좋은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설문조사(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8)에 따르면 자녀가 없어도 된다고 응답한 미혼들은 “아이가 행복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를 이유로 들었다. 경제적 이유나 부부만의 행복한 생활 같은 문제는 그 뒤였다. 자신의 출생을 두고 ‘태어남을 당했다’라고 표현할 만큼 청년들은 행복을 중요시한다. 따라서 저출생 정책은 그들이 낳게 될 자녀가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전개돼야 한다. 출산과 자녀 양육을 개인의 삶과 미래 행복의 포기가 아닌 ‘공존’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나아가 사회와 기업이 솔선수범해 돌봄의 가치를 확산시키고 자녀 돌봄에 남성 참여를 당연히 여기는 문화를 형성하는 데 앞장서야 한다.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눈치를 살펴야 하는 모호한 배려가 아니라 노동시간 유연화나 육아휴직의 현실화 같은 명확한 사회적 제도가 긴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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