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는 그럴 줄 알았지/2009년이 되면/아무런 거리낌도 없이/너에게 말을 할 수 있을 거라/차갑던 겨울의 교실에/말이 없던 우리/아무 말 할 수 없을 만큼/두근대던 마음~”브로콜리 너마저의 노래 가사다. 병장 안세중은 그럴 줄 알았다. ‘2009년’이 되면, 아무런 거리낌 없이 대학생활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전역 전날 밤 겨울 별빛 아래 말 없던 나는 전역 후 처음으로 경험해 볼 대학생활에 아무 말 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2009년’이다. 개론 수업을 듣는다. 독강이기에 뒷자리에 조용히 앉
요즈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아 졸업하기 싫다. 누가 나한테 몇 학기 나눠줬으면 좋겠다.” 나에게 동국은 그런 곳이다. 떠나고 싶지 않은 젊음의 공간. 나의 청춘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추억이 서린 곳. 하지만 이제는 이곳을 등지고 더 넓은 곳으로 떠나야 할 때가 왔다. 그리고 이 애정 어린 공간을 떠나기 전, 나의 빈 공간을 채워줄 이들에게 짤막한 꼰대의 이야기를 남기고자 한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때가 있다. 더 많은 자격증을 따고, 더 다양
“가난이 자랑이냐”충격적이었다.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비롯한 학생사회에서 “가난이 자랑이냐”는 충격적인 표현이 곳곳에 등장했다. 학업 고취 목적 학사 제도 중 소득 분위를 반영하는 ‘장학’은 학생사회에 혐오와 갈등을 촉발했고, 제도에 대한 불만은 소득 계층 간의 갈등으로 번졌다. 학창 시절, 우리는 ‘정의’의 다양한 기준을 배우며 필요에 의한 분배적 기준을 배운 적 있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계층이나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이 분배되는 것이 정의롭다는 것이다. 장학 제도는 다양한 기준을 포함하고 있다. 그중, ‘필요’라는 정의의
3년 동안 이어진 세계적 팬데믹이 우리 일상 속 많은 것들에 변화를 불러왔다. 갖가지의 좋고 나쁜 변화가 있었으나 어려움 속에서도 대학에서의 선거는 꾸준히 시행됐고, 학생사회는 언제나 구성돼 왔다. 그렇다면 팬데믹이 학생사회에 가져온 변화라고 할 만한 것은 무엇인가. 바로 떠오르는 것으로는,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선거 방식과 선거운동 정도가 있다.그런데 이러한 사소한 변화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본격적으로 문제 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2년부터다. 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을 중심으로 학생회 내부의 불화 문제 혹은 대외적 문제들이 본
지난 2년의 세월, 코로나19로 인해 동악에 드리운 짙은 먹구름과 시린 눈보라는 처량한 학생사회를 남겼다. 하지만 이를 딛고 일어난 동악의 광활하고 푸른 바다엔 이제 화창한 햇살이 비쳐 윤슬이 화사하게 빛나고, 다시 닻을 올릴 시간임을 알리고 있다. 우리의 추억과 소망을 이뤄줄 남산 자락의 동국에는 이를 이끌어줄 학생사회의 새로운 조타수들이 필요하다.필자는 지난 22년도에는 제69대 철학과 학생회 『이상』의 집행부 일원으로서, 올해는 제70대 철학과 『향연』의 부회장으로서 학생사회에 작은 나룻배를 타고 항해하고 있다. 이 항해의 과
“○월○일 ○○○ 교수님 ○○ 수업 필기 사요. 예비군 때문에 못 들었습니다. 보여주시는 분 사례할게요.” 발목을 잡는 군 복무를 털어내고 복학한 20대 남자 대학생을 다시 방해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예비군 훈련이다. 전역하고 복학한 우리대학 남학생들은 바로 학생 예비군 연대에 소속되어 1년에 한 번 지정된 날에 지축으로 가 하루 동안 훈련을 받는다. 이때, 예비군 훈련으로 인해 듣지 못한 당일 수업은 어떻게 보장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비군으로 인한 학업 손해는 본인이 알아서 감수해야 한다. 왜 이런 답이 나오게 되
한 학기 동안 동국대학교에서 온전하게 자정이 넘어서까지 열람실을 이용할 수 있는 기간은 대략 4주 남짓이다. 중간고사 기간, 기말고사 기간을 제외하고는 자정이 지나면 반드시 퇴실해야 하며 그 이후의 시간에는 스스로 그 공간을 찾아야 한다. 현재 공지된 바에 따르면, 10월 16일 월요일부터 10월 27일 금요일까지 2주도 채 되지 않는 기간에 열람실을 24시간 개방한다고 공지했다. 여기에서도 몇 가지 문제점이 존재한다.첫 번째, 해당 기간 열람실을 24시간 개방하는 열람실이 제1열람실인 보덕열람실에 불과하다. 현재 재적 학생만 해도
9월 개학을 하고 학생들이 학교에 온다. 그에 맞춰 학교에는 연꽃제, 취업박람회 등 많은 행사가 몰아치고 있다. 19일에 ‘2023 레디 투 명상’의 싱잉볼 명상프로그램과 다도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정각원에서 운영하는 행사지만 포스터가 붙어 있거나 큰 홍보없이 학교 홈페이지에만 올라와 있어서인지 많은 사람이 참여하지는 않았다. 또 학생보다는 교수님, 교직원 선생님들이 더 많이 참여하고 있다. 그럼에도 한시도 쉬지 못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동국인들이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만큼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모두 편안한 표정을
인간은 자신의 믿음에 따른 우주를 가진다. 그 우주는 배움의 땅 위에 견고하게 뿌리내린다. 나는 밟고 설 땅이 없다. 6월, 대학본부는 2025학년도부터 정시모집 인원의 10%를 모집단위 광역화로 선발하는 ‘모집단위 광역화 안’을 추진했다. 수요가 많은 학과는 광역화 모집 활용인원의 최대 130%를 선발하는 한편, 수요가 적은 학과는 기존 학과 정원의 90% 밖에 선발하지 못할 수 있다. 이는 학내 소수 학과에 대한 구조조정의 전제가 되며, 나아가 폐과의 위기를 초래한다. 학습권 보장과 학과의 존폐가 달려있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대학
“이번 역은 동대입구, 동대입구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왼쪽입니다.” 동국대학교 학생들은 붐비는 3호선에서 내릴 채비를 한다. 지하철 문이 열리고, 모두가 하나같이 6번 출구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동대입구역 6번 출구에는 두 줄로 서서 올라갈 수 있는 너비의 에스컬레이터가 있다. 여느 에스컬레이터처럼 멈춰 서서 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오른쪽으로, 걸어서 빠르게 올라가고자 하는 사람들은 왼쪽으로 향한다. 6번 출구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고 나면 동국대학교로 가는 에스컬레이터가 기다리고 있다. 이는 한 줄로 올라갈 수 있는 너비로, 조금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 두기 정책이 대폭 완화되면서, 2023년도 1학기는 대다수의 강의가 대면 체제로 진행되고 있다. 필자를 포함하여 많은 학우들이 대면 강의를 수강하기 위해 매일같이 등교한다. 본격적인 대면 수업 활성화에 더해 마스크 의무 착용 정책이 전면 해제됨에 따라 주춤했던 교내 학생식당이 활기를 되찾았다. 학생식당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의 음식을 제공하고, 교내에 위치하여 접근성이 높다. 비용 및 시간적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많은 학우들이 학생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곤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교내
3년 전 혜화관에서 면접을 보고 학교에 입학한 나는 단 한 번도 혜화관에서 수업을 들어본 적이 없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강의를 오랫동안 해온 탓도 있지만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던 혜화관이 여전히 파란 비닐 옷을 벗지 못했기 때문이다.지난 동계 방학 때 시작된 혜화관 외관 공사는 새학기를 앞두고 끝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개강 3주 째에 접어든 지금, 공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외부 그린 리모델링 공사, 냉난방기 교체 공사 등 학생들을 위한 강의 환경 개선 공사라는 목적으로 시행하는 학교 측의 의도는 좋았으나 공사의
우리는 항상 지나고 나면 깨닫는다. 그 모든 순간이 꽃이었음을. 작년 2월, 홀로 상경해 기숙사로 짐을 옮겼다. 밥을 먹으러 나갔던 충무로의 첫인상은 쓸쓸함이라 할 수 있겠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내가 꿈꿔온 활기찬 대학생활과는 다르게 동기들과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적었고, 캠퍼스는 늘 한적했고 고요했다. ‘6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22시 이후 영업 제한’ 등 코로나 여파 속에도 동기들과의 만남을 조금이라도 주선하기 위해 1학년 과대표를 하며 이리저리 뛰어다녔지만, 지금 내가 하는 것이 정녕 의미가 있을까에 대한 의구심이 많
2022년 12월 21일, 파이낸셜 뉴스로부터 동국대학교 서버가 랜섬웨어로 인해 마비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통보가 아닌 소통을 해야 하는 존재이다. 학교 측에서 문자가 오긴 했지만 랜섬웨어에 대한 이야기는 빠져있었다. 전산시스템 장애로 성적 공시 및 정정, 강의평가 등의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으며 복구가 완료되기 전까지 해당 서비스 이용을 ‘잠정’ 연기한다는 내용이었다. 문자에서는 성적이나 강의에 관련한 내용만을 언급하지만 사실 서버 전체가 마비되어 장학금, 교환학생, 모의토익 등 각종 공지
약 2년의 비대면 시절을 지나 점차 대면 수업이 진행된 올해, 학생 사회의 잡음은 끊이질 않았다. 종강을 앞둔 지금, 올해 학생 사회 잡음의 원인이 있었다면 무엇인지, 또 앞으로 발전해야 할 방향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학생회에 대한 고찰이다. 학생 대표자는 대부분 코로나 학번이다. 2년 동안 비대면으로만 만났다보니, 대면 수업에 맞춰 준비해야 할 사업 규모나 운영 방식에 대해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선배 중에서도 학생 사회를 경험해본 선배, 즉 대면 시절 사업을 준비해본 선배도 그때 당시에
날씨가 점차 쌀쌀해지고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입학한 새내기는 봄, 여름, 가을을 지나 어느덧 겨울의 학교와 함께하고 있다. 2022년은 코로나 거리두기가 완화됨에 따라 대면 수업이 많아져 학교가 오랜만에 활기를 띠는 해이다. 동국대학교는 2학기에 거의 모든 강의를 대면으로 진행하기에 더 활기를 띤다. 강의실에 사람들이 빼곡히 앉아 수업을 듣는 모습을 보니 ‘정말 대학교에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오랜만에 대면으로 강의를 들어서 그런지 강의실, 도서관 에티켓을 지키지 않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강의실에서 수업을 듣다 보면
축제가 열렸다. 고요하던 학교가 음악과 함성으로 가득 찼다. 입학하고 처음 느껴보는 청춘의 열기(熱氣)는 무려 3일 동안 설레게 했다. 만해광장은 낮부터 밤까지 여러 부스와 푸드트럭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고, 대운동장은 공연을 보기 위해 모인 인파로 빼곡하게 채워졌다. 평소에 멍하니 지나다니던 캠퍼스 길목에도 부스들이 자리해 시선을 빼앗았다. 대면 수업을 하며 지친 에너지를 다시 채우기에 3일은 꿈처럼 달콤했다. 그런데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를 즐기느라 잠시 잊었던 걸까? 시간이 갈수록 거리에 하나둘 쌓여가는 쓰레기는 모두의
인생이 늘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는 걸 알고는 있어도 열 중의 하나는 계획대로 될 줄 알았다. 이러한 나의 안일함을 반성하게 된 건, 지난 1학기를 시작한 3월이었다. 그때쯤에 나는 아주 참담한 기분으로 새 학기를 맞이했다. 겨울 방학 동안 세워둔 계획들이 전부 물거품이 되었기 때문이다. 수강 신청에 실패해 원하던 전공 수업을 단 하나도 듣지 못할 예정이었고, 수강 정정 기간에도 수업에 남은 자리가 나지 않아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더군다나 그렇게 억지로 듣게 된 전공 수업은 한 학기 동안 거의 매주 조원들과 짧은 영화를 찍어
2022학년도 1학기는 대면 수업과 비대면 수업을 병행하는 체제로 진행되고 있다. 수강생이 많은 대형 수업은 주로 비대면이지만, 수강생이 40명 이하일 경우에는 교수 재량에 따라 대면으로 전환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면 수업이 있는 학우에게는 ‘어차피 학교에 와야 하니까 학교에서 최대한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특히, 이는 짧은 기간 내에 완성해야 하는 것들이 많은 시험 기간에 소중하게 느껴진다. 필자 또한 중간고사 기간에 학교에서 공부를 늦게까지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아쉬웠기에 어떻게 하면
중간고사를 앞둔 어느 날, 중앙도서관에서 정신없이 과제를 하고 있었다. 지나치게 집중한 나머지 조용한 분위기를 깨고 나온 안내 방송에 소스라치듯 놀라고 말았다. 곧 있으면 중앙도서관 이용 시간이 종료되니 놓고 가는 물건 없이 잘 챙겨서 나가라는 내용이었다. 당연히 시험 기간이기 때문에 중앙도서관도 늦게까지 운영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미리 확인을 하지 않은 나의 잘못이었다. 주섬주섬 짐을 챙기고 얼떨떨하게 도서관을 나오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생각의 끝엔 학교에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내기의 내가 있었다. 당시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