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외교학과 18 이성우
▲정치외교학과 18 이성우

 요즈음,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아 졸업하기 싫다. 누가 나한테 몇 학기 나눠줬으면 좋겠다.” 
 나에게 동국은 그런 곳이다. 떠나고 싶지 않은 젊음의 공간. 나의 청춘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추억이 서린 곳. 하지만 이제는 이곳을 등지고 더 넓은 곳으로 떠나야 할 때가 왔다. 그리고 이 애정 어린 공간을 떠나기 전, 나의 빈 공간을 채워줄 이들에게 짤막한 꼰대의 이야기를 남기고자 한다.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의 나는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할 때가 있다. 더 많은 자격증을 따고, 더 다양한 대외활동을 하고, 더 좋은 성적을 받았다면 나와 같은 길을 가는 수많은 경쟁자들 가운데서 조금 더 돋보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후회를 하루에도 몇 번씩 한다. 그럴 때면 한없이 가슴이 답답해진다.

 답답한 마음에 현실적인 고민이 더해져 막막하기만 할 때면 뜨끈한 국물에 소주 한 잔이 생각날 때가 있다. 이 걱정을 도란도란 대화로 나누고 위안을 주고받을 친구를 찾으려 하지만, 각자의 삶들이 바빠 쉽게 자리를 만들지 못한다. 그럴 때면 더 넓은 곳에 나가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시간을 보내지 못한 지난날을 후회하게 된다.

 ‘소속감’이나 ‘애정’ 따위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한 동아리인 ‘풋사과’는 나의 대학 생활을 행복하게 만들어준 큰 부분 중 하나다. 잘 어울릴 자신이 없어서, 나에게 버거운 곳인 것 같아서 가입을 망설였던 곳이다. 하지만 돌아보면 ‘풋사과’는 나에게 무엇보다도 잘 맞는 곳이었다. 더 일찍 찾아와서 더 많은 추억을 만들지 못했다는 것을 늘 후회한다.

 나를 멍들게 했던 여러 일들, 나를 아프게 했던 사람들이 있었다. 한때는 그 무게에 눌려 학교를 떠나고 싶을만큼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 내가 그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그 사람과 가까워지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텐데라며 후회했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놀기만 했던 사람은 더 공부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공부만 했던 사람은 더 놀지 않은 것을 후회해요. 둘을 적당히 했던 사람은 하나에 집중하지 않은 것을 후회해요."

 누군가가 나를 보라고 쓴 글인 것처럼 나에게 딱 들어맞았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았던 시간도 있었고, 누구보다 뜨겁게 즐겼던 시간도 있었지만 돌아보는 시간의 조각조각에는 후회들이 가득하다. 좋았던 것은 더 일찍 알지 못해서, 그리고 그 행복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것 같아서 후회가 된다. 나빴던 것은 그것을 피하지 못해서, 그리고 더 빨리 이겨내지 못해서 후회가 된다.

 저 글에서 말하는 것처럼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모두가 후회를 하는 것이라면, 우리의 후회는 어떤 선택 때문이 아니라 젊음이라는 시간의 소중함 때문이 아닐까. 동국에서의 나의 시간은 후회가 가득한 조각들로 기록되어 있지만, 그 끝에 서있는 지금, 떠나고 싶지 않은 소중한 공간으로 동국을 기억한다. 후회의 조각들이 모여 완성한 그림에는 돌아가고 싶은 추억과 행복이 그려져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의 모든 후회들은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 추억, 내가 버거워하는 역경을 이겨내는 경험의 소중함에서 비롯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나는 이 소중한 시간의 출발점에 서있는 모든 동악의 새내기들에게 후회가 가득한 대학 생활을 했으면 좋겠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깨닫는 것, 싫어하는 것을 견뎌내는 것, 힘겨워 하는 것을 이겨내는 것을 경험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모든 경험에서 진한 후회를 하기를 바란다. 그 후회의 조각들로 행복한 그림을 완성하기를, 그리고 그 그림으로 동국을 기억하여 나의 입버릇이 이들에게도 입버릇이 되어있기를 마음깊이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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