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연령층, 풍성한 배경 음악, 활발한 교육 … 한국 애니메이션도 눈길

▲교토 세이카 대학의 애니메이션 작품 전시.

영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너의 이름은’ 이름만 들어도 아는 일본 애니메이션들이다. 이는 2D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3D 애니메이션보다 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폭넓은 주제, 다양한 연령층

일본 애니메이션 주제는 판타지, 하이틴 로맨스, 스포츠, SF 등 셀 수 없이 다양하다. 이러한 자유로운 주제는 애니메이션 제작에 큰 제한을 두지 않는 일본 문화에 따른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작가는 자유로운 주제로 스토리를 창작하고 감독은 과감한 표현기법을 적용할 수 있다. 교훈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고정관념도 없다.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일본과 경쟁하고 있는 미국은 ‘애니메이션 제작 시에 유아의 정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요소는 배제해야 한다’는 문화가 있어 표현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미국 애니메이션보다 경쟁력이 있는 이유이다.
애니메이션에서 다룰 수 있는 주제가 많아지면 자연스레 즐기는 연령층의 폭도 넓어진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에는 유아 만화, 하이틴 만화, 성인 만화,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만화가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협회 AJA 소속 이시카와 나오키 씨는 “일본에서는 평범한 영화로 만들 수 있는 작품을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 수 있어 장르가 매우 다양하다”며 “그러므로 어른도 애니메이션을 소비하는 문화가 일본에 발달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높은 퀄리티의 배경음악

일본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장르뿐만이 아니다. 애니메이션을 이루는 부가적인 요소에도 많은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특히 ‘배경음악’의 경우 웬만한 대중가요 못지않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또한 장면과 어울리는 음악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해 관객들에게 각인된다. 대표적인 예로 애니메이션 영화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인생의 회전목마’라는 곡은 수많은 리메이크 버전이 나올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현재 해외에서 일본 음악 사용료 중 상위 20위 정도가 애니메이션 배경음악이다.
이시카와 나오키 씨는 “애니메이션 배경음악은 사용하기 쉽고, 유명 작곡가가 작업해 질도 높다”며 “일본 국내에서도 뉴스, 다큐멘터리, 예능에 애니메이션 음악이 사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 배경음악 제작자들의 권리를 보장해 준 것은 음악 제작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 일본에서는 ‘영화 음악 저작권’을 관리하는 ‘일본음악 저작협회’가 있다. 이 단체는 영화 배경음악의 저작권을 보호하고, 음악 소비자가 지급한 비용을 제작자에게 대신 전달해 주는 역할도 한다.

국민들의 적극적인 태도

일본 국민들의 애니메이션 사랑 또한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을 크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이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2차 생산’하는 데에서 엿볼 수 있다. 일본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상품이나 잡지 혹은 만화책을 대량으로 파는 ‘아키하바라’ 거리가 있다. 이곳에서는 애니메이션을 즐기는 사람들이 캐릭터 코스프레를 하며 자신을 표현한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실제 사람으로 실사화해 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한다. 지난 7월에 열린 ‘THEiDOLM@STER MILLION LIVE!’ 콘서트가 이에 해당한다. 원래 게임으로 출시됐던 ‘THEiDOLM@STER’는 사람들의 인기를 끌자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애니메이션도 사람들의 큰 호응을 얻자 캐릭터를 실사화해 콘서트를 개최했다. 관객들은 응원가를 열창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실사화한 그룹이었지만 실제 가수와 다름없는 인기를 자랑하며 탄탄한 팬덤을 갖추고 있었다.
콘서트 주최 측에서는 애니메이션 소비자들이 자신의 취미를 숨기고 싶어 할 것을 고려해 촬영을 금하기도 했다. 소비자들을 배려하는 문화가 일본 애니메이션을 소비하는데 거리낌 없는 문화를 만들어 준 것이다.
애니메이션 교육열 또한 시장을 넓히는데 한몫했다. 일본 대학에는 애니메이션 학과가 많이 개설돼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 대학 중 대표적인 곳으로 알려진 ‘교토 세이카 대학’의 ‘만화학부’에는 만화 코스와 애니메이션 코스가 있다. 만화 코스에는 풍자 만화, 스토리가 있는 만화, 웹 만화 과정으로 나뉘어 있다. 캐릭터를 디자인하는 코스도 따로 마련돼 있어 전문성을 더했다. 애니메이션 코스에는 상업 애니메이션이나 새로운 장르의 만화를 만들 수 있는 코스가 있다.
이렇게 교토 세이카 대학에서는 학과를 세분화해 전문성을 높이고 특화된 인재를 육성하고 있다. 교토 세이카 대학 애니메이션학과 교수 오오하시 마사히로 씨는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 자체가 그림 그리는 사람, 제작 관리하는 사람, 경영하는 사람, 3D CG(Computer Graphics)를 하는 사람 등으로 세분화 돼 있어 학생들도 자신의 진로를 확실히 정해서 입학한다”고 말했다.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도 성장 중

일본 애니메이션은 다양한 성공 요인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일본 애니메이션과 한국 애니메이션을 비교하며 한국 애니메이션을 섣불리 평가절하시킨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내용이 유치하고 창의성이 부족하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이는 한국 애니메이션을 잘 모르고 하는 평가이다. 한국 애니메이션은 ‘유아’를 대상으로 한 것일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유아용 애니메이션은 유아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2017년도에 EBS1에서 방영된 ‘강철소방대 파이어로보’는 15% 이상의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 호서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 이승환 교수는 “일부 사람들은 유아 애니메이션을 폄하하는 어조로 얘기하지만 유아 애니메이션을 소비하는 ‘유아’들은 없으면 못 살 정도로 좋아한다”며 “유아들에게 애니메이션을 대체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부모님들도 양육에 있어 유아 애니메이션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현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 교수는 “애니메이션을 소비하는 유아들과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함께 성장하며 제작사는 유아용 애니메이션에서 더 나아가 ‘하이틴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애니메이션을 즐기던 유아들 또한 성인이 돼 하이틴 애니메이션을 소비하게 될 것이다”라고 한국 애니메이션 전망에 대해 말했다.
이처럼 한국 애니메이션은 유아 애니메이션 시장을 공략하며 넓은 시장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섣부른 판단은 시장 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우리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발전 방향을 존중해 주고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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