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과대학 증원 발표 이후 의료계는 혼란에 빠졌다.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증원 방침에 반발해 가운을 벗고 단체 이탈을 개시한 것이다. 전공의의 집단 행동으로 인해 대형병원의 진료 순환이 망가졌고, 의료 현장 공백이 지속되면서 국가적인 의료 시스템에도 차질이 생겼다. 의료 대란 가시화에 정부는 지난달 29일을 복귀 마지노선으로 정해 업무개시명령, 비대면진료허용 등으로 의료계에 강경하게 맞섰다. 

의과대학 증원은 지역·필수 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정책으로, 정부는 의료 위기의 큰 원인을 절대적 의사 수의 부족으로 봐 이를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지방 의료시설은 인력난으로 급속히 위축돼 필수 진료 과목이 폐쇄되고 수술이 불가하는 등 접근성조차 떨어져가는 처지다. 정부가 이번 전공의 총 파업에 대한 대책으로 공공병원과 2차 병원으로 의료 시스템을 분산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허나 국내 공공의료기관은 전체 병상의 10%에도 미치지 않아 응급 상황에서의 대처 여력조차 부실한 상황이다. 따라서 급한 불을 끄려는 대책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 우리나라 의료 현장의 열악한 현실과 시스템 불균형을 보여 주는 수단일 뿐이다. 

의사 단체와 정부의 대립이 극한으로 이어지는 의료 대란 속에서 환자들의 불안은 나날이 가중되고 있다. 더는 양방의 갈등이 국민 건강권을 담보 삼는 치킨 게임으로 치닫지 않도록 대화와 타협을 통한 근본적인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 의료 개혁은 시장방임적으로 의료진을 증원하는 것에만 그쳐선 안 된다. 의과대학 증원 정책이 지역·필수 의료의 위기를 극복하려는 취지에서 비롯된 만큼 의료 공공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는 의료 자원의 균등한 분배와 배치, 공공의료기관 강화 계획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 근본적으로 현재 수익성 중심의 과열된 의료 경쟁 시스템을 해결하기 위해 의료 공공성을 확대할 방안을 진정성 있게 고민하면서 의과대학 증원이 실효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편, 의료계는 현행 의료 시스템을 바로잡아 지속 가능한 체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정부와 타협점을 찾아 나가야 할 것이다. 미래 의료 수요가 늘어난 만큼 모든 국민이 건강권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 위기의 전환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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