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악의 언덕에 봄 볕이 드리운 3월. 지금은 보궐선거의 계절이기도 하다. 이번 달 초입부터 동국총대-선거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보궐선거 공고를 시작으로 입후보자 안내,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정책 자료집이 줄줄이 올라왔다. 그리고 그 뒤를 이은 소식은 다름이 아닌 선거 무산 단위 공고였다. 

일부 단과대학과 학과의 학생회·대의원회에 이어 작년 11월 정기선거에서 개표수 미달로 끝내 무산됐던 총학생회(이하 총학) 또한 입후보자 미등록으로 이번 보궐선거 무산 단위에 포함됐다. 결국 총학의 빈자리는 보궐선거가 돌아왔음에도 메워지지 못했다. 2021학년도 총학 ‘도약’ 이후로 우리대학 총학의 역사는 멈춘 것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체제가 길어지면서 학내 자치 구성이 요원해지고 전반적인 학생 사회가 위축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면 체제로 회귀한 현시점에서도 무너진 학생사회의 회복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더 큰 문제는 학생 자치의 중심이 되는 총학의 공백이 장기화돼 학우들이 그 빈자리에 점점 무감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연이은 부재에 익숙해져 총학이 존재하는 학교보다 존재하지 않는 학교가 차라리 편하다고 혹은 더 낫다고 여기는 목소리까지도 들려온다. “총학이 뭐 하는 곳이에요?” 하는 의문 또한 이제는 그리 놀라운 것이 아니다.

대학 사회에 도래한 위기는 학생 한 명 한 명의 여유가 불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학생 사회에 관심을 가져 달라는 호소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상황이다. 또한 학생들의 관심과 참여가 희미해져 가는 지금, 학생 사회의 빙하기를 단숨에 해결해 줄 학생 대표자를 기대하기엔 어려운 현실이다. 그러나 학생의 삶이, 학생 사회가 원활하게 흘러가기 위해선 다양한 의견이 오갈 민주적인 공론장은 분명 필요하다. 오늘날 학생 사회에 도래한 위기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선 학생들의 의문을 무관심으로만 일축해 학생 개인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그러한 의문을 들여다보아야 하는 시점이 아닐까. 학생이 바라는 학생 사회는 무엇인가, 또 학생에게 필요한 총학이란 무엇인가. 학생 사회가 활력을 되찾고 학생은 자유롭게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모두가 진지하게 고찰해 봐야 한다.

학생 사회의 동력과 신뢰를 재건할 학생 대표자가 절실한 시점이다. 비록 총학 무산이라는 아쉬움이 있지만, 이번 3월 보궐선거에서는 학우들의 고민이 관심으로, 관심이 희망으로 변화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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