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는 선물, 라오스

▲ 비엔티안을 빛내는 황금사원, 강렬한 태양빛을 반사하는 황금이 인상적인 곳이다.

라오스에서 휴식같은 ‘명상’이 주었던 행복

치열하고 바쁘게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주중에는 학교 수업과 실험실 출근, 공강인 날에는 근로 아르바이트, 주말은 주중에 바빠서 못 다한 공부와 카페 아르바이트까지. 그리고 짬짬이 틈을 내 이렇게 여행 칼럼을 쓰고 있다. 대학교 입학과 동시에 등록금과 생활비를 스스로 마련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런 생활은 익숙하다. 하지만 요즈음엔 학업적인 일의 부담도 늘어나면서 어떻게 보면 이 전 보다 더 바쁜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가끔 이러한 스케줄의 압박이 겹쳐오면 몸과 마음이 많이 피곤해진다. 특히 심할 땐 집으로 돌아가 30분 정도의 명상 시간을 가져본다.

명상은 다양한 방법으로 하는데 집중이 잘 되지 않는 날은 108배를 한 뒤 그 자리에 앉아 눈을 감고 가만히 명상하기도 한다(네팔 룸비니를 여행할 때 배워 온 방법이다).

그리고 지친 내 몸과 마음을 이끌고 다시 돌아갔으면 하는 여행지를 떠올려본다. 그러면 자주 떠오르는 곳이 있는데, 그곳이 바로 지상낙원 라오스이다.

저번 편에 실었던 베트남의 이야기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내용이 오토바이 이야기였다.  오토바이가 많으니 자연스럽게 시끄러운 소리도 많았을 것이고, 그 외의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충격 등으로 심신이 많이 지쳐있던 상태였다. 그래서 베트남에서 라오스로 넘어갈 때, 마음속으로 제발 편한 여정이 날 기다리고 있길 간절히 바라며 출발했다. 하지만 그 바람은 오래가지 않아 깨져버렸다.

오후 5시, 베트남 하노이에서 슬리핑 버스를 탄다. 이 버스는 하노이에서 출발해 베트남과 라오스의 국경을 건너 비포장도로를 끝도 없이 달린 뒤 나를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데려다 줄 것이다. 예상 시간은 20 시간 정도? 버스는 밤새 비포장 도로 위를 달렸고 덜컹거리는 진동에 의해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다.  버스는 계속 달리고 어느덧 해가 중천에 떴을까, 갑자기 펑 소리가 나면서 버스가 정차한다. 아...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구나 싶었다. 타이어에 펑크가 난 것이다. 원래 베트남 라오스 구간에서는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 들어 많이 놀라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담담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하필 타이어에 구멍이 나다니, 이곳을 빠져나갈 수는 있으려나…

땡볕 더위에 직원들이 버스 밑으로 기어들어가 바퀴 분리 작업을 한다. 30분, 1시간… 시간은 그렇게 계속 흐른다. 부단한 노력 끝에 터진 타이어를 빼냈다! 하지만 새 타이어를 다시 집어  넣어야 한다. 이쯤 되면 그냥 헛웃음 밖에 안 나온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시간이 촉박한 것도 아니니 그냥 즐기자 싶었다. 그래서 난 주위를 돌며 사진도 찍고 현지인 구경도 하면서 그 시간을 즐기려 노력했다. 그렇게 여유로운 마음을 품으니 시간은 흘러갔고 어느새 우리의 버스도 달릴 준비가 되어있었다. 버스에 올라 자리에 누운 나는 이렇게 생각했다. ‘빨리 도착하지 않아도 되니까 그저 펑크만 다시 안 나도록 해주세요…’ 

처음으로 향한 라오스의 휴양지는 바로 루앙프라방이었다. 그 곳으로 향하던 버스에서 새벽에 일어나 본 풍경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산맥의 높은 지대를 지나가고 있을 때였을까, 아침햇살에 부스스 일어나 창밖으로 보았던 풍경은 다름 아닌 구름 바다였다. 처음에는 이 아름다운 광경에 내가 아직도 꿈을 꾸는 중인가 싶었다. 상상해보라! 비몽사몽으로 눈을 떴을 때 버스의 대형 창문 밖으로 보이는 구름바다를. 중간 중간에는 산봉우리가 솟아 있었는데, 마치 구름으로 된 바다에 작은 섬들이 떠 있는 것 같았다. 그때 생각했다. 천국이 있다면 바로 이런 모습이겠구나.

이렇게 눈이 호강하며 도착한 도시 루앙프라방은 녹음이 푸르른, 자연 보존이 매우 잘 된 곳이었다. 오토바이를 빌려, 시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면 온통 아름다운 산과 들에, 그리고 넓고 유유하게 흐르고 있는 메콩강까지 마음을 깊숙이 치유해줄 수 있는 풍경들을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전자파에서 벗어나 완전한 자연으로 돌아온 기분이랄까?

거기에 더해지는 또 유명한 장소가 있으니 바로 꽝시 폭포이다. 이곳은 계곡 물 빛깔이 에메랄드빛을 띠는데, 강렬한 햇빛으로 달구어진 몸을 날려 계곡물에 풍덩 빠지면 그야말로 이곳이 천국이구나 싶었다. 이 계곡을 사람들이 말하길 신선이 내려와 놀다 가는 곳이라 했다. 내가 신선이어도 이런 곳에서 놀겠구나 싶었다.

여행을 시작하고 나름 바쁘게 돌아다닌 탓인지 온몸에 피곤함이 많이 쌓여있었는데, 라오스에서 보낸 이 시간들은 나의 피곤함을 없애고 또 새로운 힘을 넣어주기에 충분했다. 라오스는 뉴욕타임즈에서 선정한 세계여행지 1위에 뽑힌 곳이기도 하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표적인 힐링지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요즘 안 좋은 소식들이 들려온다. 라오스로 향하는 여행자가 많아짐으로 인해 상권 개발이 심해지고 그에 따른 자연 훼손, 즉 라오스 본연의 모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라오스에 갔을 때 특별한 힐링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른 곳들과는 다르게 자연 본연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어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더 선명하게 볼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람의 욕심과 개발로 인해 이 아름다운 자연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면 마음 한 구석에 씁쓸함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우리의 바쁜 삶에 힘이 되는 것은 빠른 교통이 될 수도, 시원한 에어컨이 많은 큰 빌딩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더 근본적인 치유는 빠르고 편리하게 개발된 것에서 오는 게 아닌 더 원초적이고 본질적인 것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가끔 인생이 힘들고 피곤하다는 생각이 들면 자연으로 돌아가 보자. 그런 면에서 우리 동국인들은 운이 참 좋지 않은가, 바로 옆에 남산이 있으니까 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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