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유권자 표심, 총선 승패의 관건
여야, 2030세대 청년 맞춤 공약 발표해
“실효성 있는 정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

오는 4월 10일 치러지는 제22대 국회의원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선거를 목전에 둔 지금, 거대 양당 및 제3지대 후보자들은 당선을 위해 마지막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총선의 최대 변수는 다름 아닌 2030세대 청년이다. 청년이 행사할 한 표 한 표가 주목받고 있는 지금,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보자. 

 

총선의 게임 체인저, 청년세대

스윙 보터(Swing Voter). 어떤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할지 결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이는 무당층이라고도 불리며,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보다는 정치적 중립의 위치에 선 집단이다. 국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 갤럽’이 지난달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지하는 정당이 없는 무당층은 전체 유권자 중 약 19%를 차지한다. 특히 이러한 무당층의 약 70%는 2030세대 청년으로, 20대 중 무당층 비율은 40%, 30대는 24%로 나타났다. 이들은 정당 및 후보자의 콘크리트 지지층과는 달리 선거 운동 과정에서 공약과 온라인상 여론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한다. 각 정당은 2030세대 청년의 표를 끌어들이기 위한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으며, 청년을 겨냥한 정책에 대한 관심은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무당층은 선거의 승패를 결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에, 결국 청년을 사로잡는 정당이 이번 총선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게 된다. 이에 4.10 총선을 앞둔 현시점, 청년 유권자의 선택에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같은 막중한 책임감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청년은 정치에 무관심하다. 국무조정실이 청년세대를 포함한 전국 약 15,00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2년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0%는 ‘정치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답했으며, 22.5%는 ‘전혀 관심 없다’고 답했다. 반면 ‘정치에 관심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단 4.8%에 불과하며, 이는 정치에 무감한 청년세대를 잘 보여 주는 지표다. 그렇다면 우리대학 학우들의 정치에 대한 인식도는 어떨까. 동대신문이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5일간 우리대학 학우 47명을 대상으로 정치 인식도에 관한 설문을 진행한 결과, 응답자 중 25.5%가 현 정치 상황 및 정책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보통이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48.9%로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으며, ‘잘 알고 있다’고 답한 비율은 19.1%로 나타났다.

이러한 청년세대 정치 무관심 현상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대학 정치외교학과 박명호 교수는 “연금 개혁이나 교육 개혁과 같은 정치적 과제들은 대부분 세대 간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측면이 존재한다”며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할수록 청년세대는 해당 정치적 사안들의 결정 과정에서 소외되기 마련”이라고 설명했다. 청년이 급변하는 정치 상황에서 한발 물러나 정치적 의사결정을 스스로 포기한다면, 청년세대의 의견과 바람은 대답 없는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청년 정책, “들어본 적은 있어요”

총선이 가까워지면서 다양한 연령층과 집단을 노린 공약들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총선 승부에서 중요한 청년세대를 대상으로 한 정책은 ▲주거 ▲생활 ▲결혼·출산·육아로 세분화돼 청년들에게 소개된다. 현재까지 제시된 ▲주거 관련 정책을 살펴보면, 여당 ‘국민의힘’은 청년 특화 공공임대주택을 대량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야당 ‘더불어민주당’은 폐교 예정 부지 등을 활용한 월 20만 원대의 대학 기숙사 5만 호 공급을 내세웠다. ▲생활 측면에서 여당은 ‘청년 문화예술패스’의 대상을 확대해 만 19~24세 청년의 공연 관람비를 지원할 예정이다. 야당은 청년의 교통비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 월 3만 원으로 대중교통을 무제한 이용 가능한 ‘청년패스’ 도입을 약속했다. ▲결혼·출산·육아 정책에 대해 여당은 예식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결혼 서비스 비용의 가격 공개를 추진하고, ‘유아기 유연·재택 근무 확대’를 통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야당은 다자녀 가구에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것에 더해 신혼부부에게 1억 원을 대출해 주고 자녀 수에 따라 원금을 단계적으로 감면하는 정책을 제안했다.

선거를 목전에 두고 청년의 요구에 응답하듯, 다양한 청년 맞춤형 정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청년들은 청년 정책에 대해 잘 알고 있을까. 앞선 설문을 통해 행복주택과 내집마련 디딤돌 대출 등 기존 청년 정책에 대한 학우들의 이해도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36.2%가 ‘들어본 적은 있으나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어 ‘들어본 적 없다’는 답변은 10.6%로 나타났으며, 정책의 세부 사항에 대해 ‘잘 인지하고 있다’는 답변은 10%에 지나지 않았다. 즉, 청년을 위한 정책임에도 정작 그 대상이자 주체인 청년은 청년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총선 앞둔 지금, 정책의 실효성은?

총선이 3주 앞으로 다가온 현재, 전문가들은 청년 정책의 실효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대부분의 청년 정책은 대규모 재원을 필요로 하고, 실현되기까지 막대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총선 공약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재원확보에 관한 세부안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진장익 교수는 “공공주택 공급과 공공기숙사 제공에는 막대한 비용이 요구되기에 재원확보가 정책 실현의 핵심이지만, 재원확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해당 공약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전했다. 청년의 표심을 얻어 당선되더라도 공약을 이행하기에 임기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 또한 문제가 된다. 진 교수는 “철도 지하화와 구도심 재개발을 통한 공공주택 공급 정책은 국회의원의 임기인 4년 이내로 진행되기 어려운 사업”이라며 “각 정당은 조금씩 진행되는 사업을 당장 실현이 가능한 것처럼 확대해서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유권자들은 해당 청년 정책들이 기간 안에 달성될 수 없는 사업임을 인지한 채로 투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책의 복잡성과 홍보 부족으로 인해 수혜자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지적 역시 존재한다. 이성우(정치외교 18) 학우는 “비슷한 종류의 정책임에도 대상이나 지원 방식 등에 차이가 있어 나에게 맞는 정책이 어느 것인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이는 정책이 목표하는 대상에게 도달하는 데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언급했다. 즉,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될 수 있도록 정책은 표준화되고 단순한 형태여야 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이렇듯 청년 정책이 실제로 청년에게 의미 있는 정책으로 다가가기 위해선 기존 정책의 실현 가능성과 실효성을 재고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청년이 말하는 청년 정책

우리대학 학우들은 청년 정책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앞선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대학 학우들에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청년 정책 분야’에 대해 묻자, 과반수가 넘는 학우들이 취업(66.1%)과 주거(61.7%)를 선택했다. 이어 결혼 및 출산(42.6%), 복지(27.7%), 기타(2.1%) 순으로 집계됐다. 청년 정책에 관한 직접적인 목소리를 듣기 위해 각 분야를 선택한 학생들과 만나 더욱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 봤다. 

#취업 “굳게 닫힌 취업의 문”

취업으로 인한 청년들의 압박감이 커져 가는 현시점, 대한민국의 취업 시장은 점점 좁아지고만 있다. 취업 정책의 개선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한 조민(북한 22) 학우는 “취업은 먹고 사는 일에 가장 직결되며, 청년의 미래를 규정하는 분야”라고 언급했다. 기존의 일자리 정책은 기업의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완화하면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 것이라는 기대하에 입안됐다. 이에 대해 그는 “정부가 기업만을 고용 증진의 주체로 상정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만든 정책”이라며 “정부는 기업을 보조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므로 전체를 대변해 기업에게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정부는 청년고용을 기대하며 기업을 보조하는 것을 넘어 기업의 고용을 유도하고 강제하는 방향으로 기조를 변경해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거 “천정부지로 오른 집값에 발 동동”

주거 정책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한 이성우(정치외교 18) 학우는 “주거문제는 청년 개인이 해결하기 가장 어려운 분야”라며 주거 정책 선정 이유를 밝혔다. 글로벌 데이터베이스 웹사이트 ‘넘비오’에 따르면 ‘2023 전 세계 도시별 부동산 가격 지수’에서 서울의 PIR 지수(Price to Income Ratio)는 30.8로, 세계 도시 중 15위를 기록했다. PIR 지수는 주택을 사기 위해 가구 소득을 모아야 하는 기간을 수치로 나타낸 것으로, 이는 서울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면 30.8년간 모든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함을 의미한다. 이 학우는 “시간과 돈이 없는 청년들이 현실적으로 모든 소득을 저축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현재로서는 개인의 노력으로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주거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언급했다. 또한 주거 문제가 지속된다면 출산, 고령화 등의 문제에 연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청년 주거 문제의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구본건(정치외교 23) 학우도 주거 문제에 관해 입을 열었다. “청년들은 집값에 대한 과도한 부담으로 인해 불안정한 월세나 전세를 선택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구 학우는 “재택근무 활성화 관련 정책이 주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년은 주거 지역을 정할 때 직장과의 접근성을 가장 고려하는데, 재택근무가 활성화된다면 도시 밀집 현상이 완화돼 주거 지역을 찾기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복지 “복지가 단단한 초석 돼야”

복지 분야를 선택한 익명의 학우는 “복지 정책이 단단한 기반으로 바로 서야 주거, 취업 등의 분야에도 순차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것”이라며 복지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어 그는 사회적 약자의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장애인 권리예산증액이 거부되고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축소된 것을 미루어 볼 때, 기존의 복지 정책은 ‘약자 복지’라는 표어가 무색하게 약자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발표됐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저소득층 청년 정책 예산은 축소되고 중산층 청년 정책 예산이 증액돼 오히려 저소득층 청년세대의 구조적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저소득층 청년세대의 복지를 위해 더 많은 예산을 마련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결혼 “먹고살기 바쁜 현실, 결혼·육아는 사치”

작년 4분기 합계출산율이 0.6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결혼과 출산을 필수로 여기지 않는 청년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강지효(국문문창 24) 학우는 결혼·출산·육아 정책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청년에게 취업과 주거 문제 등 당장 해결이 시급한 문제가 많아 결혼과 출산이 우선순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나날이 저출생 문제가 심화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정부는 영아기 아동을 위한 금액 지원, 육아 휴직 급여 지급, 신생아 특례 대출 등 재정적 지원을 강화했다. 그러나 강 학우는 “해당 정책들이 저출생 문제 해결에 필요한 정책이라는 데엔 동의하나, 결혼·출산·육아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기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책을 통한 출산율 증가를 기대하기 위해선 청년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경제적·사회적 부담이 우선적으로 해소돼야 한다는 것이다. 

청년이 바라는 4.10 총선

4.10 총선에서 청년들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구본건(정치외교 23) 학우는 정치인이 청년에게 ‘혜택’을 주는 것을 청년 정책이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그는 “청년이라는 하나의 세대는 다양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으나, 정치인들과 주요 언론은 이를 청년이라는 한 묶음으로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사회는 훨씬 복잡하고 다원화된 형태로 움직이기에 특정 집단에만 ‘혜택’을 준다는 식으로 정책이 시행돼서는 안 된다”며 “4.10 총선에서 정치인들이 청년이라는 한 세대에 매몰되지 않고 청년이라는 개념을 재고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성우(정치외교 18) 학우는 “이번 4.10 총선에서 국가적 차원의 성장 동력의 핵심인 청년 인구가 국가의 지원을 체감할 수 있는, 실효성 있고 알기 쉬운 청년 정책들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밖에도 동대신문이 진행한 설문에서 “지원금 위주의 재정지원적 복지 정책은 많지만 청년에게 도전 기회를 열어 주는 정책은 부족하다”, “정치인들이 청년의 요구에 귀 기울여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정책을 고안하길 바란다” 등의 다양한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는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2024년을 살아가는 청년들이 정치권에 간절히 바라는 것은 보다 더 많은 기회와 도전의 길을 열어 줄 든든한 지원이다. 

 

아프니까 청춘이다. 도전에 실패가 따를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청춘의 패기를 표현한 문장이다. 그러나 오늘날 청춘의 푸름은 주택 대란, 취업난과 같은 생계의 위협으로 시퍼렇게 멍들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권이 청년에게 제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치유책은 이들의 아픔을 보듬어 주는 실속 있는 청년 정책이다. 이에 더해 청년 정책이 진정한 의미의 ‘청년을 위한 정책’이 되기 위해선 청년 역시 자신의 권리와 요구를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보다 개선된 정책 아래, 새로운 시대의 원동력이 될 청년이 그들의 미래를 자유롭게 그려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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