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 여행 중 느낀 문화의 차이 … “문화는 다르다”

▲ 베트남의 도로에는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지나가고 있는데, 횡단보도는 없고 사람들은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다.

일주일에 딱 한 번 1교시 수업인 날이 있다. 그 날은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를 타고 학교로 향하는데, 역시나 출근시간이 겹쳐 교통은 항상 정체된다. 버스가 한강대교 위를 지나갈 때면 사방으로 막혀있는 차들 때문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게다가 빵빵 거리는 소리까지 더해지면 마음 한편에서 밀려오는 짜증은 어찌할 방도가 없다. 그런데 꼭 한강대교 위에서 정체 되는 풍경을 바라볼 때면 문득 비슷한 상황이 겹쳐 생각난다. 바로 내가 베트남을 여행하며 수많은 오토바이 사이에 갇혀있던 때이다.

며칠간의 말레이시아 여행을 마친 후 베트남으로 이동한 난 베트남 제 2의 도시 호치민으로 가게 되었다. 비행기가 호치민 상공을 날 때까지만 해도 고층 빌딩이 없다는 것 빼고는 우리네와 별 다를 게 없어 보이는 곳이었다. 하지만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수속을 마치고 밖으로 나가서 맞은 도시는 내가 좀 전 보았던 곳과는 전혀 다른 곳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도로의 무법자 오토바이들 때문이었다.

베트남에 오토바이가 많다는 소리는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공항 문을 나섰지만, 그 때 본 풍경은 정말 경악이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갈 때 버스를 이용했는데, 사방에 깔려있는 오토바이로 인해 버스가 제대로 전진을 못할 정도였다. 왜 사람들이 베트남 하면 오토바이를 먼저 떠올리는지 바로 이해가 됐다.

목적지에 다다라 정류장에 내린 나는 또 패닉 속에 빠졌다. 도로에는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지나가고 있는데, 횡단보도는 없고 사람들은 무단횡단을 하고 있었다. 목적지에 가려면 이런 대로를 몇 번은 더 건너야 할 텐데, 이 수많은 오토바이 속에서 무단횡단이라니... 하지만 여행 떠나 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여기서 내 삶을 마감할 수는 없었다. 난 살기위해 방법을 모색했고 그 결과 떠오른 답은, ‘현지인들이 건널 때 옆에 찰떡같이 붙어서 건너자!’였다. 생활의 지혜를 잠깐 빌리는 것이라고나 할까? 내가 옆에 너무 가까이 붙어서 그런지 현지인들이 적잖이 당황한 눈치였지만 여러 번의 시도 끝에 결국 숙소까지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호스텔에 짐을 풀자마자 숙소 주인에게 물었다. 도대체 어떻게 하면 신호도 제대로 안 되어 있는 도로를 그렇게 쉽게 건널 수 있냐고, 그러니 그 주인은 이렇게 얘기해주었다. “그냥 건너! 그러면 오토바이들이 널 피해서 갈 거야!” 이 말을 다시 정리해보면, 우리가 졸졸졸 흐르는 개울을 건널 때 개울물은 우리의 다리를 피해 곡선으로 지나간다. 도로는 개울이고 오토바이는 물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것이다. 우리가 천천히 마음을 비우고 지나가면 오토바이는 개울의 물처럼 곡선으로 우릴 피해가 줄 것이란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그렇게 무단횡단을 해도 사고가 잘 안 나냐고, 그 친구의 대답은 사고는 참 많이 난단다. 그래서 난 이후로도 길을 건너야 할 때면 현지인들 옆에 꼭 붙어서 가는 방법을 애용했다.

이런 험난한 여정을 겪고 배가 너무 고팠던 나는 숙소 주인에게 쌀국수 맛집을 물어봤다. 이 날도 어김없이 호스텔 주인의 추천은 정확했고 베트남 사람들이 많이 가는 로컬 맛집에 도착했다. 기대와 기쁨에 부푼 얼굴로 닭고기 쌀국수를 주문했고, 시간이 조금 흐르니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딱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는 쌀국수가 도착했다. 그리고 정체 모를 나뭇잎들도 같이 준비되었다. 일단 쌀국수 국물을 맛보았는데, 너무 훌륭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을 따라 쌀국수와 같이 준비된 나뭇잎들을 국물에 듬뿍 넣고 국물을 쭈욱 들이켰다. 그리고 바로 뱉었다.

아.. 이 화장품 냄새 나는 잎은 뭐지.. 어떻게 그 맛있던 쌀국수 국물이 이렇게 끔찍하게 변할 수 있는 건지. 못 먹는 음식이 없는 나지만 결국 쌀국수의 국물은 제대로 맛도 못보고 건더기와 면만 조금 건져 먹다가 나왔다.

동남아시아 여행을 하다보면 쉽게 마주칠 수 있는 향신료가 바로 이 ‘고수’라는 것이다. 향이 어찌나 강한지 그리고 어찌나 낯선지, 이 향신료가 잘 맞지 않는 사람들은 음식을 먹을 때 엄청난 곤욕이 아닐 수 없다. 보통 현명한 사람들은 음식 주문 전에 이렇게 말한다.

No, 팍치!! 플리즈~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의 깻잎을 먹을 때도 이와 같은 반응이라고 들었다. 그래서 외국에는 깻잎을 이용한 요리가 거의 없는 걸로 알고 있고 또 깻잎을 찾기도 참 힘든데, 그들의 눈에는 우리나라의 깻잎이 우리가 고수를 보는 것과 같은 시선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문화라는 것이 정말 다르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사실 이런 경험 외에도 새로운 나라로 갈 때마다 문화적 차이로부터 오는 어려움을 많이 겪었었는데, 그때마다 내 마음 속에는 수많은 불만이 끓어올라왔다. 도대체 이들은 왜 이렇지? 우리나라는 전혀 이렇지 않은데? 이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하지만 그 다음 떠오른 대답은 이렇다. ‘이들의 문화이지 우리나라와 다르다고 잘못된 것은 아니잖아?’ 맞다. ‘다른 것’과 ‘틀린 것’은 엄연히 다르다.

우리는 각기 다른 상황들을 받아들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낯설어 계속 쳐내려고 하는 때가 있다. 마치 나와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할 때처럼 말이다. 내가 살아왔던 삶이 진리이고, 내가 해온 습관대로 진행되어야 맞다고 생각할 때가 많다. 하지만 난 ‘다름’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이때서야 조금씩 알게 되었다. 그리고 ‘다름’을 ‘틀린’ 것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는 것도 말이다. 나와의 ‘다름’이 충분히 존재하고 있고 내가 그 것을 받아들여야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충분히 다른 사람들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그래서 더 다양한 생각과 삶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그 때 내가 그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종종 이런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 ‘다름’을 충분히 인정하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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