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대학 전자전기공학과 졸업 후 MBC 아나운서로
“언론의 진정한 가치는 비판과 감시보다는 포용”
“꿈은 현실이 되기 직전이 가장 어두우니 힘낼 것”

▲김나진 아나운서가 메이저리그 중계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제공=MBC.)
▲김나진 아나운서가 메이저리그 중계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제공=MBC.)

“1994년 가을, 당신은 누구였습니까. 그리고 오늘 당신은 누구입니까” 한국시리즈 LG 통합 우승 당시, 우리대학 동문 김나진 아나운서(전자전기 98)의 멘트는 스포츠 팬들의 심금을 울렸고, 많은 시청자들에게 인상 깊게 각인돼 현재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그가 전하는 뉴스는 열정과 따뜻함이 담긴 ‘김나진식’ 진행으로 사람들의 가슴을 뜨겁게 한다. 한 곡의 노래와 같은 유려한 중계로 마음을 사로잡는 김나진 동문을 동대신문이 만나봤다. 

Q. 안녕하세요, 김나진 동문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 립니다.

A. 반갑습니다. 동국대학교 전자전기공학과 98학번 MBC 아나운서 김나진입니다.

Q. 김 동문님께서는 우리대학 공과대학을 졸업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공과 다른 분야에 종사하시며 어려움은 없었나요?

A. 가치관부터 살아온 배경이 모두 다른 사람들이 모이는 곳, 그 다양성이 공존하는 곳이 바로 ‘방송’이라는 세계입니다. 결국 방송이란 다양한 삶의 면면을 전달하는 것이기 때문에 다채로운 사람들이 모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죠. 공학이라는 학문이 경기를 중계하는 것과 연관성이 없는 듯 보이지만, 스포츠 중계란 선수의 패스 성공이나 실패 기록을 다루는 숫자와의 경기나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대학에서 배웠던 공학이 스포츠 중계를 할 때 상당히 도움 된 것처럼, 그동안 자신이 무엇을 배워왔든 지난 경험은 방송 일을 할 때 도움이 됩니다. 그렇기에 방송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전공은 공학부터 교육, 경영, 예체능까지 천차만별이죠.

Q. 재학 당시 기억에 남았던 에피소드가 있으신가요?

 A. 제가 재학 중이던 시절, 학교 본관과 중앙도서관 사이 불상 앞에는 연못이 하나 있었습니다. 대학에 입학하고 처음 맞은 생일날, 동기들과 선배들은 축하 반 장난 반으로 저를 그 연못에 빠트렸었죠. 그 순간 대학 생활의 낭만이 시작된 것 같아 즐거웠습니다. 참고로 그 연못은 현재 재학생분들께 익숙한 코끼리 상으로 바뀌었습니다.

Q. 아나운서라는 꿈을 실현하기까지 어떤 노력의 과정이 있었나요? 

A. 저는 대기업 채용 담당자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잘 다니던 대기업을 나왔고, 아나운서라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상황이었던 만큼 강인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죠. 그래서 저는 회사에 다니던 시절보다 더 치열하게 분투했습니다. 저의 다짐은 단 하나, ‘부모님이 일어나시기 전에 집에서 나와 부모님이 주무실 때 집에 들어가자’였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친구들과 만나 스터디를 가졌고, 새벽에는 학원에 다니며 영어 공부도 했습니다. 바쁜 일상을 보내면서도 시간적 여유를 만들어 운동을 하는 등 체력 관리 또한 했습니다. 그 치열한 시절을 함께 보냈던 친구들을 만날 때면 그때의 우리가 참 아름다웠다고 회상합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열정을 불태웠기에 저는 한 줌의 후회도 없습니다. 

Q. 김나진 동문님의 인스타그램 소개란에 적힌 ‘스포츠를 노래하는 아나운서’라는 문장이 인상 깊습니다. 스포츠 캐스터로서 실감 나는 중계를 위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나요? 

A. 캐스터의 역할은 바로 ‘스포츠를 어떻게 하면 시청자에게 잘 전달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스스로 답하는 것입니다. 저는 ‘스포츠’란 한 곡의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노래 한 곡이 도입, 고조, 하이라이트, 마무리로 이루어져 있듯이, 스포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 스포츠라는 노래를 어떻게 해야 잘 부를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이 ‘실감 나는 중계’의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Q. 18년 차 아나운서로서 오랜 언론 활동을 지지해 준 원동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흔히 ‘덕업일치’라는 표현을 많이 쓰죠? 취미와 직업이 일치한다는 뜻인 ‘덕업일치’가 바로 저의 이야기입니다. 저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기 때문에 아나운서로서 오랫동안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지치는 순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슬럼프가 찾아올 때면 도리어 새로운 공부와 경험에 도전했습니다. 이 적극적인 도전은 역경을 기회로 만들고, 결국 저를 성장시켰습니다. 그렇게 한 차례의 슬럼프를 지나면 한 계단 더 올라가게 되고 새로운 곳으로 도약할 힘을 얻게 되는 것이죠.

Q. 김나진 동문님은 ‘좋은 언론’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A. ‘좋은 언론’은 권력에 대해 성역 없이 비판할 수 있어야 하고, 사회적 약자를 대신해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언론의 중요한 가치는 따뜻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전에는 누군가의 잘못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것만이 언론의 순기능이라 생각했었습니다. 그러나 사회가 극단으로 치닫는 지금, 언론에는 서로 포용하고 보듬어주는 가치 또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 동문님께서는 아나운서라는 본업 외에 베스트셀러 도서의 작가이기도 합니다.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제가 집필한 책들은 ‘꿈’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아나운서라는 목표를 위해 노력하면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들이 많았기 때문에 독자 분들은 그러한 시행착오를 줄이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책을 집필했습니다. 그래서 에세이 『포기할까 망설이는 너에게』에는 꿈을 향해 달려가는 청년들이 지치지 않도록 응원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죠. 글 속의 수많은 김나진이 좌절하고 무너지더라도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통해 책을 펼친 분들이 용기를 얻길 바랍니다. 

 Q. 아나운서, 작가부터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까지 겸직하시며 느낀 각각의 매력이 다를 것 같은데, 세 직 업의 매력이 무엇인가요? 

A. 아나운서는 가장 사랑하는 제 본연의 일입니다. 일터에도 집이 있다면 아나운서가 제 집입니다. 그리고 작가 활동은 저만의 콘텐츠를 창조하는 일입니다. 이는 인생의 커리어를 정리하면서 원하는 미래로 나아가게 해주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정리한 내용을 더 고민하고 연구해서 후배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교수라는 직업입니다. 직업마다 매력이 다르지만, 모두 제 삶을 구성하는 일들로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Q. 지금까지 뉴스를 진행하시며 마주했던 뉴스 이면의 이야기가 있다면 답변 부탁드립니다. 

A. 아나운서라는 직업은 카메라 앞에서 빛나고 마이크를 통해 활기를 전하는 일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힘겨운 시간이 더 많습니다. 월드컵 중계방송을 위해서는 많은 시간을 쏟아부어야 하고, 선거방송을 준비하는 과정은 엄청난 에너지를 요구합니다. 물론 노력에 따른 결실이 눈앞에 나타나는 순간은 굉장히 뿌듯합니다. 이처럼 아나운서라는 직업에는 고통과 환희가 반복적으로 찾아오기 때문에 마음의 중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더불어 삶의 균형을 견지하는 것도 필요함을 아나운서로 18년간 살아오며 깨달았습니다.

Q. 끝으로 동국대학교 후배들에게 전하고 싶은 한마디가 있을까요? 

A. 꿈이 이루어지기 직전이 가장 어둡습니다. 주저앉기 일보 직전은 곧 꿈 가까이에 가닿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꿈이 이루어지는 순간은 늘 극심한 고통 이후에 찾아옵니다. 여러분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무엇이든 배우고 도전하는 것이 활기찬 삶의 원동력이라는 김나진 동문. 그는 늘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며 청년들에게 용기를 북돋는 ‘도전 전문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김나진 아나운서가 전하는 언론의 가치 ‘포용’과 ‘너그러움’은 그의 마음 중심에 무엇이 자리 잡고 있는지, 그 피나는 노력의 근원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On-air의 단 몇 분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치열한 노력을 하는 김나진 아나운서를 동대신문이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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