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서)
눈을 뜨고, 다시
세상을 본다. 친구여
버렸던 그 무엇을 줍기 위하여, 그래
이제야말로 잃지 않으려
저 어둠에 묻힌 슬픔의 하얀 뼈, 물살의
흐름속에 온전히 서기 위하여
일어서고 또 일어서기 위하여
Ⅰ
기차를 타고 떠나는 사내들이
끊임없이 잊혀지고 있음을
보았다.
유채꽃, 부드러운 젖가슴의
수액이, 졸리운 바다
눈동자를 닮아가며
호주머니에서 버려진 꿈의
하늘 가까이 쓰러지는 순한 눈빛들을
Ⅱ
버리고 있었음을
아아 그렇게 버리고 있었음을
무참히 베어지는 나의 등, 허리
어깨, 팔다리, 강가의 풀잎, 노을들이
재빨리 스쳐가며, 흘러가며
낮은 바다의 몽상으로 익사하고
추락하던 어둠의 깊이에서
다시 따뜻함을 기억할 때
볼 부비던 어둠의 온기
Ⅲ
빛들에 눈 찔리고
귀 멀어
돌아앉던 날들의 쓸쓸함 가운데
내 몫의 어두움과
어두움 가까이 부드게 무늬지는
무엇들을 보았음으로,
이제는 희미한 이름들을 향하여
소리치며
다시 저 거리로 달려나가고
달려가고 달려가는
가난한 꿈을 끌어안고
김기주 <문과대 국문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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