序(서)

눈을 뜨고, 다시
세상을 본다. 친구여
버렸던 그 무엇을 줍기 위하여, 그래
이제야말로 잃지 않으려
저 어둠에 묻힌 슬픔의 하얀 뼈, 물살의
흐름속에 온전히 서기 위하여
일어서고 또 일어서기 위하여

기차를 타고 떠나는 사내들이
끊임없이 잊혀지고 있음을
보았다.
유채꽃, 부드러운 젖가슴의
수액이, 졸리운 바다
눈동자를 닮아가며
호주머니에서 버려진 꿈의
하늘 가까이 쓰러지는 순한 눈빛들을

버리고 있었음을
아아 그렇게 버리고 있었음을
무참히 베어지는 나의 등, 허리
어깨, 팔다리, 강가의 풀잎, 노을들이
재빨리 스쳐가며, 흘러가며
낮은 바다의 몽상으로 익사하고
추락하던 어둠의 깊이에서
다시 따뜻함을 기억할 때
볼 부비던 어둠의 온기

빛들에 눈 찔리고
귀 멀어
돌아앉던 날들의 쓸쓸함 가운데
내 몫의 어두움과
어두움 가까이 부드게 무늬지는
무엇들을 보았음으로,
이제는 희미한 이름들을 향하여
소리치며
다시 저 거리로 달려나가고
달려가고 달려가는
가난한 꿈을 끌어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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