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좌담

  ▲사회=동국80년 기획좌담의 이번 주 주제는 ‘大學院(대학원)’입니다.
  먼저 대학원 발전에 관하여 많은 것을 구상하고 계신 원장님께서 그 계획을 말씀해 주십시오.
  ▲李(이)원장=우선 제가 금년에 대학원장으로 취임하게 된 것을 모교에 대한 마지막 봉사기회로 알고 대학원의 효율적인 운영과 지속적인 발전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즉 본교 대학원이 한국의 대학원으로서의 차원을 넘어선 명실상부한 세계 속의 동국대학교 대학원으로 키우고자 합니다.
  남들은 다 대학원 중심의 대학을 꾀하고 있는 현 시기에 결코 우리만이 뒤질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본교 나름대로의 독특한 특성을 중심으로 모든 학문분야를 잘 융합, 조화를 이루어 앞서가는 대학원, 연구하는 대학원을 만들겠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이것이 바로 ‘대학원 대학’이라 해도 무방할 것입니다.
  ▲박=원장님께서는 현재 우리나라 대학이 공통으로 처해있는 학문의 해외의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즉, 외국에 가서 박사학위만 취득해 오면 그 학문적 성과야 어찌 됐던 국내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사람들보다 더욱 우대받는 현재의 풍토가 학문적 종속을 뜻하는 건 아닌지요.
  ▲李(이)원장=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주로 사회과학·자연과학분야이겠지만 우리보다 더 앞선 곳에 가서 학문을 배워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다시 말해 보다 넓고 큰 안목으로 우리보다 나은 학문을 수용하고 그것을 우리 것으로 소화한다면 결코 그것은 종속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국내에서 공부했건, 외국을 다녀왔건 자신이 뚜렷한 존재가 되어야 합니다. 연구의 업적이 뛰어나면 모든 사람들이 다 알아주는 법입니다. 즉 자신만을 위한 학문은 호응이 없습니다.
  ▲장=원장님의 말씀은 잘 알겠습니다. 보다 나은 학문을 체득하기 위한 소신을 가지고 외국으로 나가는 것은 학문의 사대성보다는 단연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현재 대학원이 외국유학을 위한 도구화되는 경향이 있는 것도 부정할 수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외국유학을 다녀와야만 인정을 받는 현재의 풍토 속에서 논문보다는 과정을 더 중요시하는 것 같습니다.
  ▲李(이)원장=물론 그런 면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나 문제는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많은 학생들이 쉬운 공부만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남이 하지 않은 공부, 아직 미개척상태의 독창적인 공부는 전혀 하지 않으려는 무사안일 주의에 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공부는 안하고 자리만 원하는 일이 절대로 있어서는 안됩니다.
  ▲박=本校(본교)는 석사학위 취득 후에 계속해서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이 부족한 상태라 할 수 있습니다. 즉 박사과정을 밟는 동안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을 받게 되는데 이를 학교측에서 교내 연구원이나 감사 등으로 수용하여 어느 정도 도움을 주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李(이)원장=물론 그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주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많은 사람들을 모두 수용한다는 것은 현실여건상 무리가 많습니다.
  제 기능을 발휘하는 연구소가 불교문화연구원이나 한국문화연구소 등의 몇몇에 불과한 뿐더러 조교의 수도 몇 안되기 때문입니다. 즉, 그 문제를 극복하지 위해서는 많은 공부를 통해 뚜렷한 연구업적을 쌓아야 할 것입니다.
  ▲사회=그 문제에 대해서는 학교측이 보다 많은 예산을 책정, 뒷받침을 해주는 한편,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연구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럼 문교당국이 말하는 대학원위주의 교육에 대하여 말씀을 나누도록 하지요. 대학원 위주의 교육이라 하는 것은 대학이 점차로 과거의 상아탑적인 본질적 기능을 잃어가고 있으며 대학원 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거론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李(이)원장=문교당국이 대학에 압력을 가해서까지 대학원 위주의 교육을 실시하려는 것은 그만큼 대학원교육이 부실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학생들이 공부를 안했기 때문에 파생된 것으로 대학의 입장에서 보면 수치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평준화이후 현행 대학교육은 기초학문이 되었으며 이에 따라 대학원이 심화된 전공분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학이 양적팽창을 감당치 못하고 기초분야만을 가르쳐왔기 때문입니다.
  ▲장=문교부에서 말하는 대학원 대학으로 되려면 교수충원 및 연구소의 활성화, 지도교수의 철저한 논문지도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하여 말씀해 주십시오.
  ▲李(이)원장=교수확보문제는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다른 대학과의 학점교류도 인정이 되고 있어 자신이 필요하면 다른 대학교 대학원으로 수업을 받으러 가기도 하지만 계속되는 학생수의 증가 및 학과의 증설에 맞춰 많은 교수가 확보되어야 하겠지요. 그리고 연구소 문제인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현재 연구소가 부실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자리를 만들어 주기만을 바라지 말고 설사 무급이라도 연구원을 자청해 학문에 대한 뜻을 가지고 연구에 일하려는 사람이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만이 침체된 연구소활동에 기폭제가 되고 나아가 학교가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학생수의 급격한 증가와 더불어 모든 학생들에게 학교당국의 시간과 노력이 미치지 못함으로써 빚어지는 형식적인 연구논문지도 문제도 지도교수책임제 및 ‘1교수 1강좌제’를 정착시켜 질적인 향상을 도모하도록 할 것입니다.
  ▲사회=그럼 마지막으로 대학원학생회 및 원장님의 대학원 운영방침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해 구성된 대학원학생회는 아직 그 기반을 공고히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일부에서는 대학원학생회의 존재에 대해 회의마저 느끼고 있다는데 이에 대하여 말씀해주십시오.
  ▲장=그것은 대학원학생회의 존재의의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대학원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작금에 이르러서는 최고학문연구의 산실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학원학생회는 각 대학원간의 학문교류 및 보다 발전된 모습의 대학원 구현을 위해 구성된 단체입니다.
  아직은 구성된 지 얼마 안 되어 별다른 활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많은 계획을 가지고 있고 학교당국에서도 대학원학생회 운영에 최대한으로 도움을 주겠다는 확약을 주었습니다.
  ▲李(이)원장=물론 우리는 대학원 학생 및 학생회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뒷받침해 줄 것입니다. 학사업무의 전산화를 통하여 학생들의 편의를 도모해주고 대학원생 도서실도 크게 확장할 계획으로 있습니다. 또한 각 학문분야의 大家(대가)를 자주 초빙해 그들의 학문적 성과에 대한 특강을 함으로써 학풍진작에 커다란 계기가 되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대학의 특성을 밖으로 표출시켜 외국의 유수한 대학과의 교류를 통하여 남에게 받는 대학이 아닌 남에게 주는 대학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여기서 한 가지 명심할 것은 공부는 학생이 스스로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하여 대학원 운영을 유도하겠지만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학문하는데 노력해 주길 당부하는 바입니다. 즉 공부하는 대학, 발전하는 대학은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사회=개교 80주년을 맞이해 본교는 필연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룩해야 하며 대학원도 그 일익을 담당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원장님의 의욕적인 구상이 좋은 성과를 거두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랜 시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참석자:박우현(철학과·박사과정) 장시기(영문학과·석사과정) 이병주교수(대학원장)
◇사회:홍주연(本社(본사) 기획부장)
◇때·곳:1986년 3월 10일·대학원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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