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미술관 오는 22일까지 亞 4개국 정체성 담은 현대 미술 100여점 전시

‘가깝지만 먼, 멀지만 가까운… 아시아 현대미술(美術)’

그 동안 우리는 ‘피카소’나 ‘앤디 워홀’ 등 유럽과 미국의 미술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반면, 지리적으로 가까우나 상대적으로 만날 기회가 적어 아시아의 현대 미술이 생소하게 느껴지는 이들이라면 대부분 공감할만한 비유이다.

최근 아시아 현대 미술은 세계 미술인들의 주목을 받으며 국제 미술 무대에서 급부상(急浮上)하고 있다.

오는 22일까지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열리는 ‘City net Asia 2009 아시아 현대 미술 프로젝트(이하 시티 넷 아시아 2009)’은 바로 이러한 아시아 현대미술의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는 전시(展示)이다.

아시아 현대미술 모이다
시티 넷 아시아 2009의 가장 큰 특징은 아시아의 주요 미술관 큐레이터들이 참여하여, 그들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사회·문화적 현상들을 주제로 전시를 기획하고 그 도시에서 주목받는 예술가들을 선정하여 변화하는 아시아 현대 미술을 한자리에서 선보인다는 점이다.

이번 시티 넷 아시아 2009에는 서울 시립미술관, 도쿄 모리미술관, 베이징 금일미술관, 이스탄불 현대미술관 등 4개의 도시의 현대 미술관들이 참여했다.

사회적 시각 담긴 서울 展
서울 전시의 주제인 ‘양날의 검'은 9명의 작가들의 20여 점 작품들이 전시되었다. 이들은 특정한 미술 경향이나 시대적 분위기에 편승(便乘)하지 않고, 회화, 설치미술, 사진 등 다양한 형식으로 한국 현대 사회에서 제기되는 정치·문화적 이슈들을 날카롭게 다루고 있다.

최수앙 작가의 ‘The Wing’은 노동으로 거칠어진 여러 사람들의 손이 모여 날개모양을 형성한 작품이다. 60년대 빠른 경제적 성장을 위해 희생되었던 노동자들의 손을 묘사한 것으로, 그들의 희생을 무시한 채 경제 성장 정책에 몰두했던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視線)이 담겨있다.

中 신세대 작가 개성 두각
베이징 전시는 급변하는 경제·사회적 상황 속에서 예술가들이 어떤 방식으로 상상과 표현의 자유를 추구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다리가 희미한 중국 공안의 사진, 급속한 경제 성장을 상징하며 베이징에서 가장 높은 빌딩을 우스운 로봇 모양으로 변형(變形)시켜 합성시킨 사진 작품들은 중국 신세대 작가들의 솔직한 시각이 돋보였다.

또한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못한 작가 바이 이뤄의 작품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인들의 수많은 주민등록 사진을 재료로 수작업을 통해 말 모형을 만들었으며, 낫, 쟁기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나무로 형상화(形象化) 하는 등 신선한 작품을 만들어냈다.

각국 특색 묻어난 해외 展
이스탄불 전시는 현대화 과정에서 빚어진 해결되지 못한 사회적 갈등, 터키 내 이민자들의 고충 그리고 진정한 현대화가 무엇인지 고민하는 음악, 비디오, 회화(繪畵) 등이 제시됐다.

일본의 다양한 지역 출신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 도쿄 전시는 전반적으로 플라스틱, 실, 흙, 고무, 양말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발견할 수 기성품으로 만든 수작업 작품들이 주를 이뤘다.

아시아의 4개의 도시가 미술의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이번 씨티 넷 아시아 2009 전시는 각 국의 사회 문화적 현상(現象)에 대한 현대 미술가들의 시각과 아시아 현대 미술의 흐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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