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의 오아시스 아트 팩토리(Art Factory)

쇳가루 날리는 공장 지대에 예술이 핀다? 오래된 지하상가 내 예술 흥과 정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점포가 생겼다면? 대도시 서울 낡은 곳곳에서 부드러운 재개발이 시작되고 있다. 최근 용도폐기된 공장, 상가 등의 유휴(遊休)공간을 예술가들에게 제공하는 ‘아트 팩토리’(창작 공간)가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수고 짓는 토목이 아닌 예술을 빌려 도심(都心)을 재생시키는 문화의 힘을 아트 팩토리를 통해 느껴보자.
문래동의 두 가지 얼굴
대한민국 철강재 판매 1위였던 곳이지만 재개발 압력으로 많은 상가들이 이전하고 도심 속 외로운 섬처럼 남아있는 곳인 영등포구 문래동 소규모 철재(鐵材) 공장 단지. 매캐한 기름 냄새가 가득한 이곳은 쇳덩이를 자르고 다듬는 요란한 기계 소리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오후 5시 30분, 퇴근하기 위해 서서히 셔터를 내리는 순간 예술작품들이 하나둘씩 창조된다. 이곳은 회화, 조각, 디자인 등 예술가 그룹들이 모여 자생적으로 형성된 예술촌으로, 차갑고 삭막한 철제 상가에 벽화를 그려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 시켰다. 문래 예술촌은 낡은 철재 상가 건물 내부뿐만 아니라 지하실, 옥상 등이 예술가들의 창작욕으로 다시 살아나고 있다. 철재 공장단지 속에서 피어나는 예술, 부조화 속의 조화(調和). 문래 예술촌에서는 밤마다 펼쳐지는 새로운 세상을 경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Tip! 매년 10월 경 ‘물레아트페스티벌’이 개최돼 문래동 철제 상가 지역 일대에 젊은 예술가들의 퍼포먼스 및 전시회 등이 이뤄진다. 낡은 상가 속 지하실, 옥상 그리고 길거리 등에서 선보이는 전시회 및 연극을 찾아 가는 건 어떨까.
가는 방법: 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 도보 5분

시장, 예술과 만나다
황학동 중앙시장 지하에 위치한 신당 지하상가는 한때 지역 중심상권(商圈)을 이뤘으나 지금은 99개 점포 가운데 절반 이상이 비어있을 만큼 쇠퇴한 공간으로 전락(轉落)했다.
그러나 신당 지하상가의 빈 점포들은 서울시의 지원을 통해 공예(工藝) 중심의 소형 스튜디오, 전시실, 공동 작업실 등 색다른 공간으로 변화했다.
아직까지 횟집, 옷가게 등의 상점들과 공존하고 있는 ‘신당창작아케이드’는 섬유, 종이, 금속, 목공예, 판화, 사진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 창작 공간으로, 상가 곳곳을 디자인 작품으로 꾸며 지하상가 전체를 하나의 예술 공간으로 만들었다.
중앙시장 천장에 전시된 예쁜 동물모양 등(燈)은 활기찬 시장의 기운을 밝혀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하상가 기둥, 출입구 등 공용공간이 벽화(壁畵), 디자인 오브제 등으로 꾸며져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창작의 공간답게 예술가들의 머리와 손에서 탄생한 가지 각색의 간판 모양도 주목 할 만하다.
작가들의 손에서 탄생한 기발하고 아름다운 작품들도 직접 볼 수 있고, 시장 속 활력(活力)도 느낄 수 있는 신당 창작아케이드. 일석이조의 재미를 얻고 싶은 사람이라면 주목하라.

Tip! 신당 창작아케이드 내 알록달록 예쁜 작품이 가득한 공방들은 유리 벽으로 구성되어, 방문객들이 실제 창작(創作)이 이뤄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또한 직접 들어가 예술가에게 궁금한 사항을 물어보거나 공예품 제작을 직접 배워볼 수 있다!
가는 방법: 지하철 2호선 신당역 1번 출구 도보2분
 

서울 속 예술공장은 많다!
한때 허물어질 날만 기다리던 옛 인쇄 공장(工場)이었지만 현재는 날마다 새로운 예술이 만들어지고 있는 금천 예술 공장, 연극의 메카였던 드라마센터를 재탄생시킨 ‘남산예술센터’, 동사무소를 홍대지역 문화 창구로 변모시킨 ‘서교예술실험센터’ 등 폐기된 공간들이 예술의 힘을 통해 창작의 발전소로 변신하고 있다. 아트 팩토리는 기존의 낡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던 유휴공간만의 분위기와 예술가들의 창의(創意)와 열정이 담긴 오브제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이색적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면 서울 도심 속 숨어있는 아트 팩토리를 방문해 보는건 어떨까. 아트 팩토리는 우리 도시의 낡은 곳곳에서 부드러운 재개발을 선도하며 도심 속 새로운 문화 지도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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