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의혹 해소위해 발벗고 나서라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 이른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특별검사의 수사가 시작된지 50여일이 넘었다.
그런 가운데 지난달 24일 김진흥 특별검사는 다음달 5일로 끝나는 1차 수사 기간을 한달 더 연장하겠다고 공식발표했다.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에는 60여 일의 수사기간이 부족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동안에 뭐를 했길래 아직도 수사할 것이 남아 있다는 걸까. 왜 수사를 한달 더 연장하려는 걸까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특검팀 핵심 관계자 가운데 한 명으로부터 이미 수사의 90%가 끝이 났으며 더 이상 파봐야 나올 것이 없을 것이라는 말을 직접 들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특검팀이 새롭게 제시한 내용은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1억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추가로 밝혀 낸 것이 유일하다.
그나마 불법자금인지 여부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수사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조금 지난 뒤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 비리 의혹사건을 전담하던 이준범 특검보는 갑자기 ‘스트라이크 아웃과 홈런론’을 거론했다.
홈런을 치는 것만 성과가 아니라 스트라이크 아웃을 잡아내는 것도 성과라는 말인데, 설명인즉 의혹 사건 수사를 통해 기존의 의혹을 사실로 밝혀내고 새로운 비리를 찾아내는 ‘홈런’도 중요하지만 의혹은 단지 의혹일 뿐이며 사실 무근임을 밝혀낸 즉 ‘스트라이크 아웃’도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준범 특검보의 ‘스트라이크 아웃과 홈런’론이 거론된 뒤 이번 의혹사건 가운데 큰 물줄기인 ‘선앤문 그룹 95억원 전달 녹취록’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는 결론이 특검팀으로부터 나왔다.

이어 청주키스나이트 클럽 사장 이원호씨가 노 캠프에 전달했다는 50억원도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다.
또 부산지역 건설업체로부터 300억원을 거뒀다는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비리 의혹과 관련해 300억원도 실체없는 숫자라는 잠정 결론이 내려졌다.
이번 특검의 세 갈래 의혹이 모두 사실 무근으로 결론이 내려진 셈이다.
그런데 이런 결론이 도출되는 과정에 문제가 있음을 시사하는 문제가 터져 나왔다. 세명의 특검보 가운데 한 명인 이우승 특검보가 중간사퇴를 한 것이다.
이 특검보는 파견검사가 수사를 거부하고 교묘히 수사를 방해해 더 이상 수사를 할 수 없다며 특검팀을 뛰쳐나온 것이다.

이 특검보는 조사를 받던 참고인의 다리를 걷어 찬 이른바 폭력수사를 했고 파견검사가 이를 문제삼으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그런데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할 이 특검보의 증언이 있다. 115억원이라는 거액을 37회에 걸쳐 사기 대출해 준 농협담당자인 참고인이 자신은 몰랐다는 말만 녹음테이프처럼 반복했고 이를 수사하는 수사관은 기계적으로 받아 적으며 조서를 꾸몄다는 것이다.

문제점을 추궁해야할 수사관이 변명으로 일관하는 참고인의 말을 그대로 받아 적기만 했다는 것이고 이를 듣던 이 특검보가 흥분을 참지 못한 것이다.
이 특검보의 말대로라면 수사관은 수사의지를 전혀 갖고 있지 못한 것이다.
특검팀은 수사 대상자의 입에서 무슨 말이나 나와 주기만을 바라는 너무 안이한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녹취록도 김도운 전 검사가 제공한 것인데 결국 아무런 협의점이나 의구심 없이 이 녹취록도 사실무근으로 결론 내려 질 태세다.

특검팀의 한 관계자는 실체 없이 부풀려진 의혹만으로는 70명이 넘는 방대한 수사팀이 꾸려진 것은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라고 한탄한다. 그리고 특검팀을 통과시킨 정치권이 참으로 무책임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의혹은 사실과 다르며 단지 실체 없는 의혹임을 밝히는 것도 분명 중요한 수사성과일 것이다. 그리고 당리당략에 따라 의혹 부풀리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정치권도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특검팀이 이런 모습 그대로 한달이라는 시간만을 채우려 한다면 분명 특검팀에 역풍이 불 것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정말 마지막까지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는 특검팀을 다시한번 기대해 본다.

이 상 현
사회과학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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