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이고 주체적인 정책설정 우선돼야”

2004년 총선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대학 구성원들은 정당별 교육정책에 대해 모르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지난 8일 본사 회의실에서 전국대학신문기자연합 주최로 ‘정당별 교육 정책! 대학주체들이 평가한다’ 라는 주제의 좌담회가 열려 정당들의 대학정책과 대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이날 좌담회의 사회는 고영(고려대경영대학원 석사과정) 총선대학생연대 집행위원장이 진행했으며 패널로는 박거용(상명대 영어교육) 전국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과 한정희 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국장, 정규환 한국대학비정규직교수 노동조합 부위원장, 임수욱(화공4) 본교 총학생회 학자투위원장이 참여했다.                          - 편집자

 

정당별 교육정책 부재

사회=그동안의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와 함께 17대 국회의 교육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한다면.

박거용(이하 박)=한나라당과 민주당, 열린우리당 모두 전문위원이 전무하기 때문에 교육철학은 고사하고 지난 대선 때 공약 중에서 교육부분만 빼서 나열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당의 교육정책을 비교한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라고 본다.
정당의 정책생산 구조가 변해야한다. 각 당 정책보좌관을 전문적으로 교육시켜 국회가 바뀌어도 정책보좌관은 바뀌지 않게 해 연속·전문적으로 교육정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규환(이하 정)=동의한다. 각 정당의 교육철학과 이념이 부재한 상태다. 전직 대학총장이 전문가인양 교육부장관을 맡으면서 대학운영에 관련된 사람의 이익관계를 대변하는 정책만 제출하고 있다. 결국 국민들이 원하는 교육정책과는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다.
한정희(이하 한)=먼저 지금까지 교육정책을 망쳐놓은 사람들이 국회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정당별로는 전향적인 문제해결의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인물 한사람 한사람의 정책을 보면 그러한 의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정당의 이념으로 정책을 생산하기보다는 해당시기 민원대로 절충되어왔기 때문에 국회에서 교육철학이 제시되는 것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

임수욱(이하 임)=교육은 백년지대계임에도 불구하고 교육정책은 교육부장관 혹은 해당시기 국회가 바뀔 때마다 방향 없이 흔들리고 있다. 이로 인해 결국 피해를 받는 것은 학생들이다. 교육은 공공재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수익자부담의 원칙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학운영위’ 건설돼야

사회=총장선출 및 대학운영의 민주적 절차에 대한 견해는. 

한=국립대는 총장선거가 치러지지만 사립대의 경우 약 90%가 재단에서 임명하고 있어 학내구성원이 참여하는 구조자체가 막혀있는 현실이다.
현재 정당별 정책을 살펴보면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는 대학구조조정에 대한 정책만 나와 있고 구성원이 대학운영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가에 대한 공약은 없다. 비리가 난무한 대학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구성원의 지위를 법제화하는 것이 우선이며 구성원의 대표가 모여 대학운영위를 건설해야한다. 

정=대학교수의 50%가 시간강사로 불리는 대학강사다. 하지만 대학강사는 총장선거뿐 아니라 학내 모든 사안에 있어 의사결정통로가 없다. 현재의 학내 3주체라 불리는 교수·교직원·학생 중 교수의 50%는 제외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대학운영에 합리적이고 비판적인 세력이 될 비정규직 교수에 대한 법적 신분보장이 중요하다. 비정규직 교수가 법적지위를 가졌을 때 제대로 된 학내민주화가 이뤄진다.

박=학내 민주화는 사립학교법·고등교육법의 민주적 개정 속에서 대학운영위원회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현재는 대학 3주체의 대표기구가 공식기구가 아니다. 이런 현상에서 총장선출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사치스러운 일이다. 대학구성원의 법적 지위 및 대학운영에 참여하는 부분에서 각 당 정책을 보면 민주노동당을 제외하고는 거론되지도 않고 있다.
임=동의한다. 총장직선제를 통해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총장일 경우에도 구성원들의 지위가 법제화되지 못한 경우에는 공약으로 제시한 부분을 발뺌하면 그만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대표기구의 법제화가 필요하다.


교육재정 부족이 근본원인

사회=대학등록금 1천만원 시대가 열렸다고 한다. 교육재정에 대한 견해는.

박=교육재정확보를 위한 혁명적인 조치 전에는 숫자놀음에 그칠 것이다. 민노당 등 진보정당에서 무상교육을 제시하고 있지만 과세제도의 대폭적인 변화 전에는 불가능하다. 대기업에서 교육세를 거둬드린다거나 남북협력을 통해 무기사용료 등을 축소하는 등 교육재정 확보를 위한 구체적 대안이 필요하다. 또한 등록금 납부 시 등록금 후불제, 분할제 등 현재 학생들이 느끼는 부담감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도 필요하다.

또한 현재 정부에서 진행하는 국립대 공인법인화는 국립대 지원을 포기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 흐름과 함께 하는 정당을 선출해서는 안 된다.
임=보통 등록금 투쟁의 과정에서 등록금인상이 학내의 문제로 귀결되기 쉬우나 등록금의 본질적인 문제는 교육재정 부족이다. 정부가 교육에 대한 철학 없이 수익자부담원칙만 내세우며 학내 재정 부족분을 학생들의 책임으로 전가되기 때문에 학생들의 부담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조금 있는 교육재정마저도 일부 상위권 대학이 독식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현재 정부정책이 ‘신자유주의’를 표방하면서 생기는 문제다. 이렇게 되면 경쟁력 있는 일부 대학만 살아남고 나머지 대학은 모두 죽는다.
학생들의 의식도 잘못됐다. 등록금 납부자가 자신이 아닌 부모님이기 때문에 지금처럼 방관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납부하게 된다면 등록금투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또한 학교 측도 등록금을 지불하는 학생을 협상파트너로 인정해야 한다.   
 
한=교육재정 중 대학재정이 전체의 11%밖에 되지 않는 점도 문제이다. 이것이 405개 대학으로 분할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학재정이 20%는 돼야할 것이다. 또한 사립대학 재단이 학교운영의 든든한 후원자로서의 위상을 새롭게 잡아야 한다. 


지역 균형발전 필요

사회=지방대학이 입학정원 감소, 수도권 대학으로의 유출, 취업 시 소외 등으로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 지방대 육성을 위한 의견은.

임=취업시 차별이 가장 큰 문제다. 현 정부의 대안은 미봉책일 뿐이다. 대학평준화에 대한 문제로 접근 돼야 할 것이다.

한=지방대 소외문제는 한국에서의 지역 서열화 문제, 대학구조조정 문제, 대학서열화문제 등 총체적 교육문제의 결과물이다. 각 당의 정책은 지방대 육성안에 대한 재정지원밖에 없다. 이미 서열화된 상황에서는 아무런 대책이 될 수 없다.

정=국·공립대 통합 운영 및 사립대의 국립화가 대학 서열화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본다. 그러나 현재 교육부 정책은 완전 역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박=정부는 지역 균형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대학으로 보고 있다. 이는 말이 마차를 이끌어야 하는데 마차가 말을 이끌고 있는 격이다. 지역의 경제 문화 발전이 균등하게 됐을 때 해당 지방 대학 역시 그 위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체적 대처방안 세워야

사회=교육개방에 있어 민노당이 반대입장을 내놓았을 뿐 대다수 정당은 이에 대한 정책을 내놓지 않았다. 어떻게 보는가.
 
정=민주노동당 외에는 미국의 우산아래 있어야 한다는 사대적이고 식민적인 사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17대 국회는 교육개방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을 지녀야 한다.

한=이미 양허안이 제출된 상황에서 국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현재 모든 조건이 마련됐음에도 외국교육기관이 우리나라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는 과실금 송금이 막혀있기 때문이다. FTA 협정을 통해 투자송금을 막아야 할 것이다.

박=교육개방에 있어 자발적 자율화 조치가 가장 문제인데 우리나라는 현재 협상도 하기 전에 빗장을 열어놓은 격이다. 과실금 송금, 외국교육기관 특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의 경우처럼 외국교육기관이 들어오되 대학졸업으로 인정하지 않는 등의 주체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한=한나라당이 교육개방관련 정책이 없는 것은 이미 개방해야한다고 당론을 정리했기 때문이다. 대학의 경쟁력을 위해서는 외국교육기관이 들어와서 더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민주당과 열린우리당 역시 개방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정책에 관심 기울여야

사회=각 정당에서 내놓은 교육정책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와 정책의 실효성 대해 평하면.

임=교육이념은 그 정당의 정치 이념과 같이 할 것이다. 17대 국회에서는 지금까지 망쳐놓은 기득권 정당이 아닌 개혁적인 진보정당의 원내진출을 이뤄 학생들이 교육에만 매진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됐으면 한다.

한=각 정당 교육정책의 내용이 부재하다보니 대안만 토론됐던 것 같다. 교육주체들이 현실적으로 제안하면서 견제하는 것이 과제라고 본다.

정=17대 총선에서는 교육환경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제시하는 정당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지지해야하며 교육주체들의 요구사안이 광범위하게 선전되고 연대돼서 진행돼야 한다.

박=국민들이 초·중·고 교육에는 관심이 많아 다양한 교육정책이 제시되지만 대학교육에는 관심이 없다보니 대학정책은 부재하다. 교육전문 위원들이 장기적인 전망을 가지고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정리=최우석 기자


사회=고영(총선대학생연대집행위원장)
박거용(전국 교수노동조합 부위원장)
한정희(전국대학노동조합 정책국장)
정규환(한국대학비정규직교수 노동조합 부위원장)
임수욱(본교 총학생회 학자투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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