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학과 김용현 교수

김정남 암살사건에 세계의 시선이 쏠려 있지만, 사건 발생 바로 하루 전 2월 12일, 북한이 쏜 북극성 2형 미사일도 한반도 정세에 미치는 파장이 크다. 군사뿐만 아니라 외교적으로도 미사일 발사가 갖고 있는 파장이 만만치 않다.

군사기술적으로 북극성 2형 발사는 의미가 크다. 이번 미사일은 3,000km를 날아가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로 북한은 IRBM 발사 능력이 있음을 보여줬다. 사거리 3,000km 미사일은 오키나와와 미국령 괌을 타격할 수 있다. 괌은 미국의 전략자산들이 전진 배치되어 있는 중요한 지역이다. 한반도 전쟁 위기 때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미국의 B-52, B-1B, B-2 등 각종 전략 폭격기 편대가 줄지어 출격하는 곳이 괌이다. 오키나와도 미국의 중요한 전략, 전술 자산들이 전진 배치되어 있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지상에서 똑같이 발사한 것으로 SLBM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데도 의미가 있다. 이번 미사일이 고체 연료를 사용하고, 이동수단으로 무한궤도형 차량을 이용함으로써 사전, 사후 탐지가 어려운 IRBM이었다는 점도 주목의 대상이다. 긴 시간 연료 주입이 필요 없는 고체연료에다, 도로가 아닌 다른 특수 지형에 숨겨놨다가 바로 발사를 할 수 있는 이 미사일은 은닉과 발사 후 차량의 생존율도 꽤 높였다.

발사 시점으로 봐도, 이 미사일은 당시 워싱턴에서 열리고 있던 트럼프와 아베의 미일정상회담을 정면 겨냥했다. 북한은 자국의 핵과 중장거리 미사일 문제를 양국 정상회담의 의제에 올리는 효과를 노렸던 것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가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에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파장이 크다. 북극성 2형 발사는 북한이 미국과 관계를 풀어 가는데 있어서 미국에 밀리지 않겠다는  적극적 의지를 과시한 것이다. 북한은 이후 트럼프 정부가 어떤 수준에서 반응할 것인가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키리졸브’ 한미연합군사훈련를 겨냥한 측면도 있다.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를 정점으로 한 미국 항모전단이 한반도 해상으로 오고 있다. 이에 대한 대응, 즉 항공모함 전단의 전개에 부담을 주려는 의도도 크다. 이번 북극성 2형 미사일 발사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의 일부를 보여준 것으로도 판단된다. ICBM 발사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대한 대응능력이 있음을 과시하는 의미도 있었다.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으로 가는 흐름이다. 이번 미사일 발사로 북미관계는 보다 강대강(强對强) 대결구도로 고착되는 것 같다. 김정남 암살사건까지 겹쳐서, 이래저래 한반도 정세가 당분간 얼어붙을 것 같다. 한반도에 꽃피는 춘삼월은 언제나 오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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