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성훈 광고홍보학과 교수, 본사 논설위원

남산에 오를 때면 돈을 버는 기분이다. 정확히 1년에 1천만 원씩. 이 셈법은 5년 전 동국대에 부임했을 때 한 선배 교수로부터 전수받은 것이다. 남산을 산책하며 얻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굳이 돈으로 환산하면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사계절 1주일에 사흘씩 남산 산책로를 횡단했으니 지금껏 남산이 내게 5천여만 원을 거저 준 셈이다. 이제는 아침에 집을 나설 때 “학교에 간다”고 하지 않고 “남산에 간다”고 말한다. 이렇게 내겐 남산이 동국대가, 동국대가 남산이 되었다. 서울 시내에서 남산만한 자연을 품은 대학 캠퍼스가 또 있을까? 동국대로서는 부처님같은 산이다.

남산지킴이가 되다 보니 각계 각층에서 연중 벌이는 남산 가꾸기 노력을 자주 보게 된다. 지난 식목일에는 남산 자락에서 외국인 전용카지노인 ‘세븐 럭’을 운영하는 그랜드코리아레저의 임직원이 팬지와 금잔화 등을 식재했다. 2009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또 대림산업 임직원들은 10년 전부터 여름이면 산책로 주변에 무성하게 자란 잡초와 넝쿨 들을 제초한다. 이 회사의 본사는 종로구에 있다. 또 남산 주변에 터를 잡지 않은 신한금융그룹도 3년 전부터 해마다 남산을 가꾸고 정화하는 일에 열심이다.  

쑥스러운 일은 남산의 커다란 수혜자인 동국대가 이같은 남산 가꾸기 노력에 정작 소홀하다는 것이다. 그동안 동국대의 손길을 볼 수가 없었다. 받기만 하지 돌려주는 일에 인색한 것이다. 물론 동국대가 돌려주는 일에 모두 소홀한 것은 아니다. 1997년 발족한 ‘동국 참사람봉사단’은 그간 대학이 수행하는 지역사회 봉사에서 큰 모범이 되었다. 2005년부터 올해 4월까지 모두 619명의 재학생들이 ‘멘토링 공부방’에 참여해 중구 관내에 사는 저소득층 초등생 1,662명의 학업을 도왔다. 참으로 장한 일이고 또 이 때문에 재작년에는 서울시 사회복지협의회로부터 표창상을 받기도 했다. 이제는 좀 더 욕심을 내 남산을 가꾸는 일에 동국대가 적극 나설 때다. 남산은 결코 무주공산이 아니고 우리 동국대의 산이며 얼굴이요 상징이다. 엊그제 여름 초입을 맞아 오른 남산 산책로 실개천은 잡초 하나 없이 말끔히 단장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이맘때는 잡풀이 오랫동안 우거졌었다. 서울시 남산관리사업소가 철마다 관리를 한다지만 인력이 부족하다. 봄과 가을, 벚꽃과 가을 낙엽이 떨어진 산책로와 실개천을 청소하는 데는 많은 손길이 든다. 남산은 서울시민의 산이요 이를 가꾸는 일은 동국대가 보다 큰 지역사회에 봉사하는는 길이기도 하다.  남산 가꾸기 노력과 함께 해야 할 일이 또 하나 있다. 남산은 동국대 브랜드의 귀중한 자산이기도 하다. 불교 대학이라는 브랜드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국제화’나 ‘연구와 교육 선도 대학’이라는 브랜드는 다른 대학과 차별성이 없다. 서울의 대학들 중 동국대처럼 지근거리에 산을 끼고 있는 곳은 별로 없다. 고작 관악산의 서울대와 북한산의 국민대 정도이다. 하지만 관악산과 북한산은 너무 커서 한 특정 대학의 브랜드 자산으로 삼기 어렵다. 반면 남산은 다르며 남산의 동국대 브랜드화는 현실성이 있다. 이를 위해 우리가 고민하고 뜻을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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