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환
계명대 국경연구소 소장

과거 일본과 독일은 인류를 전쟁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독일은 동서로 분단되고 전 국토의 약 20%를 폴란드에 양도하는 대가를 치렀다(오데르 나이세 선). 같은 전범 국가 일본은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 대신 다신 전쟁을 하지 못하는 평화국가로 거듭났다. 군사력 보유와 교전(전쟁)권을 금지하는 평화헌법이 그것이다.

보수세력들은 평화헌법이 일본을 비정상적인 국가로 만들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교전권을 가진 ‘보통국가’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아베 총리의 적극적 평화주의론은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과 더불어 ‘평화’를 위한 적극적 군사 활동을 하겠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선 집단적자위권(교전 권) 행사가 가능해야 하며, 군사력 강화가 따른다.

일본의 군사력 강화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국이 재정적 부담을 덜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선 일본의 군사력이 필요하다. 1997년 미-일 간에 신가이드라인(방위협력지침)이 책정된 후 일본의 군사력 강화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군에 대한 지원을 명분으로 일본은 2000년대 들어와 이른바 전쟁법 (주변사태법, 유사 3법)을 제정하여 전쟁 수행을 위한 국내 체제를 정비했다. 아베정권이 평화헌법의 해석을 변경해 집단적자위권을 가지려는 것은 국내의 전쟁법 체제를 국제적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문제는 과거 전쟁에 반성이 없는 일본이 군사력을 강화하고 교전권을 가지면서 침략을 되풀이 하고 한국 안보를 직접 위협한다는 점이다. 미국을 배경으로 일본이 군사력을 키우면 한국은 비극을 맞았다. 러일전쟁에서 미국이 주선한 포츠머스 조약으로 일본은 조선을 보호국화했고,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조선의 식민지화를 앞당겨 졌다.

일본의 군사력 강화는 동북아의 안보질서를 변화시킨다. 한미일의 삼각체제에서 한미동맹은 미일동맹의 종속변수이다.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역할이 커지면, 미국은 한반도 문제를 일본의 ‘관리’에 맡길 수 있다 는 우려도 있다. 전시작전 통제권을 미국이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유사시 미군과 자위대가 한반도에서 공동 작전을 전개할 수 있으며, 우리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다. 미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은 자위대가 한반도에서 군사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연결고리이다.

최근 한국 정부는 일본의 집단적자위권을 ‘유엔헌장에 나와 있는 보통국가의 권리’ 라며 용인하는 듯하다. 그러면서 미국에게 ‘한반도 주권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우리의 입장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했다. 미국은 ‘이해한다’는 의례적 태도를 보일 뿐이다. 집단적자위권을 앞세워 일본이 과거의 전범 국가로 회귀하려 한다. 가장 큰 피해자인 한국은 계속해서 일본의 전쟁 책임을 말해야 하며, 일본의 군사 국가화에 분명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저작권자 © 대학미디어센터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