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아미타경 반환을 계기로 알아보는 유출문화재의 환수방안

최근 우리학교로 반환된 ‘불설아미타경’. 우리학교의 전신인 중앙불교전문학교의 도서관 장서로 국내에 남아있지 않는 희귀본이다.
근년 일본에서 도난당한 한국문화재들이 국내로 반입되었고 사건 경위가 밝혀지면서 이 문화재들의 소유권 문제가 법정으로까지 비화되었으나 ‘선의의 취득’을 적용하여 일본으로의 반환은 물론 강제 환수조차 어렵다는 법적 판결이 내려졌다. 이에 대하여 일반인들 사이에서는 원래 우리 것을 약탈해간 것이니 돌려줄 필요가 없다는 견해가 적지 않았는데, 심정적으로 이해는 되지만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은 감정적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유출문화재 환수의 법적근거

유출문화재 반환과 관련한 법규로는 국내 민법과 문화재보호법,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 협약 등이 있다. 유네스코 협약은 반환 요청국이 선의의 매수인이나 정당한 권리자에게 합당한 보상을 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또한 최근 문화재보호법은 도난 미술품의 경우 공소시효를 두지 않고 수사ㆍ처벌한다는 취지로 개정되었다.
이는 미술품의 도난과 불법 유통을 방지하기 위하여 문화재 관련사범은 일반 범죄와 달리 다뤄야 한다는 필요성에 근거한 것이다. 또한 국제법적으로 절도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이동된 문화재는 소장자에게 돌려주도록 되어있다. 따라서 국내 법규와 한·일 양국이 모두 가입한 유네스코 협약에 따르면 불법유출문화재는 당연히 돌려줘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민법 제249조 ‘선의취득’ 조항만이 반환을 거부할 수 있는 논리인데, ‘선의취득’을 확대 적용하면 특히 불법취득 문화재의 대부분이 불교관련 유물인 점을 고려할 때 소중한 불교성보는 도굴꾼이나 절도범들의 손에서 남아날 게 없다. 문화재를 일반적 재물과 구분하지 않고 ‘선의의 취득’만을 적용하거나 ‘원래 우리 것’이라는 감정적 대응으로 원 소장자에게 돌려주지 않는다면 이로 인하여 앞으로 적지 않은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우선, 일본의 경우를 예를 들자면 소재와 미술품의 가치가 알려지는 것을 꺼려 한국 연구자에게 자료를 공개하지 않을 것이며 이는 곧 앞으로 상당히 많은 일본 내 한국문화재의 발굴, 조사, 연구가 거의 불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큰 걱정은, 명확하게 불법적으로 유출된 우리의 많은 문화재조차 찾아올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유출문화재 현황파악 어려워

일본에 있는 한국문화재는 국립문화재연구소,국제교류재단 또는 개개 연구자의 성과물과 일본 자체의 공개 자료를 통하여 막연하게나마 상당량이라고 짐작할 뿐 실제 수량은 알고 있지 못하다.
즉, 우리는 지금껏 일본에 있는 우리 문화재에 대한 현황파악 조차도 제대로 하지 못하였으며,나아가 반환 요구의 선결 조건인 재일 한국문화재의 반출 경로에 대하여는 거의 아는 것이 없는 딱한 실정이다.
재일 한국문화재의 반환을 위하여는 현황 파악과 동시에 반출이 불법적이었는지 아닌지의 여부를 객관적 자료로 입증하여야 한다.재일 한국 문화재의 현황파악을 위한 조사 및 공개는 순전히 소유자의 의지에 달려 있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더욱이 불법성을 입증하는 것 역시 일본의 비협조적인 정서로 볼 때 순전히 우리의 몫이나 현재 국내의 영세한 자료로는 이미 한계에 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일 한국문화재의 수용 경위와 불법성 여부는 단발적인 조사 만으로 입증할 수 없으며 지금까지의 사례로 보아 끈질긴 자료 발굴과 장기간의 연구로서만 밝혀낼 수 있다.
현황 파악은 물론 수용 경위를 밝혀내는 일은 말할 필요 없이 전문가의 몫이다. 특히 일본 내에서 지속적으로 활동 가능한 연구자가 절실히 필요하나 현재 한국미술을 전공하고 일본의 미술관ㆍ박물관에 정식 직원으로 근무하는 연구자는 단 한명도 없는 실정이다.

불설아미타경 환수의 의미

일본 고마자와대학(駒澤大) 도서관은 지난 2월 19일 ‘불설아미타경’ 1책을 본교 도서관에 아무런 조건 없이 기증하였다. 그 사유는, 근래 기증받은 도서 가운데 동국대 전신인 중앙불교전문학교 도서관 장서인(藏書印)이 찍힌 ‘불설아미타경’을 발견했고 입수경위는 불분명하지만 원 소유가 동국대학교로 판단되어 반환한다는 것이다. 이는 앞서 언급하였듯이 재일 한국문화재의 반환과 관련하여 한ㆍ일간의 견해차이가 상당하고 불법유출을 우리 스스로가 입증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염두에 두고 볼 때 감동적이지 않을 수 없다.
이‘불설아미타경’은 17세기 초 해남 대둔사(대흥사)에서 간행한 판본으로 국내에 남아 있지 않은 희귀자료이다. 특히 책머리의 그림(변상도)은 임진왜란 이전인 16세기의 도상을 적극 계승한 대표적인 사례이며 본문이 한문과 함께 언해가 포함돼 있어 임진왜란 직후 한글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고마자와대학 관계자의 혜안과 선심(善心)에 경의를 표하며, 예를 지키며 신속하게 대응하여 본교 반환을 성사시킨 도서관 관계자의 노고도 치하하고 싶다.                 

 

 

정우택
동국대학교 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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