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세계문화엑스포에 오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라는 방송소리와 함께 셔틀버스 문이 열린다.
  행사장 정문에 도착한 수많은 인파는 ‘새천년의 미소관’으로 우르르 몰려간다. 미소관 안에는 백남준씨가 제작한 백팔번뇌라는 작품을 비롯한 기상천외한 영상으로 입장객들의 눈을 사로 잡는다.
  “영상실로 가시는 쪽은 오른쪽입니다”는 안내원의 말에 ‘새천년의 미소’라는 주제로 펼쳐지는 영상을 보기위해 많은 인파는 또다시 그쪽으로 향한다.
  18분 동안 상영된 영상은 새천년의 미소로 전세계의 갈등과 분란을 극복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마지막 장면에 소녀가 문화엑스포 상징물인 수막새를 치켜들며 그 대미의 막을 내린다.
  그러나 미소관을 제외한 각 문화관 등은 관람객이 한산했고 기념품관과 음식관에만 사람들이 몰려든다. 또한 ‘우정의 관’ 옆 상점에서는 영덕대게 삶는 냄새가 진동했고 그 안에서는 술판을 벌인 사람들도 있다.

  눈을 한 번씩 돌릴 때마다 눈에 띄는 것은 기념품관과 문화관을 가장한 상점들뿐이다.
  경주의 천년 역사를 세계만방에 떨치겠다는 경주세계문화엑스포라는 모습은 찾기가 쉽지 않았다.
  물론 비싼 입장료를 지불하고 엑스포를 보러왔지만 단지 즐기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세계문화행사다운 엑스포의 모습이 부족한 것인지.
  행사장에 아이를 데리고 온 한 아주머니는 “구경할 곳은 몇 군데 밖에 없고 모두 물건 파는 곳 밖에 없네요. 그리고 세계엑스포인데 외국관광객이 별로 없어요”라며 행사 의미를 되짚어보게 한다.
  국내에서 최초로 열리는 세계문화엑스포이건만 올해 엑스포를 거쳐 간 사람 중 몇이나 웃고 있는 경주엑스포의 수막새를 다시 보기 위해 찾아올까하는 생각이 엑스포장을 나오는 내내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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