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항선 최후의 간이역들

▲ '청소'역은 장항선의 역사 중 '임피'역 다음으로 오래된 역이다.

장항선이 달라지고 있다. 장항선의 속도향상을 위해 개량이 진행되고 있는 탓이다. 이 과정에서 폐역이 속출했지만, 아직까지 제자리를 지키는 역들도 있다.

여름방학을 맞아 장항선을 따라 역 탐방에 나서보자. 각 역의 개성을 느끼고 사라질 역들을 기억에 담아보면 어떨까. 그중 보령시에 있는 3개 역들은 용산역에서 3시간정도 걸려 갈 수 있는 역들이다.

목적지 중 하나인 간치역을 들렀다. 간치역은 이미 2007년 6월 1일 여객취급을 중지했다. 역사는 흔한 구조인 ‘볼록할 철(凸)’자 형태다. 승객도 없고 역사가 특이하게 생기지도 않았지만 직원이 상주하며 제 역할을 다한다. 간치역은 장항선과 서천화력선의 분기점으로 신호를 책임진다. 아직까지 단선인 장항선에서 지선 화물노선의 신호 통제 역할을 맡은 3개 역 중 하나다. 다른 역할이 있다면 화물취급이다. 역 구내는 시멘트화차들로 가득하고 시멘트 사일로도 우뚝 서있어 “나는 장항선의 시멘트 책임자”라고 말하는 듯했다.

긴 역사(歷史)라면 청소역을 빼놓을 수 없다. 현존하는 장항선의 역사 중 임피역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역으로, 1961년 건축됐다. 근대 간이역의 건축 양식이 드러나 있고 역사 원형이 잘 보존된 점을 인정받아 2006년 등록문화재 제305호로 지정됐다. 승강장은 성인 2~3명이 지나다닐 수 있는 정도의 폭으로 상당히 좁다. 역 대합실 역시 작은 규모다. 대합실에 놓인 벤치가 입구와 출구를 이어주고, 역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매표창구를 만날 수 있을 정도였다. 소규모 역답게 열차는 하루 총 8회 정차한다. 2013년 8월 1일부터는 승차권 발매방식이 차내발권으로 변경됐다. 열차승무원을 만나 표를 사야 하기에 열차 이용은 불편하지만, 작은 간이역의 분위기를 느끼기에는 더없이 좋다.

역사(驛舍) 없는 진짜 간이역에 가보고 싶다면 청소역 인근의 원죽역으로 발길을 돌리면 된다. 기차가 서지 않는 원죽역이 갖고 있는 것은 오직 승강장 하나와 선로 하나, 지붕, 그리고 벤치가 전부다. 민트색 쇠기둥들이 철제지붕을 떠받쳐 준다. 벤치 군데군데 칠이 벗겨져 있지만 빨강, 노랑, 초록, 남색 등 여러 색으로 칠해져 있어 초라함보다 화려함이 느껴진다. 승강장은 풀의 안식처가 됐고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나무는 바람에 제 몸을 맡기고 흔든다. 승강장 한쪽에는 옛날에 만들어진 역명판이 아직 건재하다. 글씨체와 바탕은 물론, 영어표기법도 옛 스타일이기에 호기심을 자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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