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추억·낭만의 대명사, 구 강촌역

경춘선 전철개통으로 강촌역은 자리를 옮겼지만, 구 강촌역에는 기차를 타고 MT를 다니던 대학생들의 젊은 추억이 아직도 남아있다.

5월은 대학생들의 MT시즌이다. 수도권 대학생들의 단골메뉴 중 하나는 경춘선의 강촌이다. 무궁화호가 다니던 과거나 전철이 다니는 지금이나 모두 유효한 공식이다. 본래 무궁화호로 갈 수 있던 곳이었지만 2010년 12월부터 무궁화호가 다니지 않게 됐다. 무궁화호 운행 종료와 동시에 경춘선 전철이 운행됐고 강촌역은 강가에서 내륙으로 이전됐다. 이제 열차가 들어오던 구 강촌역의 모습은 기억에만 남아 있다.

구 강촌역은 대학생이 많이 찾았던 곳답게 역 곳곳에 대학생만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 중 하나는 그래피티를 비롯한 낙서들이다. 한때 미관상의 이유로 낙서들은 자주 지워지고는 했다. 그러다가 코레일과 몇몇 전문가들이 강촌역 벽면에 칠해진 그래피티를 지우지 않기로 결정했다. 코레일은 한국관광공사의 협조로 작가 10명을 초대해 승강장 기둥과 벽면에 그래피티 작업을 해 줄 것을 의뢰했다. ‘낙서투성이 기차역’이라는 평을 듣던 강촌역은 낙서를 예술로 승화시켜 자유로운 문화의 장으로 거듭난 것이다.

구 강촌역은 자유로움은 물론 빼어난 풍경도 빼놓을 수 없었다. 무궁화호가 다니던 시절의 강촌역은 강을 끼고 있던 곳이었다. 강은 경강역부터 강촌역을 조금 더 지난 곳까지 파노라마사진처럼 이어졌다. 그래서 승강장에서 강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인접한 강가로 내려서 물놀이 하는 재미도 있었다. 춘천까지 가는 사람들도 무언가에 홀린 듯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는 곳이었다. 역의 구조도 그냥 보고 지나칠 수 없었다. 터널이 역을 감싸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역 옆에 산이 있기 때문에 낙석이 발생할 우려가 있었고, 선로와 승객의 보호를 위해 피암터널이 있던 것이다. 대부분의 경우 피암터널은 역이 없는 선로에만 설치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드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역 밖에서 기차를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것도 하나의 매력이었다. 빨간 지붕을 한 역사 바로 앞에 건널목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 건널목 옆으로는 철교가 이어져 있다. 강촌역을 출발한 열차는 바로 건널목을 지나 철교로 진입한다. 건널목 주변에는 기차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사람들이 꼭 한 명씩은 있었다. 사람들은 철교를 건너오는 기차, 건널목 위의 기차 등 여러 장면들을 간직했다.

구 강촌역으로 더 이상 무궁화호는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찍은 사진 속에는 아직도 그때의 생생함이 추억으로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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