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 저널리즘스쿨 타우 센터 대표, 에밀리 벨 교수 인터뷰
⑥ 새로운 디지털 미디어, 어디로 가나

 
18년 동안 가디언지에 몸담았던 벨 교수는 현재 컬럼비아 저널리즘스쿨 내의 디지털 저널리즘 연구소인 타우 센터(Tow Center)에서 수많은 연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타우 센터 내 학생들과의 교류도 활발하다. 취재단이 지난 7월 그를 처음 만난 당시에도 교내 카페에서 학생들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1987년 지역 잡지에서 기자생활을 처음 시작한 그는 이제 학생들을 가르치며 또 다른 행보를 걷고 있다. 평생을 저널리즘에 바친 그가 전하는 언론 플랫폼의 변화는 ‘긍정적’이었다. 
 
▶종이 매체의 시대는 끝난 것인가?
- 지금 당장 뉴욕이나 서울의 지하철을 살펴보면 모두가 모바일 기기에서 기사나 글을 읽고 있다. 사람들의 읽는 습관이 매우 빠르게 모바일 기기로 옮겨 가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아니더라도 종이 매체는 없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언론사들 또한 웹을 먼저 고려하고 지면은 그 후에 디자인 하는 등 디지털이 먼저인 시대가 왔다.
 
▶디지털 저널리즘이 얼마나 더 발전될 것이라고 전망하나
- 예측하기 어렵다. 시대가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너무 빨리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확실한 건 저널리즘이 현재 기술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종이에서 컴퓨터, 컴퓨터에서 모바일 기기로 뉴스 소비 형태가 바뀌는 것처럼 저널리즘도 빠른 변화에 발맞춰 뉴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는 것은 확실하다.
 
▶디지털 저널리즘의 다음 단계는?
- 센서 저널리즘과 로봇이다. 센서 저널리즘은 무인 정찰기나 환경 센서 네트워크와 같은 기기가 수집하는 데이터를 뉴스로 재생산 하는 것이다. 현재 타우 센터는 이런 기기들이 수집한 데이터가 윤리적 또는 법적으로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연구하고 있다. 미국도 이런 새로운 기기에 대한 법적 규정이 아직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하는 사안이다. 
 
로봇 분야에서 연구하고 있는 것은 학습 가능한 로봇이 간단한 기사 작성이나 데이터 분석과 같은 기자들의 기본 업무를 대신 하는 것이다. 현재 연구원들은 언어 패턴과 사물의 구조를 이해할 수 있는 로봇을 빠른 속도로 개발하고 있다. 4~5년 후에는 이런 공학적 연구 결과와 소셜 미디어 등에서 추출한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 ‘대중(crowd)’과 ‘외부자원 활용(outsourcing)’의 합성어로 대중들의 정보와 지식이 바탕이 됨)저널리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 컬럼비아 저널리즘스쿨 에밀리 벨 교수.
▶디지털 매체가 성공하기 위해 갖춰야하는 요소는?
- 21세기는 융합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지털 무대에서 언론사가 살아남는 방법은 조화로운 융합을 이뤄내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스노우폴’, 가디언지의 ‘파이어스톰’과 같은 인터랙티브 기사가 융합의 좋은 예다. 
 
인터랙티브 기사는 기존의 기사 형식의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이다. 글, 영상, 그래픽, 사진과 같은 요소를 하나의 기사로 표현하는 것처럼 디지털 매체는 모든 분야의 융합을 이뤄내려 노력해야 한다. 예전의 언론사는 부서별 업무 성격이 확실히 나눠져 각자 작업을 해도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제는 모든 부서가 경계 없이 작업해야 한다. 
 
그 것이 가능할 수 있는 방법은 초기 제작 단계부터 함께 작업을 하는 것이다. 단순히 에디터끼리만 모여 기사 방향을 설정하고 기술자에게 통보하는 식이 아니라 기술자 또한 기본적인 저널리즘 배경을 갖고 에디터와 함께 기사에 대한 의논을 하는 것이다. 
 
융합과 더불어 중요한 요소는 규모의 확장이다. 디지털 매체가 살아남으려면 독자층을 넓히는 게 필수적이다. 국한돼있던 독자층을 국제적으로 넓히고 SNS를 활용해 독자 유입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가장 성공적인 디지털 매체는?
- 가장 가능성이 많은 매체는 버즈피드(Buzzfeed)이다. 버즈피드는 웹의 성격을 제일 잘 파악하고 있다. 이 매체는 새로운 기사 형식인 리스티클 (List와 article의 혼합어)을 처음 소개했으며 독자를 사로잡을만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생산해낸다.  SNS 활용 전략 또한 뛰어나다. 콘텐츠가 모바일용 SNS에 맞게 제작되기 때문에 편리함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이 버즈피드를 많이 찾는다. 
 
하지만 이러한 콘텐츠만으로 뉴욕타임스나 가디언지와 같은 대형 언론사로 성장할 수 있는지는 더 지켜봐야한다. 대형 언론사도 버즈피드와 같은 콘텐츠를 생산할 자원이 충분히 있고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로 뉴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기자의 역할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 예전의 기자 업무는 비교적 단순했다. 기사를 작성하고 전송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바로 독자의 피드백에 반응해야 한다. 독자 반응의 속도뿐만 아니라 정보의 흐름도 훨씬 빨라져 기자 또한 더욱 민첩해져야 한다. 
 
덧붙여 누구에게나 제공되는 소스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알아야한다. 이러한 재료를 영양가 있는 요리로 만드는 것이 앞으로 기자가 해야 할 역할이다.  
 
▶디지털 시대에서 기자가 지켜야하는 가치는?
- 언론의 플랫폼이 디지털로 옮겨졌다고 해서 저널리즘의 전통적 가치가 변하는 것은 아니다. 기자는 여전히 저널리즘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며 독자들을 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자들은 독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짚어낼 수 있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정보가 넘쳐흐르는 현시대에서 기자는 파묻힌 진실을 캐내기 더욱 어렵다. 따라서 디지털 시대의 기자들은 더욱 날카롭고 집요하게 기사에 임해야한다. 
 
▲ 학생과 함께 대화 중인 벨 교수.
▶미래 언론인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가? 
- 공학적 배경이 있는 기자의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다. 현재 언론인을 꿈꾸고 있는 학생들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리할 수 있는 능력과 수학 능력을 키우는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한다. 컬럼비아 저널리즘 스쿨에서도 최근 몇 년 사이 데이터와 관련된 수업을 열 개 이상 늘렸다. 이러한 능력을 키우는 동시에 기본적인 언론 윤리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해야한다. 단 한 순간도 내가 기자임을 잊지 않아야하고 내가 쓰는 글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항상 생각해야한다. 

 
인터뷰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벨 교수는 “당신이 쓰는 기사가 한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며 앞으로 언론을 책임질 학생들에게 당부의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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