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바라던 평범한 행복

대구에서 태어난 전태일은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초등학교 4학년을 중퇴하고 17세의 나이에 평화시장 의류제조 회사에 재단사로 입사했다. 그곳에서 그는 싼 값의 어린 노동자들을 고용해 근로기준법을 어겨가며 이익을 내는 회사를 목격한다.

이에 전태일은 동료 재단사들과 ‘바보회’를 조직해 노동조건 실태를 조사하고 당국(當國)에 진정서를 제출한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바꾸려 하지 않는 현실 앞에 비애를 느낀 그는 결국 죽음을 택한다.

그로부터 40년 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40주기’를 맞아 ‘레디앙’, ‘후마니타스’, ‘삶이보이는창’, ‘철수와영희’ 출판사가 함께 우리 시대의 전태일인 학생, 청년 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응원하는 한 권의 책을 만들었다. 책은 ‘전태일 열전’, ‘나태일&전태일’, ‘열혈청춘’, ‘선생님, 노동이 뭐예요?’ 등 4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970년 11월 13일, 전태일은 평화시장 앞에서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그러던 중 전태일은 근로기준법 책을 꼭 안은 채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그는 그 상태로 외쳤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노동자들을 혹사시키지 말라” 그리고 “내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라”. 이 말을 남긴 채 전태일은 40년 전 우리의 곁을 떠나갔다.

하지만 책에서는 ‘만약 전태일이 살아 우리들 곁으로 돌아오면 어떨까’라는 가정(假定)을 해본다. 그리고 1970년대의 전태일이 살아 돌아온다면 대규모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는 대신, 응원을 필요로 하는 우리 시대의 전태일들을 만나러 갈 것 같다고 한다. 지난 40년 동안, 전태일의 죽음으로 노동사회는 많이 변했지만 우리들의 현실은 여전히 녹녹하지 않기 때문이다.

“20대의 나이에는 등록금을 벌고 방세를 버느라 알바를 전전하다가, 계약직이니 비정규직이니 인턴으로 떠돌다 보면 나이 서른이 된다. 나이 서른을 바라볼 때쯤 그나마 취직을 해서 10년 정도를 다니면 또다시 잘리지 않기 위해 다른 직장으로 옮겨 가야 한다. 그렇게 일자리를 찾아 떠돌아다니는 우리도 결국 이 시대의 ‘들치기’가 아닐까?”

“‘너 아니어도 여기서 일할 사람은 많다’ 대부분의 알바생들이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에 저항하지 못하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나 아니어도 이곳에서 일할 수 있는 수많은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청년 실업자가 100만 명이 넘은 지 오래라고 한다. 실업자가 많아질수록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은 더 많아지고 규제는 심해질 것이다. ‘너 아니어도 여기서 일할 사람은 많다’라는 대답이 더 자주 돌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지난 40년 동안 바뀐 현재 노동사회의 모습이다. 우리는 언제쯤 실업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에서 벗어나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는 우리 시대의 전태일을 만날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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