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왔다 간 사람
우리 언덕에 살았던 사람
잔 이파리에 그늘을 남긴 사람
우리의 사람

햇살이 낮 바닥을 꿰뚫고 있어요.
몸과 팔이 바람과 함께 꿰뚫고 있어요.
다리가 바람 밖으로 들어내지고 있어요.
흰 색뿐이에요. 온통 이 산야가

잠 든 사람
이 산야 어디에 소리 묶인 사람
시침 위에서 움직이지 않는 사람

달빛이 떠돌이 별에 흔들거릴 때, 우리는 따라 일어나요.
검은 빛깔의 꽃들이지만 같이 흔들어요.
흔드는 손에 한 줌씩 불안을 쥐고 노래해요

꽃아 겉으로 불 태워라. 형식으로 불태워라.
그럼 내용은 파열하리라. 굳은 간이 터져 피
쏟을지라도 꽃아 겉으로 불 태워라. 까마귀도 안
심하리라. 다녀가는 바람도 안심하리라. 돌아온
그늘이 땅에서 안심하리라.

보이지 않는 사람
우리 언덕에 안심을 심은 사람
그 사람
둥둥 북을 치며 가는 사람


이 글을 지병으로 돌아가신 故(고)신현돈兄(형)에게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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