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도로에서 달을 보며

  大學生活(대학생활)이 시작된 후 처음 맞는 宗敎行事(종교행사)이고, 더욱이 오늘 하루만이라도 이 迷(미)한 衆生(중생)도 하늘 가득히 퍼져 오르는 부처님의 慈悲(자비)로운 微笑(미소)에 내 영혼을 투영시켜 보고파 여의도 제등행렬에 참석했다. 여의도엔 생각보다 늦은 8시 약간 넘어 도착했는데, 벌써 일부는 행렬에 들어갔다. 옛 先祖(선조)때부터 연등회 팔관회, 그리고 國家的(국가적)인 큰 行事(행사)엔 등불을 밝힌다고 배워왔으나, 오늘 모인 수많은 인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종류로 정성스럽게 만든 등불에 매료되어 내 정신을 바로 잡을 수가 없었다.
  ‘무슨 念願(염원)이 이렇게도 많길래 悲願(비원)에 찬 가슴을 등불로 밝히려는가?...’ 생각하며, 나도 준비해간 연등에 불을 켜고 H청년회와 섞여서(내 소속을 못 찾아) 행렬을 시작했다. 행렬은 독경소리와 석가모니불을 念(염)하는 정근을 하면서 이어졌는데, 너무나 경건하고 장엄해서 문자 그대로 佛國士(불국사)에 온 기분이어다. 그만큼 내겐 큰 감격의 순간이었다. 행렬은 한강교-원효로-시청-조계사로 진행되었는데, 길가에 서서 밝게 빛나는 등불을 보며 환희에 찬 미소를 머금어 주는 우리의 이웃을 대할 때 나는 철야작업을 하며 등을 만들 때의 피로가 오히려 뿌듯한 기분이 되어 가슴에 와 닿았다. 석가모니불을 부르며 조계사입구에 도착하니 11시가 훨씬 넘었다. 그러나 서대문에서 광화문간 고가도로위에서 달을 보며 이슬에 젖는 기분이 나에겐 너무 벅찬 것이었다.
  이번 행사 때 준비해온 것도 다양했다. 어떤 단체에선 부처님을 곱게 단장시켜 가마에 태운 곳도 있고, 어떤 단체는 탑 모양의 등탑을 해왔고, 어떤 단체에서는 코끼리를 만들어 끌기도 했다. 앞서 말했듯이 등의 모양도 여러 가지였다. 만든 이의 숨결까지도 불어 넣은 듯한 연꽃등을 위시해서 색동옷같은 초롱등, 팔각등, 주름등, 작은 탑 모양의 등, 수없이 많은 여러 종류의 등..., 그리고, 여러 직위 여러 소속의 사람들...., 이 모든 것들이 오늘 이 순간-아니 영원한 현재-만큼은 하나로 불타서 밝은 광명을 나르고, 오직 하나의 큰 이상, 하나의 큰 염원을 향해 합장했다는 것을 생각하니 새로운 의미를 부여 않을 수 없었다. 우리가 왜 이처럼 등불을 밝히는가를 잠시 생각해보자.
  이 사바세계의 모든 번뇌를 여의고, 참된 眞理(진리)를 구현하셨고, 일체 衆生(중생)을 平和(평화)와 열반의 세계로 이끄는 부처님 오심을 축하하고 또 우리 迷(미)한 衆生(중생)의 지혜광명을 밝혀 한 순간이라도 빨리 正覺(정각)을 이루려는 意志(의지)의 表出(표출)이라고 생각해 봤다.
  現代(현대)의 혼미한 物質文明(물질문명)의 지나친 확장으로 순수 人間(인간)의 영역이 여지없이 붕괴돼가는 실정이라 한다. 이때일수록 그윽한 人間本來(인간본래)의 유유한 精神世界(정신세계)-마음의 本故鄕(본고향)-가 아쉽지 않는가?, 그러한 故鄕(고향)을 찾는 우리의 친구, 형제들에게 우리의 마음의 등불 하나씩을 꼭, 꼭, 선사하고 싶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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