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이 라마는 가장 아름다운 얼굴을 가진 아시아 남자라고 나는 생각한다.

반짝이는 눈동자에 얼굴 가득 배어나오는 천진한 미소는 바라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오게 만든다. 어린아이의 미소를 볼 때처럼.

그래서 연구실 책꽂이, 그러니까 내가 앉아있는 자리에서 눈만 들면 보이는 곳에 ‘행복의 기술’ (원 제목은 The Art of Happiness, 한국에선 ‘달라이 라마의 행복론’으로 번역)이 놓여있다.

표지(表紙)에 나온 그의 얼굴을 매일, 매순간 보기 위해서이다. 그가 늘상 입는 옷 색깔도 내가 좋아하는 대표색의 결합(結合)이다.

태양빛 혹은 대지의 색인 황토빛에 자주빛이 곁들여져서 미소 가득한 그의 얼굴과 조화를 이룬다. 나는 이런 색의 조화를 어머니-대지의 온화(溫和)함과 예지의 고결(高潔)함이 결합된 것이라고  해석한다.

책과의 만남은 자신을 형성해가는 자양분이자 세상보기의 지혜로운 창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대의 현자이신 달라이 라마의 ‘행복의 기술’에 접속(接續)하는 것은 축복이다.

달라이 라마가 정신과 의사가 일상의 문제에 대해 물으면 답하는 식으로 책이 구성(構成)돼 있다. 삶의 상처, 외로움과 이별, 억압과 분노(憤怒)등 일상적 문제를 다룬다. 그 중에서도 외로움의 극복과 행복 추구 기술에 관한 답이 기차게 실용적(實用的)이다. 삶의 목적은 ‘행복’이며, 그것은 자신만이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삶의 기술임을 들려준다.

게다가 종교인이면서도 그는 종교해방론을 역설(力說)한다. 인류가 60억인데, 모두 자기만의 종교·영성이 필요하니 60억개의 종교도 가능하다면서 종교의 세다툼을 넘어선 자비로움을 보여준다.

그가 높은 자리에 있지만 독신(獨身) 수행자이기에 외로울 것이라고 생각한 정신과 의사가 ‘외롭지 않느냐?’ 라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런데 ‘그는 한 번도 외로움을 느껴본 적이 없다’ 라고 명쾌(明快)하게 답한다. 자신이 입은 옷에도 이미 많은 이들의 손길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땀 흘리며 면을 재배한 농부, 그 면을 섬유로 짜낸 이들, 이 감을 재단하고 바느질한 사람들, 그 옷을 배달한 사람들이 총망라(總網羅)된다. 그러니 외로울 턱이 없다는 것이다. 나는 그의 답, 그런 깨우침이 너무 근사해서, 홀로라는 느낌이 들 때마다 나를 둘러싼 사물들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여러 사람들의 공덕을 느끼게 되었다.

사랑하는 이들이 보내준 카드, 책과 화분... 여러 사람들의 노고(勞苦)와 사랑 속에 살고 있다는 느낌에 행복해진다. 달라이 라마 따라잡기는 확실히 효력(效力)이 있다. 특히 스펙쌓기로 팍팍한 대학생활에 지친 친구들, 상업주의가 판치는 캠퍼스에서 생기를 잃은 학생 친구들에게 ‘행복의 기술’을 만나보라고 권한다.

특히 영어교육에 스트레스 받는 이라면, 그의 영어쓰기도 배워볼만 하다. 가장 단순한 영어 단어 몇 개를 구사하며 매우 깊은 이야기를 전하는 그의 어법(語法)은 지혜롭게 외국어하기의 비결(秘訣)을 보여준다. 영어책을 구해야 하는 수고가 있지만, 영어공부와 마음공부를 동시에 하니 일석이조 아닌가.

※ 팁: 정치적 이유로 한국방문이 여전히 불가능한 달라이 라마의 일상을 그린 다큐  ‘선라이즈 선셋’이 얼마 전 개봉되었으니 변방(邊方)의 영화관에서 찾아보기를 간곡(懇曲)히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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