體典(체전) 철새의 辯(변)


  學校(학교) 校門(교문)을 들어서서 게시판 이곳저곳에 붙은 축제 안내판들을 냉담한 시선으로 보는 내 自身(자신)을 發見(발견)한다. 1학년 때처럼 흥분과 기대감 속에 젖어들지 못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후배들이 특히 1학년들이 축제이야기를 물어볼 때 왜 나는 부정적인 대답만을 해주게 되는가? 高學年(고학년)일수록 축제의 참여도가 낮고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고 있다. 축제는 大學生活(대학생활)의 낭만이라고 들었고 적극 참여해보고 실제로 느껴야 할 것임에 그들에게 미리 뭐라 해줄 말이 없다. 다만 슬픔만을 느낄 뿐이다. 그러면 무엇이 이런 마음을 갖게 하는가? 첫째, 학생들의 적극참여의 길을 모색하는 노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출석을 부른다는 반강제적인 수단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나 하는 것이다. 또한 체육대회 참가자들 사이에서도 조정이 필요할 것이다. 축제가 특히 체육대회가 학생들을 위한 학생들의 잔치라면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해나갈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하지 않겠는가? 이번 체육대회처럼 출석점검 같은 것이 없어도 자율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도 문제 중의 하나일 것이다.
  둘째, 행사 그 자체의 진부성과 일부 학생들의 권위의식이다. 축제나 체전에 참가해보고 그 내용의 진부성을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니리라, 매년 똑같은 행사에 똑같은 내용들, 누가 흥미를 느끼고 누가 참여할 것인가! 매년 많은 예산을 투자하고도 이렇게 밖에 할 수 없는가? 티켓값은 티켓값대로 받으면서 말이다. 가령 學生(학생) 출연자보다도 초청가수의 질이 떨어지고, 사회자의 만담도 저질이고, 줄서서 들어간 사람이 있는가 하면 무더기로 먼저 들어가 도서관처럼 의자위에 문고판이나 손수건을 얹어놓고 자리를 잡는 사람, 출연자를 위한 기념품이 이유 없이 모자라고 안내한 학생들이 서로 다투는 등등. 우리들을 우울하게 하는 일들이 너무 많다. 이런 우울한 장면들을 많이 본 사람일수록 축제에 대해 비판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을 갖고 있음은 당연한 일인 것이다. 이런 감정을 욕하고 억누르기 보다는 진부성을 벗어나고 일부 학생들의 권위의식을 버리고 겸허한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하여튼 3번째 축제를 끝내고 들려오는 숱한 이야기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면서 후배들에게 꼭 축제에 참가해보라는 말을 미리 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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