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어날 수 없는 인연으로 맺어진 운명

  입학후 보름간 동국언덕을 오르내리는 동안, 남산 기슭에 불어오는 봄바람만큼, 가슴 가득히 동대생으로의 자부심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설악산 오리엔테이션을 통해 친구들을 잘 알 수 있었던 까닭에 짧은 기간에 비해선 그들과 쉽게 어울릴 수 있었던 것도 다행이다. 6년간 여학교만 다니다가 비록 대학이기는 하지만 남녀공학에 처음 와보니 조금은 당황스럽기도 했다. 아직도 자리 잡히지 않은 생활인지라, 정신이 없기도 하나 차츰 익숙해지는 하루하루에 기쁨을 느낀다.
  나는 대학생활 중 너무 큰 기대와는 다른 회의의 4·5월병이라는 엄포를 들었던 까닭에 ‘기대’라는 항아리를 비우려고 노력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월밖에 되지 않은 까닭인지 ‘기대’는 자꾸만 부풀고 호기심도 늘어감을 막을 수가 없다. 조금씩 늘어가는 선배들과의 만남에서도 대학의 흔적과 체취를 맡으려 애쓰며 홍보에 나선 써클 안내에도 눈길이 멈춘다. 종례 조회가 없이 게시판을 통한 알림에서 가끔은 섭섭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율과 책임이 동시에 느껴지는 생활에 자부심을 가져도 본다. 아직 엄격해 보이는 교수님들껜 쉽사리 정이 들지 못하지만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학자로서의 권위와 품위를 느끼며 아울러 강한 지적 욕구를 심어준다. 이렇듯 대학의 첫인상은 조금씩 구체화되어 그저 막연했던 기대에서 실질적인 단계로 변모해 가고 있다. 지금까지 생활해온 중·고교의 학교생활과는 달리 대학이란 곳은 너무 방대하게 느껴짐은 모든 신입생들의 공통된 느낌일 것이다. 뻥뻥 뚫린 공강시간에서 허전하고 막막한 느낌이 들었고, 분산된 강의실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며칠간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여유 있는 생활이 되어가고 있다.
  며칠 전 매콤하고, 따끔따끔한 냄새에 눈물도 흘리며, 새삼스러운 경험에 긴장되기도 했었다. 공강시간을 빌어 도서관에 가보니 전혀 빈자리를 찾아볼 수 없는 것에도 올라왔다. 그러한 경험들은 묘하게 얽혀서 아리송한 물음으로 남아있지만,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대학 분위기에 나름대로 적응해 나가려고 노력한다. 직업 양성소가 아닌 참다운 학문의 장임을 강조하시는 교수님과 선배들과의 대화에서 나는 뭉게뭉게 응어리지는 애착과 의욕이 생긴다. 전혀 다른 곳같이 느껴지던 선입감은 강한 기대와 희망으로 조금씩 나의 대학, 나의 학교라는 애착심을 심어준다.
  이제는 벗어날 수 없는 인연으로 맺어진 동국과의 운명은 나에게 동국의 어린 새라는 느낌을 주고 있다.
  봄이 되면, 제비가 우리 곁에 돌아오듯이 86년 봄에 태어난 동국의 새끼새들은 4년 후 어미새가 되어 날아갈지라도 언제나 동국이라는 따뜻한 고향을 잊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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