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0대의 개장수이다.
  지금 당신은 자전거 위에 철창 달린 상자를 싣고 다니며 싸구려 똥개를 사고파는 허름한 개장수를 상상하고 있을 것이다. 그건 당신의 성급한 판단이다. 난 퇴계로에서도 가장 큰 애완견 센터의 경영주이다. 그것도 생계의 수단으로만 개장수를 하는 것이 아니고 정말 그들(개들)의 행복을 위해 일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요즘같이 더운 날 씩씩거리며 보신탕 한 그릇을 거뜬히 비우는 사람을 난 가장 싫어한다.
  나는 내 가게에 있는 개들을 자식과 같이 생각하고 있으며 손님에게 팔 때에는 양녀나 양자를 보내는 마음으로 파는 것이다.
  나의 개들은 지저분한 몸으로 거리를 배회하는 개와는 근본부터가 다르다. 동그란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나의 ‘치와와’나 하얀 털이 곱슬곱슬 ‘투들’을 비롯해 모두가 훌륭한 혈통의 개들인 것이다.
  오늘 아침에는 이집트 원산의 ‘그레이 하운드’를 내 자식으로 맞아 들였다.
  이놈의 눈은 초롱초롱하고 명기가 들어 있으며 짧고 매끈한 백색의 털과 긴 목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시원한 선은 중세 유럽의 꼬마 왕자가 타던 아기 백마를 연상하게 했다.
  ‘하운드’를 쓸어주고 안아주며 이놈에게는 어떤 양부모가 어울릴까 생각하는데 유리창 밖의 한 사내가 나의 눈을 껄끄럽게 했다.
  40대 후반이나 50대 초반의 이 사내는 구겨진 반팔 와이셔츠에 때꾸정물이 줄줄 흐르는 바지를 끈으로 조여 있었는데, 사내가 워낙 마른 탓도 있지만 바지는 어디서 주워 입었는지 볼품없이 컸다.
  누런 그의 얼굴은 어울리지 않게 눈을 반짝이며 나의 ‘하운드’를 보았다. 이 외소한 몸집의 사내가 ‘하운드’의 귀족적 풍채를 보는 것이 마치 ‘하운드’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것 같아 기분이 불쾌했다.
  ‘망할 놈의 손님, 빨리 제 갈길이나 갈 것이지 날씨가 더우니까 별 손님 다보겠네’
  하지만 나의 귀여운 자식들에게 저녁 줄 시간이 되었으므로 난 그 허름한 사내 때문에 더 이상 기분이 나쁘지 않아도 되었다.
  곱슬곱슬한 까만 털을 움직이지 않으면 인형으로 착각 할 ‘케리 블루 테리어’와 식사 시간을 조금이라도 어기면 험상궂은 얼굴을 더 험하게 만들어 버리는 ‘불독’ 등에게 바쁘게 저녁을 주고 무심히 밖을 보니 사내는 두 시간 전보다 더 허기진 모습으로, 그러나 눈만은 총기를 잃지 않은 채 ‘하운드’를 보고 있었다. 사내는 한참을 더 ‘하운드’를 바라보다가 문 닫을 시간이 거의 되어서야 그 유리창에서 지워졌다.
  오늘은 ‘일본 스피치’가 아침부터 아팠다. 하지만 나의 정성스런 간병 덕분에 오후부터는 언제나 웃는 눈의 ‘차우차우’와 발장난도 하고 해서 겨우 한시름 놓고 저녁 준비를 하려는데 어제의 그 사내가 바로 그 자리에 있는 것이 보였다.
  ‘몰골은 허름해도 명견을 알아보는 모양이지. 계속 본다고 해서 닳아지는 것도 아니니 그냥 내버려 두지 뭐’ 나의 생각이 이쯤 이르자 사내의 누런 이빨이 밉게 보이지 않았다.
  사내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하운드’를 보는데 넋이 팔려 주위의 네온사인이 하나 둘 현란스럽게 비추는 것도 알지 못한 듯 오랫동안 ‘하운드’를 보았다.
  오늘도 아이들의 저녁식사 시간이 되자 사내는 어김없이 쇼윈도우 한 모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벌써 일주일째 사내는 저녁 무렵에 나타나 ‘하운드’를 바라보다 밤이 깊어서야 아쉬운 듯 돌아서고 있었다.
  낮에는 한 신혼부부가 ‘하운드’를 사려고 했지만 그의 품위와 혈통에 어울리는 양부모가 아니라고 생각해 팔지 않았다. 그들이 가격을 너무 깎았다는 것은 둘째치고라도 말이다.
  한참 동안 무엇인가를 궁리하던 사내는 큰 결심을 한 듯 나의 가게로 들어왔다. 무엇 때문에 들어왔을까 궁금한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사내는 들어와서도 좀처럼 말을 하지 못했다.
  참을성 없는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사내는 그제야 하운드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저런 개를 사려면 얼마나 있어야 할까요’
  사내의 조그만 목소리가 내 머리를 혼란하게 했다.
  이 사내는 ‘하운드’를 무척이나 사랑한다. ‘하운드’를 자기 집으로 데려가면 자기의 친자식보다 더 귀여워 해 줄 것이다. 그러나 사내의 옷차림으로 보아 ‘하운드’를 살 능력이 없다. 내가 거저 준다고 해도 ‘하운드’에게 좋은 음식과 잠자리를 제공할 수 없다.
  아니지, 이 사내가 몰골은 이래도 알부자일지도 모르잖아. 그럼 가격이나 말해볼까?
  ‘네 이 개는 ‘그레이 하운드’라고 아주 좋은 놈입니다. 손님이 사신다면 백만원에 드리겠습니다’
  나는 볼 수 있었다. 그 사내의 가늘던 눈이 크게 떠지는 것을.
  ‘그럼 그렇지 역시 놀라는구나’ 사내는 크게 폈던 눈을 돌려 아쉬운 듯 ‘하운드’를 한번 바라보고는 돌아섰다. 어깨를 떨구며 나가는 사내의 뒷모습이 석양을 받아서인지 아주 처량하게 느껴졌다. 그 작은 어깨가 더욱 작아 보였다.
  과연 오늘도 사내가 나타날 것인가 아침부터 궁금했다. 오전 일을 끝내고 편안히 신문을 펼치는데 벤츠 자가용이 내 창 밖을 장식했다. 곧이어 돈과 교양을 모두 소유한 듯한 여인이 들어왔다. 그리고 ‘하운드’를 사겠다고 했다. 다른 놈들 같으면 좋은 부모 만나는구나 하며 기뻐했을 테지만 ‘하운드’만은 그럴 수가 없었다. ‘하운드’ 보는 것이 유일한 즐거움인 그 조그만 사내가 마음에 걸렸다.
  그에게서 ‘하운드’보는 즐거움을 빼앗는 것은 죄악으로 느껴졌다.
  나의 망설이는 기미를 눈치 챈 여인은 시가의 두배돈을 주며 꼭 달라고 했다.
  ‘안되는데, 그럼 사내가 너무 불쌍해’ 내 마음은 두 갈래가 되어 싸우고 있었다.
  여인은 벌써 자신의 개나 된 듯 ‘하운드’를 안고 있었다.
  ‘저 봐 이 부인이 사내보다 ‘하운드’를 더 사랑할지 몰라. 그래, 부인이 ‘하운드’를 더 좋아해’
  이렇게 해서 ‘하운드’는 우리집을 떠났고 난 그 다음부터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 내가 한 일이라고는 그 사내가 우리 가게 앞에 나타나지 않기를 기독교 신자도 아닌데 열심히 열심히 기도한 것뿐이었다.
  ‘휴, 오늘은 나타나지 않았구나’하고 있는데 창 밖에 서있는 사내가 내 수정체를 통해 들어왔다. 그리고 곧이어 사내의 놀라는 모습이 내 망막에 맺혔다.
  난 그에게 이 사실을 알려 줘야 한다고 벌써부터 다짐하고 있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물 한 컵을 마신 후 밖에서 어리둥절해 있는 그에게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난 그에게 쇼파에 앉을 것을 권하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무 슬퍼하지 마십시오. 선생님의 ‘하운드’는 좋은 집으로 갔습니다. 그 곳에서 행복하게 살 것입니다.’
  그는 조용히 아주 조용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옆집 김씨가 그런 놈만 한 마리 잡아먹으면 몸이 건강해 질 거라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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