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맞는 빗방울이 창백한 울림 속으로
들먹거리는 황폐된 시간의 여과된 창가에서
슬픈 목각의 비명이 애절히 들려왔다.


가냘픈 얼굴은 허공에 절규하고
빛을 모르는 거치른 살갗 위로
질벅한 비운의 호흡이 종교의 앞가슴을 찢어 놓고
백년 묵은 어린 아이의 눈물방울이
남루하게 퇴색된 가을의 냄으로 더취되어
목구멍에 한을 걸어 놓고

그 울음을 매각하고야 말았다.


푸른 밭의 갈기엔
드높은 사슴 눈망울의 눈빛이 술렁인다.
목각의 아픔처럼
또다시 풍우가 흘러들지만
아직도 그 속엔 짚시의 꿈이 살아있어
그 마음엔 붉은 힘줄이 울컥 비틀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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