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최재천, 고미숙 외 4명 / 펴낸곳 이숲 / 15000원 / 384쪽
최근 취업 위주의 실용학문이 성행하면서 인문학 분야 강좌의 비중(比重)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대학 강의실을 보더라도 기술, 경영 등의 실용 강좌는 북적이지만 철학, 미학 등의 인문학 강좌는 썰렁하기 그지없다.
이에 외면 받는 인문학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대한민국 중견 학자 14명이 나섰다.
지난 1월 출판사 이숲에서 출간한 ‘인문학 콘서트’는 한국정책방송 KTV에서 매주 한 편씩 70여 편의 인문학 프로그램 ‘인문학열전’가운데 대표적인 13편을 모아 책으로 엮은 것이다.
또한 문화평론가 김갑수씨가 우리나라 석학들 및 중견 학자들과 나눈 대담(對談)의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인문학 콘서트’는 추상적(抽象的)인 거대담론으로 독자를 혼란시키는 것이 아닌 학생과 대화하듯 구어체(口語體)로 쉽게 풀어서 설명하며 난해한 학술용어보다 영화를 사례로 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또한 사회자 김갑수씨는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질문을 하여 독자들의 궁금증 해소(解消)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아무리 인문학이 중요하지만 실용 학문의 위상이 날로 치솟지 않는가’라고 반론을 제기하고 싶을 쯤에 사회자는 독자들을 대신해 이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김기현 교수와 김경동 서울대 명예교수의 ‘우리 인문학의 길’을 읽고 나면 인문학 필요성에 대해 재차 묻지 않게 된다.
2008년 말 전 세계를 덮친 금융위기는 인문학의 부재가 부른 재앙이라는 주장은 설득력 있다. 우수한 두뇌를 가진 젊은이가 경영대학을 졸업하고 월가로 들어가 만든 합작품이 금융위기다.
이들이 돈을 버는 데보다 어떻게 벌 것인가와 같은 인문학적 성찰(省察)을 조금이라도 했더라면 어땠을까.
실용학문에서도 방향을 제시하고 가치의 경중을 헤아리기 위해 인문학이 전제돼야 한다. 이는 다른 학문과 인문학의 통섭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새롭고 낯선 유혹, 통섭’에서 학문의 기초로서 인문학의 중요성을 설파한다. 또한 현재 답을 못 찾고 부글부글 끓고 있는 ‘대운하 문제’는 운송, 관광, 환경, 국민의 정서 등 다양한 요소가 혼재돼 있기 때문에 해결을 위해서는 ‘통섭적 인식’이 요구된다고 말한다.
책은 강의 내용과 관련 있는 저자의 책을 소개하며 ‘책 속의 책’을 담고 있다. 또한 주석을 활용해 친절한 설명을 곁들인다.
신기한 점은 14명의 학자가 표면적으로는 다른 주제를 천착하지만 이들이 말하는 것은 결국 서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가 ‘왜 책이어야 하는가’에서 삶의 질은 돈이나 부동산의 유무가 아니라 내적인 자산에서 결정된다며, 조깅하면서도 시를 암송하는 사람들이야말로 부자가 아니냐고 되묻는데, 이는 앞서 김경동 교수의 주장과 겹쳐진다.
이처럼 학자들이 내는 유사한 목소리는 페이지를 표시해 의견을 비교할 수 있는 재미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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