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캠퍼스는 이제 봄의 절정에 와 있는 듯하다. 캠퍼스 여기저기 만발하고 있는 성숙한 꽃들의 인사, 잠깐의 봄비에 씻기운 산뜻한 남산의 기운, 그리고 잔디밭에서, 분수대에서 들려오는 동국대학인의 즐거운 웃음소리들!
  아! 벌써 내가 그 낯설던 막걸리와 휘청거리는 만남을 한지도 어언 두 달이 가까워지는구나.
  그러나 그 두 달은 내게 있어 돌풍 같은 나날들이었다. 무척 빠르기도 했고 수많은 세계로의 길을 한꺼번에 소개받느라 나의 몸과 마음은 때론 지치고, 기쁘고, 슬프고, 끊임없이 바뀌어 하나의 감정 속에 안주할 줄을 몰랐다.
  그랬다. 확실히 그랬다. 大學(대학)은 내가 그 암울한 사춘기 그 어느 순간에 그리던 자유가 있었다. 그러나 그 자유는 어떻게 누려야 하는 것인가? 우습지만 이건 내게 있어 새로운 문제였다. 무엇보다 내게 주어졌던 여러 번의 선택의 순간들은 날 당황시켰다. 대학 벽보판, 아니, 접착시킬 수 있는 부분 같아 보이는 모든 부분에는 써클 가입, 광고문, 호소문 등이 수없이 붙어 있었고 난 그걸 보면서 아연해지기까지 했다. 또한 서로에게 있어 ‘옳은 것’을 찾는 방법 또한 가지가지였다.
  大學(대학)이란, 한 테두리 안에서 아무도 “네 갈 길은 이것이다”라고 특정 지어주는 이는 없었고, 모든 것이, 심지어 강의시간 출석조차 자유의사였다. 때론, 교수님의 강의는 실망스럽고 공허감마저 남길 때가 있었다. 여하튼, 난 한꺼번에 온 자유 속에, 오랜 습성과 타성으로 인해 융합되기 힘들었다.
  며칠 전, 총학 출범식 때 최루탄 연기를 맛보았다. 그렇게 서럽지 않고, 고통스럽게 울어본 적이 과연 얼마나 될까? 고등학교때 구경만 했던 학생 데모! 大學(대학)은 왜 이리 복잡하고 어려울까?
  하지만, 내게 있어 大學(대학)이 준 확실한 명제는, 대학은 인간 대 인간의 만남의 장소라는 사실이었다. 내가 태어나서 만나왔던 제한된 사람들의 수에 비해 난 지금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 속에 가슴 부푼다.
  선배와 후배, 교수와 학생의 관계에 있어 대립적인 면보다 본분을 지킴으로써 생겨나는 인간적 유대를 맛보고 싶다.
  어느덧, 라일락 꽃잎도 피자마자, 아니 한쪽에서는 피고 있는데, 지고 있다. 짧은 봄의 생명이 이제 절정으로 치닫고 머잖아 학교 캠퍼스는 다가오는 5월에 더한층 풍요로와지겠지.
  난 다짐해 본다.
  大學(대학)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될 수 있는 한 많이 배워 가리라.
  학생의 권리를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을 만큼 정당하고 당당해지리라.
  서서히, 그 돌풍 같은 두 달에 기쁜 안녕의 인사를 해야지. 그리고 다가오는 5月(월)을 좀 더 차분하고 성숙된 모습으로 맞이해야겠다. 대학 속의 자유와 학생의 권리는 찾는 자에게 주어진다는 흔들 수 없는 진리를 가슴 속에 새기고 기다리는 나의 미래와 진정한 새로운 출발을 향하여, 동구 밖 술좌석의 빵빠레가 아닌 신성한 나의 빵빠레를 불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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