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어둡고
밤은 깊어
이 한 몸 추스릴 한줌빛의 땅마저 없는건가
늘 낮은 포복으로 헤집어 오던 확신의 몸짓
조명등 아래 흐드러지는 나신(裸身)으로
형체조차 알 수 없네, 아득한 그리움
삶의 밑바닥을 두레박질하던
짧은 혀의 재빠른 난무질들
부풀어 오름의 상승기류에
위태위태 그러나 포만감인지 식곤증인지
자꾸 부풀어 풍풍 풍선 펑
고막이 터지는 아픔보다
발밑의 허공은 더욱 아련한 어둠인데
무엇이라 이름 붙일까
사물에 이름짓기, 신선한 단어찾기
조여오는 사방벽
무엇으로 장식할까
그리운 모습들 여기저기 흩어진 실밥처럼
흩날리는데 그 어느 하나 피멍울 자국
찾을 수 없어
장단없는 타령, 헛김 빠지듯
비껴 다문 이빨새로 구토하는구나
객토하는구나
찬란하여라, 말로 말을 일으켜세우던 날들
간혹 흙바람 부는 날은 언덕 조심스레 넘나들며
땀내 향수 온 몸에 속절없이 뿌리다
한시절 유행 색색기지 쪼가리 맞춤세일
표정없어 늘 평안하더니
누추한 이목구비
이제야 드러나는구나


꿈으로만 먹어오던 그리하여 가상적만 상대하던
전장(戰場)판 놀이
적과 적의 오우버 랩
네 적은 누구이냐
뒷통수를 치는 기습은 타격이 큰법
이러쿵 저러쿵 여차 여차
몸에서 튕겨 나오는 소리 들어야 할 때
늘 이렇게 다리 놓고 다리 건너
손가락질 해
아픔은 저만치서 포우즈 취할 뿐, 끝도 없이
자유부동하는 먹물처럼 발뚝 박은 한 평 땅으로 누워 온 우주를 재판하느냐
한치 삶을 에누리없이 본다는 것은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두려움에는 얼마나 큰 용기가 필요한가
저린 육신 마디 마디에 피맺히듯 박히던
아니다, 이것이 아니다
구호만을 다스려 오더니
이 한몸 가누기마저 부끄러워
소식 묻는다 무사안녕—유사불편
그렇구나, 아픔으로만 떠오른다, 살아 오른다
삶의 부피, 그 싸움의 깊이,
통한의 가슴으로 치받쳐 더욱 더 정확히
헤쳐진 부끄러움, 화들짝 열려지는 그리움,
다시 불로 불을 놓아 한 겨울밤의 열기처럼
그러나 탄탄한 두 발로 펄떡
그 모든 고난의 무게, 무게로 끌어안아
정성껏 들어올려
이 땅 밖으로
밖의 밖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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