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찬 바람 가을 저녁
그대 머리 끝을 스치울 때
베라,
네 몫의 풀잎을 베라.
녹슨 者(자)의 주검에 부치는 이것은
그대와의 시린 입맞춤.
내가 너를 벨 때
차디 찬 反響(반향)으로 내게 돌아오라.
내 등 언저리에 날아와 꽂히라.

<2>
잎새에 묻어있는 낡은 소리여
바람, 흔들리는 地平線(지평선) 너머
술에 저린 사내가 집을 찾듯이
헛구역질 채 어디로 가고 있는가.
억센 풀잎들이
마주보고 웃고 있는 동안
그들의 몸에 만들어 가는 생채기
수풀 사이로 江村(강촌)의 불빛이
저항하며 여울져 흐른다.
記憶(기억)하는가, 그대와 나는 새벽에
뿌리 뽑힌 채, 忘却(망각)의 江(강)을 건너왔나니.
긴 歸路(귀로)에 서서,
격전지를 굽어보고 왔나니.
허리 질끈 동여 맨 나의 女人(여인)이여,

<3>
네 볼을 부비면 그대로 눈물이 된다.
돌아서서 너는 버려지고
荒凉(황량)한 바람에 버려지고
그 바람살에서 마저 버려지고
더러는 물도 되고 불도 되어서
우리들 곁을 흐르거나
불면의 밤을 태우기도 하다가
저 몸 아파하는 목숨,

<4>
아아. 이제 그만 묻어두자.
함부로 散在(산재)한 돌멩이와 흙들을 끌어와
여기 땅 깊이 잠재우자.
그리하여, 내가 다시 죽음 맞을 수 있도록
젖은 땅 위에 몸 누일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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