孫八洲 著(손팔주 저) ‘古典文學散藁(고전문학산고)’

  이번에 釜山女大(부산여대) 교수인 孫八洲(손팔주) 박사의 저서 <고전문학산고>가 재직 20년 기념으로 출간되었다. 제자들의 정성어린 손길로 편찬된 책이라 더욱 값진 의의가 있다.
  七山(칠산) 孫(손)박사의 力著(역저)로 <申緯全集(신위전집)> <申緯硏究(신위연구)> <申紫霞詩文學硏究(신자하시문학연구)>를 이미 학계에 상제했으며 학문연찬의 바쁜 중에도 11대조인 오한선조의 <오한선생문집>과 <七灘志(칠탄지)>를 번역하여 문중을 빛낸바 도 있다.
  孫(손)교수는 강산이 두 번씩 변하는 세월을 紫霞硏究(자하연구)에 오로지 전일하는 우리 주변에서 드물게 보는 학자이시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20년 가까운 세월을 자하의 주변을 맴돌고 있는 처지지만 그의 호한한 문학세계를 이해하려면 지난 세월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따라야 할 것이다’라며 그의 <申紫霞詩文學硏究(신자하시문학연구)>후기에서 겸손해한다.
  실로 자하의 문학세계란 金澤榮(김택영)의 <申紫霞詩集序(신자하시집서)>대로 蘇軾(소식)을 스승으로 삼고 徐陵(서릉)과 王維(왕유)와 陸游(육유)를 드나들었을 뿐 아니라 손교수의 論考(논고)가 방증하듯이 李白(이백)·杜甫(두보)·白居易(백거역) 등 唐人(당인)은 물론 黃庭堅(황정견)·元好問(원호문)·虞集(우집)·王士禎(왕사정)·翁方鋼(옹방강)·吳嵩梁(오숭량) 등 송·금·원·청조의 대가를 두루 융성한 博學多識(박학다식)과 호백구수한 用事(용사), 허실상배한 詩品(시품)이 그 연원의 깊음을 웅변해있다.
  뿐만 아니다. 역시 창강의 的評(적평)대로 ‘신령스러운 깨우침이나 종횡무진으로 치닫는 폭넓음이 만상을 갖추어 5백년 이래 변화무쌍한 格調(격조)가 있다’했는가 하면 ‘곱기도 하고 소박하기도 하고 환상적이기도 하고 실재적이기도 하며 옹졸한가 하면 호방하고 평탄한가 하면 험상스럽기도 하여 천만가지의 정서와 사실을 마음대로 조작하여 살아 움직이지 않음이 없다’ 하였음은 鮮末 奇才(선말 기재)의 대성을 잘 나타낸 大交(대교)이다.
  따라서 자하의 시문학연구는 자하 한 작가·작품연구가 아니라. 韓中詩文學(한중시문학)의 계보와 그 文藝美學(문예미학), 나아가 受容美學(수용미학)의 집대성이라 하겠다.
  이런 점에서 손교수는 60년대부터 家學(가학)의 바탕 위에 한국 한문학계의 내노라하는 학자들의 私熱(사열)을 두루 거쳐, 65년도 석사학위논문 <申紫霞(신자하)의 東人論詩絶句放(동인론시절구방)>를 내놓았으니 벌써 斯界(사계)를 괄목케 했던 有志竟成(유지경성)의 조짐이었음을 우리는 잘 안다.
  이번에 상제된 <古典文學散藁(고전문학산고)>의 구성은 모두 4부로 되어있다.
  즉 이 책의 골자인 論文(논문) (申緯論(신위론), <東人論詩絶句(동인론시절구)>연구 申緯(신위)의 <後秋柳詩(후추류시)>와 王士禎(왕사정), 元好問(원호문)과 申緯(신위)의 詩(시), <答李生書(답이생서)>연구, 李太白(이태백)연구, 한국문학상의 白居易(백거역),鄭松江(정송강)과 嗜好(기호))과 論說(논설) 15편, 수필 19편, 序(서)·跋(발) 7편과 부록으로 10편의 서평(書評) 및 序(서)·跋(발)이 실려 있다.
  論文(논문) 7편은 앞에 소개한 力著(역저)외에 여러 논문집에서 漢詩(한시)연구를 중심으로 가려 뽑은 것이며<鄭松江(정송강)의 기호>는 첫 논문이라 특별히 실은 것 같다.
 論說(논설) 15편은 발표순으로 편집되었는데, 그중 ‘<願往生歌(원왕생가)> 私見(사견)’과 ‘由莊入佛(유장입불)’ 두편의 논설문은 중후하면서도 쉽게 핵심에로 유도해 가는 글이다. 그러면서 해박한 典據(전거)로 해서 논설의 明談性(명담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교양국어 교재에 넣고 싶은 논설문이다. 또한 <孝子烈女(효자열녀)의 길>이란 논설문은 금년 5월 밀양손씨 부산화수회 강연 요지로서 손교수의 일면을 잘 나타낸 글이다. <孝經(효경)>과 <父母恩重經(부모은중경)>의 얘기를 발췌하여 유교·불교의 효는 물론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의 故事(고사)를 통해 우리 선조들의 孝烈(효열)을 제시했고 중국의 <史記(사기)>를 위시한 많은 문헌사례와의 비교를 거쳐 오늘날의 孝(효)와 烈(열)을 제기해 준 글이다.
  그리고 <대학 신문의 당면과제>에서 오늘의 대학신문이 당면한 공통된 과제는 대학신문이 과연 대학만의 거울, 대학사회만의 목탁으로 한정되어야 하느냐가 문제인 것 같고, 대학신문이 그 ‘대학의 신문’, 말하자면 대학의 기관지로서의 사명만 하느냐 아니면 ‘학생의 신문’으로서 학생의 손에 의해 학생을 위한 자치활동으로 움직여져야 하느냐가 그것인데, 대부분의 대학신문이 대학 당국과 독립하여 자치적으로 제작되는 곳은 거의 없는 형편이므로 이러한 근본적인 문제점은 해결되어야 한다고 지적해 손교수가 부산여자대학교 학보사 주간 재직시 느꼈던 점을 솔직·담백하게 털어놓는 것으로 보아 우리는 배우는 바가 크다.
  수필 19편은 각 편명이 암시하듯 사심없이 담담하면서도 물 흐르듯 하여 손교수의 풍부한 체험과 해박한 학식을 웅변하고 있는 글들이다. 그중에서도 <나의 꿈>을 살펴보면 ‘내 자신을 헤아려 보면 석가나 공자와 같이 억만창생을 제도할 성인이 되기에는 가망이 없고 이순신 장군이나 에디슨처럼 국가의 위난을 구하거나 인간의 행복한 생활을 위해 기여할 공적을 세우는 일도 희망이 없다. 따라서 남은 길은 제3급의 立言(입언)뿐이다. 지묵의 낭비가 아닌 또 세상 사람으로부터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 한권의 책을 남기고 싶은 것이 나의 꿈이다’라고 밝히는 손교수의 꿈에서 자기만을 위하여 기회에 편승하고 있는 세속적이고 이기적인 이들에게 경종을 울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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