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母校(모교) 졸업식에 부쳐

우리 모두 마음을 주자.
뿌리를 내릴 때의 괴로움으로
잎을 피울 때의 아픔으로
허기진 가지에 열매를 맺게 한
저들 영예의 얼굴들에게
서로의 가슴이라도
열어젖히고
뜨겁게 뜨겁게 마음을 주자.
우리들 모교 동국 대학교는
인류에게 기름진 영토가 되어
처녀들 젖무덤처럼 환하게
한 송어리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세상의 빛으로 남을 것이다.


모교의 상징 코끼리는
성내지도 않고
서두르지도 않는 것
자유처럼 항상 평화로운 것.
우리는 부처님 말씀대로 자라난
가장 공손하고
가장 지혜롭고
가장 진실한 삶이 묻어 있는
한 그루의 나무.
오늘의 뼈 있는 외침에
귀를 세우고
연등이라도 켜들며
뜨겁게 뜨겁게 마음을 주자.


진리의 말씀으로 행하고
지성의 눈으로
불을 밝혀온 저 영예의
얼굴들이여
삶을 누리되 구차하지 않고
젊음을 누리되 소란하지 않은
순한 코끼리처럼 자라난
나무들이여
지금 우리의 영혼은
인류의 마음 속에 둥지를 틀고
사라지지 않는 피가 되어
흐를 것이다.


겨울이 걸어나간 발자욱마다
한 줌의 봄을 뿌려놓고
인제는 더 이상 물러서지 못하게
우리 모두 마음을 주자.
농촌에서
도시에서, 세계의 곳곳에서
안테나라도 세워놓고
우리의 주소를 부정하지 않는
한 잎의 양심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매 때리며
뜨겁게 뜨겁게 마음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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