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나 ‘수호지’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반면 ‘열국지’라는 소설은 그다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이 책은 우리가 알고 있는 다양한 고사성어, 중국역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으로 재미와 가치를 함께 지닌 책이다.

 이 책을 자세히 소개하면 글이 너무 길어 질 것 같아 간단히 이 책 속의 고사 하나를 요약해서 말하고자 한다. 관포지교로 유명한 관중이 재상을 지내다가 병이 들어 죽게 되었다. 이때, 관중은 제나라 환공에게 “포숙아는 정직하고 청렴결백하여 나라를 잘 다스릴 것입니다.

하지만 나라를 다스리는 데는 그 청렴결백함과 정직이 때로는 장애가 되기도 합니다. 포숙아는 너무 곧아서 모든 간신의 무리를 내치고 말 것입니다. 너무 깨끗한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 법입니다. 그러니, 주공께서는 포숙아를 믿으시고 역아, 수초, 개방과 같은 무리를 멀리 하신다면 포숙아를 재상으로 앉히시되 그렇게 하지 못하신다면 습붕을 재상으로 앉히소서.

그러나 습붕은 몸이 건강하지 못하니, 아마 주공을 오래 모시기는 힘들 것이옵니다. 그리되면 포숙아를 재상에 앉히시되 포숙아와 역아, 개방, 수초의 무리는 상극이오니, 나라를 위해서는 그들을 멀리하셔야 합니다”하고 당부한다. 관중의 말대로 습붕이 죽자, 환공은 역아, 수초를 궁에서 쫓아낸 뒤 포숙아를 재상에 앉혔고 나라의 기반은 더욱 튼튼해진다. 하지만 이미 나이가 든 환공의 삶은 적적하기 짝이 없었다.

무력하고 권태로움에 날로 여위어 가던 환공이 마침내는 역아, 수초의 무리를 다시 불러들였고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포숙아는 ‘환공’에게 수차례에 걸쳐 그 잘못을 간하다가 결국 화병으로 세상을 뜨고 만다. 그 후, 환공도 병이 들어 운신이 불편해지자 첫째 아들 태자 무휴와 역아, 수초는 서로 짜고 침실 주변에 세 길 높이로 담을 쌓아 물과 음식을 차단한 뒤 모든 사람의 출입을 통제하여 환공이 죽기만을 기다렸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된 환공은 자신의 잘못을 탄식하면서 방에 갇힌 채, 피를 토하고 숨을 거둔다. 이 이야기에는 다음과 같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관포지교에서 끊임없이 잔꾀와 변명을 일삼는 관중과 우직하고 신의 있는 포숙아의 성격과 그들의 운명이다. 재상의 자리에 올라 춘추시대 첫 패업을 달성하는 견인차 노릇을 한 관중의 “너무 깨끗한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습니다. 모든 것은 시세와 상황에 따라 처신해야 합니다”라는 융통성이 있는 듯하면서도 원칙이 없는 기회주의와 병을 얻어 생을 마친 포숙아의 인생이 의미심장한 대비를 이룬다.

두 번째는 부귀와 영화를 누린 환공의 비참한 최후이다.

세 번째는 역아, 수초, 개방의 성격이다. 역아는 주군에게 충성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고 하여 환공의 사랑을 받게 된 자이고, 수초는 환공을 모시고자 스스로 고자가 되어 환관의 직을 얻어 사랑을 받는 자였다. 일찌기 관중은 환공에게 역아와 수초를 가까이 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리고 위나라 태자의 자리를 버리고 환공의 신하로 들어온 개방에 대해서는 “절대로 가까이 하지 말라”며 그런 자를 가까이 하면 나라에 변란이 생긴다고 말한다.

 춘추전국시대를 배경으로한 ‘열국지’ 안에는 현재에도 그 의미를 되새겨 볼 만한 이야기가 많다. 삶의 지혜를 줄 수 있는 이 책에 관해 제한된 지면상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는 없어 책 속의 이야기 하나를 소개하는 것으로 추천의 말을 대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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