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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와 보수에게 던지는 ‘포스트 노무현’의 화두닫힌 이념적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통찰’의 필요성 역설
  • 박혁 대학원 정치학과 강사
  • 승인 2009.08.24
  • 호수 1478
  • 댓글 0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영정 앞에서 밤새워 울던 이들의 눈물이 마르기도 전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하셨다. 노대통령의 영결식장에서 누구보다 서럽게 울던 그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은 너무도 충격적이고 슬픈 사건이었다. 채 그 놀라움과 슬픔이 가시기도 전에 “노무현 이후”라니, 책을 집어 들고는 얼마쯤은 뜨악했다. 그러나 책을 덮을 즈음에는 왜 저자가 서둘러 이 책을 써야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노무현 이후”라는 책의 제목은 ‘경계로서의 노무현’을 암시하고 있다. 과거가 되어버린 노무현의 가치와 한계 혹은 오류를 평가하여 대한민국의 미래를 조망해 보자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글에서 풍기는 강한 논조 만큼이나 서러움과 아쉬움이 배어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반칙과 특권이 더 이상 용납되지 않고 원칙과 상식이 승리하는 세상을 만들어 보겠다며 주먹을 불끈 쥐던 대통령 후보 노무현을. 원칙과 소신을 지키며 살아온 그의 대통령 당선 자체가 한국 정치문화의 변화였다. 대통령이 된 후로도 그는 지속적으로 정치문화의 변화를 한국 정치발전의 키워드로 삼았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저자는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사회 “하부구조들의 다면성과 복잡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와 한다. 일상의 삶들이 그 하부구조와 연동되어 있는 많은 사람들은 참여정부에 등을 돌리게 되었다고 진단하는 저자는 노무현도 잘 몰랐던 복잡한 대한민국이 지닌 수면 아래의 문제들을 다양한 통계 자료들을 통해 분석하는 데에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 아마도 그에게 노 대통령의 갑작스런 죽음이 아쉬운 까닭은 그렇게 많은 통계 자료들을 노대통령과 함께 꼼꼼히 살펴보려던 기회가 사라져버린 탓이리라.
이 책에서 저자는 노무현 대통령을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노무현은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을 완벽하게 찾고 제시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대한민국의 현실속에서 뼈저린 실패를 경험한 사람이었다. ... 하지만 그는 대한민국의 진보가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을 자각하고, 치열하게 새로운 길을 모색한 사람이었다.” 그 새로운 길의 모색은 도둑이 몽둥이로 주인을 때리는 적반하장격의 검찰수사 앞에서 좌절되고 말았다고 저자는 아쉬워한다.
이 책의 초반부는 지난 참여정부에 대한 객관적 평가의 틀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으로 채워진다. 저자는 평가의 틀을 제공하기 위해 먼저 참여정부가 처해 있던 사회적 정치적 조건들에 관해 자세하고 친절한 안내를 하고 있다. 시대의 어둠을 보아야 노무현의 가치, 그의 한계와 오류가 보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지금껏 진보와 보수라는 닫힌 이념적 패러다임 안에서 진행되었음을 지적하고 그러한 패러다임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을 올바로 평가할 수 없을뿐더러 그를 통해 드러난 우리 사회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도 없다고 본다. 저자는 진보와 보수가 자신의 이념으로 서로에게 삿대질 하지 말고 함께 한국사회를 좀 더 구체적이고 정확하게 보려는 노력으로부터 시작해서, 노무현 대통령을 통해 선명하게 드러난 한국사회의 문제들을 풀어가자고 제안하고 있다. 어쩌면 그것이 그가 이 글을 쓰게 된 중요한 이유 중 하나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길을 찾는데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천의 얼굴을 가진 한국사회에 대한 바른 통찰입니다. 현재 펼쳐져 있는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은 상당부분 정치계와 지식사회의 한국 사회에 대한 피상적이고 분절적인 이해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새로운 진보의 길을 찾으려는 노력 안에서 저자가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은 “경쟁기회와 조건의 평등을 의미하는 공정함과, 경쟁 결과의 합리적 불평등을 의미하는 공평함”의 구분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 구분을 통해 저자가 무엇을 비판하고 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 그와 함께 한국 사회를 노동과 자본의 대립 구도로 파악하고, 노동의 힘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는 진보진영의 프레임인 ‘신자유주의’, ‘양극화’ 모델의 허점을 지적한다.

   
 


막스 베버(Max Weber)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라는 작은 논문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세상이 자기가 제시하고자 하는 것에 비해서 너무나 어리석고 야비하게 보일 때에도 결코 좌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하는 사람, 그만이 정치에의 소명을 지닌 사람입니다” 그런 정치적 소명을 지니기 위해서는 바보가 되어야만 하는 시대를 노무현은 기꺼이 감내했다.
떠나간 바보를 위해 남은 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이란 기억뿐이다. 죽음에 대한 의식(儀式)을 통해서가 아니라, 그 기억의 가치와 내용을 시민들이 함께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성찰함으로써 기억은 새로운 시작의 실마리가 된다.
이 책 “노무현 이후”는 그렇게 기억과 미래를 함께 담고 있다. 그래서 노무현 이후, 새로운 시작을 위한 플랫폼을 함께 찾아가려는 사람들이라면 귀 기울여 들어볼만한 이야기들이다.
 

박혁 대학원 정치학과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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