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카메라폰 광고 ‘몰카’조장 … 사생활 침해 문제 심각

“난 열지 않고 찍는다”
한창 방영중인 모 휴대폰 회사 카메라폰 광고의 메인 카피다. 광고 내용은 주인공인 남자 배우가 공항 라운지에서 춤을 추는 척하며 주변 여성을 몰래 촬영한다는 것. 버젓이 전파를 타고 있는 이 광고는 흔히 ‘폰카’라 불리는 휴대폰 내장 디지털 카메라의 ‘몰래카메라(이하 몰카)’ 성능을 내세웠다.

비단 이 회사 뿐 아니라 여타 카메라폰 광고 역시 몰카 성능을 부각시키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유용민 간사는 “마음에 드는 이성을 찍을 수 있다는 주제 뒤에 가려진 초상권 침해, 사생활 노출 등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국내 카메라폰 시장은 등장 1년 만에 전체 휴대폰 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그 규모가 커졌다. 활용도 측면 또한 여러 가지로 늘고 있다. 폰카 사진을 상대방에게 전송하는 기본 기능부터 이메일을 통한 PC 전송, 스티커 사진으로 제작, 나아가 일반 카메라로 찍은 사진처럼 직접 인화도 가능하게 됐다.

물론 현재는 최신형이 30만 화소급 수준이지만 올해 말 100만 화소급 이상의 카메라폰이 출시될 예정이라, 사진의 질적인 문제도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1인 미디어인 블로그 사이트에 폰카 사진을 올리는 것이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면서 모바일과 블로그를 합성한 ‘모블로그’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이와 함께 폰카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들도 그 수를 점차 늘리는 추세다. 또한 폰카는 뺑소니, 주차위반 등 범죄사고 등을 예방하는 감시 도구로 사회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폰카 열풍 뒤에는 간과할 수 없는 부작용이 있다. 바로 몰카 사용 문제가 그것. 실제로 지하철, 공원, 목욕탕 등 공공장소에서 찍은 일반인들의 몰카 사진들이 인터넷 성인사이트에서 무수히 거래되고 있으며 이를 고소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개인 뿐 아니라 기업들도 폰카로 인한 재산권 침해 문제로 비상이 걸렸다. 폰카를 이용한 기업스파이가 등장하자 한 전자회사는 사내 카메라폰 반입 금지령을 내리기도 했다.
한편, 캠퍼스 내에도 폰카족이 늘면서 그 사용이 문제시되고 있다. 몰카는 물론 칠판에 적은 필기를 따로 하지 않고 폰카로 찍는 사례 등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에서도 폰카의 무분별한 사용과 관련해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수영장, 스포츠 센터 등에서의 몰카 사용 문제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오스트리아, 일본의 경우 법적으로 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우리나라도 내년부터 제작하는 카메라폰의 경우 촬영 시 소리나 불빛이 나오도록 하는 장치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제재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침도 제작비 증가로 인해 세계에서 우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현 카메라폰 수출 사업에 차질을 빚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제대로 시행될 지 의문이다.
또한 카메라폰 줌 기능의 급속한 발달 역시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요인이다. 이와 관련해 정보통신부의 한 관계자는 “이용자들의 디지털 윤리의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법제 마련도 별 효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가장 근본적인 것은 이용자들의 의식을 바로잡는 일이다. 하지만 비윤리적인 행동을 조장하는 환경과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는 디지털 기술 앞에서 인간의 도덕성만을 탓하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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