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사회는 한국어 인재를 필요로 한다

현재 국회에서는 국어 능력 향상을 기본 원칙으로 하는 ‘국어기본법’을 심의중이다. 법안 내용을 살펴보면 한국어 교육교사능력 검증시험과 한국어능력시험을 개설해 취업시 점수 인증서를 제출해야 하는 제도이다. 또한 각 시, 도의 몇몇 대학에 국어 상담소를 설치해 학생들이 국어 문법이나 어휘를 상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문화관광부 국어정책과 이승재 씨는 “앞으로는 토익점수 이상으로 국어능력 점수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대학에서 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들의 취업전선에서도 국어능력 검증이 필수 관문으로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점차 인재 선발의 기준으로 국어 능력을 평가하는 기관이 늘고 있다. 한국방송공사(KBS)는 2005년도 예비사원 공채에서 최초로 ‘국어 능력시험’을 도입 했다. 이번 시험은 응시자의 듣기, 말하기, 쓰기 등 전반적인 국어 능력을 평가하기 위한 것으로 지원자의 당락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방송국도 한국어 능력 관련 시험을 준비 중이며 올해 외무고시를 시작으로 내년부터는 행정고시, 기술고시에도 우리말 구사 능력과 추리력 등 다양한 국어 능력을 평가할 계획이다.


대학생 국어실력 저하 심각

이처럼 국어 능력이 강조되고 있지만 대학생들의 국어 실력은 현저히 저하되고 있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해 사회학과 양영진 교수는 “학생들이 제출하는 보고서를 살펴보면 문법이나 어휘가 틀리는 것은 기본이고 전체 글의 논리 구조조차 파악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며 “고등학교에서 수능 위주의 공부를 하다보니 사고력이 떨어지고 이는 언어 능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요즘 학생들이 초, 중, 고등학교 동안 논리적으로 사고할 기회가 옛날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즘 대학생들은 인터넷을 통해 무분별하게 한국어를 오용하고 있으며 고등학교 때까지 암기 위주의 수업 방식으로 토론, 발표수업, 논술 등 제대로 된 한국어 학습 기회 역시 부족한 실정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학에서 역시 학생들의 국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육이 제대로 마련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학교의 경우 교양 필수로 ‘국어작문의 이론과 실제’ 강좌가 개설돼 있지만 이 역시도 학생들의 국어 실력을 향상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와 관련해 국어교육과 김혜숙 교수는 “국어작문 시간에는 어휘나 문법, 구조 등을 가르치기보다 작품을 읽고 이를 평가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우리학교도 다른 대학처럼 국어 교양필수 강좌를 늘리고 현재 국어교육과에 개설 중인 ‘표준어와 정서법’ 같은 강좌를  필수적으로 수강하도록 하는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고 말했다.


타대학 국어교육 강화 추세

실제로 서울대는 현재 국어교양필수 과목을 60여개 개설했으며 연세대도 2001년부터 국어교양필수 과목과 별도로 글쓰기 수업을 개설해 졸업 전까지 이수하도록 했다.
이러한 강좌 증설뿐만 아니라 서울대는 지난해부터 학내 글쓰기 교실을 운영하며 보고서 작성법 상담, 논문 쓰기 워크샵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대 글쓰기 교실 김준성 연구원은 “학생들의 말하기, 글쓰기 실력의 저하가 심각한 수준임을 인식하고 연구원들이 1년간 국어교육 관련 제도를 준비해 시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연세대도 국문학과 교수들이 모여 글쓰기 운영위원회를 구성해 학생들의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새로운 커리큘럼을 연구 중에 있다.
홍기삼 총장은 취임 후 학생들의 교육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이에 대한 노력의 하나로 현재 교육기획단은 2005학년도 교양교육과정 개편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모든 전공실력과 외국어 실력에는 국어실력이 토대가 됨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학교 측은 학생들의 국어능력 저하를 직시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이번 개편에서 국어 관련 과목 증설에도 눈을 돌릴 필요가 있다. 나아가 학생들의 말하기와 글쓰기 능력을 향상시키고 관리할 수 있는 독자적인 기구 운영을 위한 제도 마련 역시 시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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