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덕경

■ 도덕경
현대사회 병통 치유
편협한 사고 탈피도움

동서를 막론하고 고전은 인간정신을 고양시키고 함양하는 토대가 되어왔다. 서양은 매우 오래된 철학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 그 뿌리는 희랍 철학에 있다. 이 때문에 화이트 헤드는 “서양철학의 보고(寶庫)는 플라톤이고, 그 이후의 철학은 이것에 대한 주석이다”라고 말했다.

동양 또한 서양의 경우와 비슷한데, 이른바 유(儒)·불(佛)·도(道)가 동양 사상, 특히 동아시아 정신의 바탕이 되어왔다. 유교를 대표하는 경전은 육경(시경, 서경, 예기, 악기, 춘추, 주역)과 사서(논어, 맹자, 중용, 대학)이고, 도교를 대표하는 경전은 노자의 ‘도덕경’과 장자의 ‘남화경’이다. 한편 불교를 대표하는 경전은 아함, 방등, 반야, 법화, 화엄 계통의 경전과 선종의 어록들이 있다.

이러한 많은 경전 가운데에서 어느 하나만을 선택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학생들이 좀 더 노력을 들여서 앞에서 언급한 경전들에 대한 해설서라도 충분히 읽어, 그 대략적인 의미라도 파악했으면 하는 것이 나의 바람이다. 그러나 이것이 불가능하다면 ‘도덕경’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어줬으면 한다.

내가 이 책을 추천하는 것은 단지 요즈음 노자 사상이 한국 사회에서 많이 논의되고, 본인의 전공이기 때문은 아니다. 노자의 사상이 현대 사회의 병통을 치유하고, 젊은이들의 편협한 생각을 부수어, 열린 마음을 되찾게 하는 데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현대는 모든 방면에서 서양의 정신이 지배하고 있는 시대이다. 이는 종교, 철학, 과학의 세 방면으로 압축시켜 살펴볼 수 있다. 이 세 측면은 상호 유기적인 관계가 있으므로 어느 하나를 떼어서 생각하기 어렵다. 서양의 종교, 철학, 과학이 지닌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서양 사상의 토대가 되는 것은 존재자들 사이의 질적인 차별을 전제로 한 대립의 구조이다.

다시 말해 신과 인간 그리고 자연물들 사이의 간과할 수 없는 질적 차이와 등급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관념의 토대 위에서 전제된 종교 또한, 아무리 평화를 표방하더라도 결국 대립과 투쟁을 벗어날 수 없다. 철학도 본체와 현상, 존재와 존재자, 이성과 감성, 마음과 물체의 대립을 해소할 수 없으며, 과학 역시 주관과 객관, 인간과 자연의 대립적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렇다면 노자는 우리들에게 무엇을 일깨워주려고 하는가? 노자는 이러한 관념의 대립 구조가 본래 외계(外界, 외부 세계)에 실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주관적 관념(이성의 형식)을 외부에 투사한 결과라고 설파한다.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도 마찬가지이다. 선한 실재와 악한 실재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요, 아름다움과 추함 역시 달리 분리시켜 볼 수 없다고 말한다. 혹자는 이러한 노자의 사상이 서양의 해체주의와 유사하다고 한다. 여기에서 해체란 이성의 형식에 의해 인위적으로 구성한 모든 가치 판단의 해체를 의미한다. 이렇게 보면 노자의 사상은 인간이 만든 문명의 병적인 측면과 역기능에 대한 비판과 부정적인 시각만을 함축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노자 사상의 안목에는 보다 큰 긍정이 전제되어 있다. 즉 순수자연을 완전히 자발적이고 자존적이며 자율적인 존재로 보아, 그 어떤 타율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참다운 생명(生命)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인간과 만물도 이 근원적 본성(자발적이고 자존적이며 자율적인 본성)을 분유(分有)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양에도 “비은폐성이 진리이다”라는 말이 있다. 태양이 구름에 가려져 있다고 해서 태양이 사라지진 않는다. 다만 구름만 걷히면 태양은 다시 빛날 것이다. 이처럼 학생 여러분들도 모두 노자로부터 본성의 밝은 빛을 깨달아, 다 함께 참된 자유를 증득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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