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선거 과정 규탄 …“종단개입 반대, 대학자치 보장”

 
지난 17일 오후 6시 50분경, 쌀쌀한 저녁바람에도 만해광장에는 전체 학생총회에 참석하려는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가득했다.
곧이어 2,031명이 총회에 참석했다는 발표가 났다. 이번 전체 학생총회는 무려 15년 만에 성사된 것이다. 대부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최광백(행정4) 총학생회장은 “총회가 정족수 1,788명을 훌쩍 넘겨 성사되었다”며 개최를 선언했다.
총학생회는 개최 선언 직후 채택 안건 세 가지를 발표했다. 첫 번째는 ‘종단의 개입을 반대하고 대학의 자치를 보장하라’는 내용이었다. 최 회장은 “작년 12월 우리학교 총장선거에 종단의 개입이 일어났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9개월 동안 종단의 개입과 비민주적인 상황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며 “총학생회 사업의 교비지원 삭감, 불교대학 이미지 강조, 불교 중심적 커리큘럼 개편 등으로 동국 발전이 퇴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해광장 물들인 1,799개의 ‘찬성’

“하나, 향후 종단의 개입 방지를 약속하라. 둘, 문화재 절도 혐의 인사인 일면 이사는 퇴진하라. 셋, 논문 표절자인 보광스님은 총장직에서 사퇴하라. 넷, 총장 후보자 추천위원회에 학생 구성원의 참여를 확대하고 총장선거 재실시하라. 다섯, 이사회 구조를 개편하라.”
최 회장의 뒤를 이어 김건중(정치외교4) 부총학생회장이 ‘종단 개입 반대, 대학 자치 보장’ 안건과 관련한 다섯 개의 세부적인 요구사항을 낭독했다. 학생들은 산만하고 혼란스러웠던 총회 시작과는 달리 김 부총학생회장의 말을 경청하며, 안건에 대해 차분히 생각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나, 둘, 셋! 표결을 시작합니다!” 최 회장의 선언과 동시에 노란색 ‘찬성’ 부표가 만해광장을 뒤덮었다. 학생들은 광장에 넘실거리는 노란 물결에 감탄하며 환호성을 질렀다.
이에 최 회장은 “26년 인생 사상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라며 학생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학생들은 환한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집계 결과, 전체 표결인원 1,800명 중 찬성 1,799명으로 첫 번째 안건은 학생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두 번째 안건은 ‘학생들의 권리 증진을 위한 일곱 가지 의제’를 제안하는 것이었다. 하위 안건들은 학생권리 혁신을 위한 장학제도 변화, 수강제도 개선,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학생권리ㆍ대학구조조정 안건도 다뤄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에 대한 안건에서 사회학과 이재민(사회3) 학생회장의 발언이 총회 참여 학생들의 많은 공감을 얻어냈다. 이재민 군은 “얼마 전, 대학 구조개혁평가에서 우리대학이 A등급을 받았다기에 ‘아, 올해는 사회학과가 살아남겠구나’라고 생각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많은 학생들이  이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 군은 “구조조정은 어느 한 학과만의 일이 아니다. 사회학과를 비롯한 다른 학과를 지킬 수 있도록 여기 계신 학우분들이 모두 힘을 모아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군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내는 학생들의 적극적 모습은 ‘학생총회는 모두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임을 현장의 뜨거운 열기로 느낄 수 있었다.

뜨거웠던 총학생회칙 개정 토론

마지막 안건인 총학생회칙 개정안 중 총회 정족수 기준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이 가장 분분했다.
박문수(철학2) 문과대 학생회장은 “최소  7분의 1 이상의 학생들이 참여해야 총학생회칙상 최고 의결기구로서의 위상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족수를 10분의 1로 줄이는 안건에 반대했다.
반면, 안드레(정치외교4)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은 “외국인 학생이 증가하고, 교환학생 제도가 점차 활성화되면서 명부에 등록된 학생 수와 실제로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의 수가 다르다?며?이런 상황을 고려했을 때 10분의 1로 변경된 총회 정족수는 실질적으로 학생들이 모일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진기훈(국어국문4) 군은 “학생총회 성사 정족수를 10분의 1로 변경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탄핵 정족수가 7분의 1로 유지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탄핵 정족수 또한 변경하자는 수정 안건을 발의했다.
학생회칙 개정에 대한 학생들의 추가의견은 끊이질 않아 안건은   수정에 수정을 거듭했다.
최 회장은 “총회 자격 기준수에 대한 논쟁이 끝나지 않을 것 같으니 시간 관계상 의장 직권으로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고형욱(북한3) 군은 “이렇게 많은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쉽지 않다”며 “아무리 시간이 오래 걸려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의를 받아들여 두,세명의 의견을 추가로 듣는 시간을 가졌다.
총회 시간은 지체되었지만, 학생들은 새로운 의견이 나올 때마다 힘찬 박수로 응원했다.
총학생투표를 통해 총회 개회 정족수는 회원의 10분의 1 이상 참여로 변경되었다. 세 번째 안건을 끝으로 상정된 모든 안건은 전체 참석자들의 찬반투표를 거쳐 모두 찬성으로 의결되었다.
2천여 명의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총회가 성사됐다는 것은 학생사회가 한 층 성숙해졌음을 의미한다.
이 날 펼쳐진 ‘노란 물결’은 참여한 이들을 비롯, 많은 이들에게 오래도록 잔잔한 여운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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