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만에 학생총회 성사 … 2010년대 들어 다시 부는 학생총회 열풍에 대학가 학생자치 회복 기대 커져

▲ 지난 17일 만해광장에는 2천여 명이 넘는 동국인들이 참석해 15년 만에 학생총회 성사를 이끌어냈다.
 
전체학생총회는 학생들의 최고 의결기구로 학생 자치활동의 상징과도 같다. 2010년대 들어 전국의 대학들이 학생총회를 시도하고 있으나 대부분 성사시키지 못했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17일 열린 학생총회 성사는 우리대학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자치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는 데 의의가 있다.

만해광장에 학부 재학생 2천 여 명이 결집하면서 학생총회가 성사됐다.

지난 17일 오후 7시 경부터 만해광장에서 진행된 학생총회에는 의결 정족수 1,788명(재학생 수 정원 1/7)을 넘는 2,031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총학생회는 지난 6월에도 전체 학생총회를 열고자 했으나 정족수 미달로 성사시키지 못한 바 있다. 이번 학생총회는 △종단의 제18대 총장선거개입 사태에 따른 진상조사 및 책임자 처벌 △문화재 절도 혐의를 받고 있는 일면 이사장 스님 퇴진 요구 △논문표절의혹을 받은 한태식(보광)총장 스님의 총장직 사퇴 외 △학생권리 혁신을 위한 장학제도 변화, 수강제도 개선, 일방적 구조조정 반대 △총학생회 개정안 등을 안건으로 상정해 다뤘다. 상정된 모든 안건은 전체 참석자들의 찬반투표로 진행돼 통과됐다.

학내 갈등, 학생총회로 이어져

학생총회는 올 6월 4일에도 열렸다. 그러나 당시 전체 의결 정족 수 1,788명을 만족하지 못해 무산되고 말았다. 이번 총회가 성사된 원인에는 총학생회(이하 총학)의 꾸준한 홍보 전략도 있겠지만, 깊어진 학내 구성원 간 갈등이 해결되지 않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지난 12월 총장 선출 과정에서 ‘종단이 총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논란이 일었고, 이 과정에서 한태식(보광) 총장에게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또한 몇몇 이사들의 범계행위들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는 지난 9개월 동안 조계사 앞에서 ‘종단 개입 반대, 대학 자치 보장’요구 시위, 고공농성, 150km 사찰순례, 2학기 등록거부 서명운동 등을 벌였다. 특히 지난달에는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 의원이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받으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김 의원은 올해 광복절을 전후로 “부친의 친일 행위를 미화했다”는 여론의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이렇듯 학내 갈등이 심화되고 학교의 대내외적인 이미지가 실추되면서 많은 학생들이 자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15년 만에 성사된 학생총회

총학생회 측은 17일 당일 “11년만의 학생총회가 열렸다”고 발표했으나, 2004년 열린 총회는 정족수 미달로 성사되지 못했다. 당시에는 등록금 동결 및 10대 학자요구안을 위한 학생총회를 실시했으나 재적인원 2,600여 명 중 900여 명이 참가해 정족 수 미달로 무산됐다.
가장 마지막에 성사된 학생총회는 2000년 4월 11일로, 당시 등록금 인상 문제 등의 안건이 다뤄졌다. 당시 학생총회에는 3천여 명의 학생들이 결집했으며 학생총회 개최 후 한 달 만에 총학생회는 학교 측과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 등록금 인상 반대 사태를 종결시켰다.
2012년 4월에는 전체 학생회의를 비상회의로 전환해 9대 핵심 요구안 및 단위·학과 별 요구안, 생활 요구안을 발표했으나 정족수보다 1천여 명이 부족해 안건에 대한 회의만을 진행했다. 당시 비상총회에서는 팔정도 나무에 김희옥 전 총장과의 소통을 원한다며 리본을 매다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학생총회 바람 거세

이처럼 성사되기 어려운 학생총회는 2010년대 급증했다. 고등교육기관인 대학이 신자유주의 논리와 결합하면서 급격히 기업화됐고, 이에 따라 등록금 인상, 학과 구조개편 등의 부작용들이 발생했다. 현재까지도 대학가에 불붙은 학생총회는 그 열기가 식히지 않은 채 활성화되고 있다.
지난 4월 건국대학교는 학사구조조정에 따른 학과 통· 폐합과 관련해 학생총회를 개최했다. 같은 달 성신여대에서도 △등록금 인하 △총장후보자추천위 부활을 안건으로 상정했으며 총회 개최요건을 충족해 성사시켰다. 지난 3일에는 강원대학교에서 대학구조개혁평가 D등급을 받은 것에 대해 학교 측의 미비한 대책과 늑장 대응을 비판하며 학생들이 총회를 열었다. 또한 상지대도 대학구조개혁평가 하위 등급 선정과 학사 운영 차질을 성토하는 총회를 개최했다.

학내 문제 해결 분수령 될까

이번 학생총회에서 가장 눈에 띈 점은 2천여 명의 학생들이 총회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켰다는 것이다.
특히 세 번째로 상정된 ‘총학생회칙 개정’ 안건을 두고 다수의 학생들이 의견을 개진하며 공방을 벌였다. 핵심이 된 내용은 ‘학생총회 정족수를 재학생의 7분의 1로 하느냐 10분의 1로 하느냐’였다.
안드레(정치외교4) 사회과학대 학생회장은 “타 대학의 경우에도 10분의 1로 정족수를 조절하는 상황이고, 과거와 달리 중국인 학생을 포함해 외국인 학생이 증가하는 추세에 총회가 만들어질 수 있는 적절한 수가 10분의 1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박문수(철학2) 문과대 학생회장은 “7분의 1 정도 모였을 때 최소 의결기구로서의 위상을 지킬 수 있다”며 열띤 공방전을 벌이기도 했다.
2시간이 넘게 진행된 총회 끝에 총회에 개진된 안건은 모두 정족수 이상의 귀결로 통과됐다.
이번에 학생총회를 통해 통과된 안건들에 대해 학교 당국이 어떠한 입장을 밝힐지, 학생총회가 현 학내 문제 해결에 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학내 구성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김상겸(법학과 교수) 학생처장은 이번 학생총회와 관련해 “첫 번째 안건(종단개입 반대ㆍ대학자치 보장)에 대해서는 현실적인 의제를 가지고 해결해 나갈 방침”이며, “학생 권리와 관련된 ‘학생권리 혁신 7개 요구안’에 대해서는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라고 학교 측의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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