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남짓한 시간, 날씨를 전하며 뉴스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기상캐스터. 이세라(국문 11졸) 동문은 이제 막 주목받기 시작한 KBS의 기상캐스터다. 학창시절 문학소녀였다던 그녀는 기상캐스터로서도 여전히 ‘글쓰기’를 하고 있다고 전한다.

 

“‘날요(날씨의 요정)’요? 제 체구가 작아서 장난처럼 붙여진 별명이에요. 마음에 드냐고요? 물론이죠(웃음)!”
‘날요’는 사실 최희 아나운서가 붙여준 별명이란다. 작은 체구에 큰 눈, 차분한 목소리를 듣고보면 ‘요정’이란 별명이 그리 어색하지 않다.
기상캐스터 5년차, 현재 녹화방송까지 합쳐 4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그녀의 이름 석 자를 포털 검색창에 입력하면 수많은 사진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아직 인기를 실감치 못한다고 전한다. “새벽 방송을 2년 넘게 하다 올해부터 오후 방송을 맡게 됐어요. 이제 친구들이 ‘너 요즘 TV 나오더라’하는 정도죠.”

글쓰기를 좋아하던 소녀
재학 시절, 그녀는 ‘그냥 혼자 조용히 책 읽기 좋아했던 학생’이었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고 글 쓰는 것을 좋아했어요. 예고 문예창작과를 다니면서 꼭 동국대 국문과에 오고 싶었고요.”
글쓰기를 단순히 ‘좋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이세라 동문은 두 차례나 동대문학상을 받은 경력이 있다. 2007년에는 시 부문으로, 2010년에는 소설 부문으로 수상했다. 막연하게 ‘작가’라는 명사로 자신의 미래를 단정 짓고 싶지 않았던 그녀는 우리 대학에 와서 ‘문학 연구’를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학교에 와서 너무나도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어요. 비평, 소설을 공부하는 게 너무 재밌었고요. 공부를 하면서 문학 연구를 하는 사람이 돼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학부 시절에는 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했지요.”
그런데 어떻게 기상캐스터가 됐을까. “4학년에 올라갈 때쯤 되니 일을 하고 싶더라고요. 혼자 공부를 하다 보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제 노동이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되기를 바랐어요. 세상에 나가고 싶었던 것 같아요.”
방송에 나오게 된 것은 우연이었다. 기상캐스터 공고를 보고 지원했고, 처음에는 기상청 인터넷 방송에서 출연했다. 그러다 종편방송들이 일제히 개국하면서 TV 방송국에서 일할 기회가 생겼고, 경력을 인정받아 현재 KBS에 자리를 잡게 됐다.
그렇다고 공부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현재는 이화여대 대학원 미술사학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
“방송은 에너지를 계속 뱉는 일이고 글을 쓰고 공부하는 것은 에너지를 쌓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 두 가지가 균형이 맞아야 된다고 생각해요. 방송 일이 힘들어도 대학원에 다니는 이유는 제 삶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죠.”

기상캐스터도 글을 쓴다
“기상캐스터가 직접 원고를 작성하는 거예요. 그날 방송에 들어가는 그래프도 직접 그려 그래픽 팀에 맡기고요. 그런데 많은 분들이 모르시더라고요.”
그녀는 이제 기상캐스터로서 글을 쓰고 있다. 문학 작품을 쓰는 것과 날씨 예보를 쓰는 것은 다르다. 팩트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제가 좋은 글의 요소라고 생각하는 것은 ‘남들과 다르게 말하는 것’이에요. 그런데 주제가 ‘날씨’이기에 쓸 수 있는 표현이 한정되어 있어 좋은 글을 쓰기 어렵죠.”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 다른 캐스터들과 차별적으로 전달하는 것을 ‘나름대로 주어진 과제’라고 설명한 그녀는 “그래도 역할이 커지면 책임감도 커지고 그에 따른 보람 또한 커진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그녀는 자신의 글쓰기가 작가 지망생들의 글쓰기와 비슷하다고 말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계속 써야 하잖아요. 그런데도 잘 늘지 않죠. 날씨도 매 시기마다 비슷하게 반복되기 때문에 조금만 연습하면 베태랑 캐스터가 될 수 있을 것 같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해보면 만만치 않아요. 아직도 너무 못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지만 그런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 한편으로 좋다고 한다. “문학 작품을 쓰는 것처럼, 계속 지루해질 수도 있는 과정에서 스스로를 극복하는 거예요. 그러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하는 거죠. 욕심이 많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한 자리에 머무르고 싶지 않아 계속 도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나만이 가진 것으로 승부를 걸었다
‘후배들을 위해 한마디 부탁드린다’고 하자 그녀는 잠시 망설였다. 경제난과 높은 취업문턱 속, 대학생들이 처한 상황은 악화되고 있는데 마냥 긍정적인 응원의 말을 하기에는 너무 미안하기 때문.
“다만 저는 제 장점이 뭔지 항상 생각했고 그것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저는 방송을 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키가 작은 편이에요. 그렇지만 키는 제가 바꿀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700 대 1이 넘는 경쟁률 속에서 나만이 다른 사람들과 차별화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생각했어요.”
그녀가 집중적으로 노력한 것은 ‘목소리’다. “기상캐스터는 밝은 이미지를 갖고 있잖아요. 저는 오히려 차분한 목소리를 연습했어요. 나중에 들어보니 제가 면접관들에게 돋보였던 이유가 목소리 때문이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녀는 이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막막하겠지만 내가 가진 게 뭔지, 특화시킬 수 있는 게 뭔지 고민해봤으면 한다”고 전했다.
인터뷰가 끝난 후, 이세라 동문은 “자기만의 삶의 방식이 뚜렷한 사람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맞다”고 대답하며 웃었다.
자신에 대한 확고한 믿음으로 자신만의 삶을 만들어 가는 것. 앞으로 그녀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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