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 넘치는 연기는 프로 뺨칠 듯 생생

▲ 연극‘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의 한 장면
이해랑 예술극장의 어두운 무대에 불이 들어온다. 종소리가 울려퍼진다. 묵직하고도 비극적인 베르나르다 장례 종소리다. 일견 장엄하게 들려오는 종소리 사이로 한 여인의 경박한 목소리가 끼어든다.

“저놈의 지겨운 종소리 때문에 골치가 아파 죽겠어!”

베르나르다가(家)의 식모 아가다의 목소리다. 뒤따라 들어온 유모 라폰치아가 집주인인 초로의 여인 베르나르다 알바의 험담을 늘어놓는다. 둘의 짧은 대화에 따르면 집주인 베르나르다 알바는 고압적이고 완강한 여인으로 보인다. 둘이 험담을 늘어놓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무대 너머에서 노망난 노파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베르나르다! 베르나르다! 날 좀 꺼내줘!”

베르나르다의 늙은 어머니 마리아의 고함소리다. 베르나르다는 늙고 노망난 어머니를 방에 가두어 둔 듯하다. 무대 뒤편에서, 베르나르다가 천천히 걸어 나온다. 그녀의 지팡이 소리가 무대 위에 울린다. 순식간에, 무대가 조용해진다.

지난 11월 20일부터 23일까지 진행된 연극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은 우리대학 연극학부의 2014 2학기 제작실기 공연의 첫 막을 장식한 공연이다. 베르나르다는 남편의 장례를 이유로 딸들에게 질식할것만 같은 감금생활을 강요한다. 폐쇄된 집안에서, 베르나르다의 다섯 딸들은 빼빼라는 한 남자를 두고 치정싸움을 벌이며 서로에 대한 질투와 증오를 키운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긴장이 무대를 가득 채우고 있지만, 베르나르다는 자기과신에 빠져 딸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착각을 한다.

“내가 감시하고 있는한! 이 집에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베르나르다는 완고하다. 그렇게, 극은 비극을 향해 달려나간다. 베르나르다 알바 역을 맡은 노수아(연극학부 3)양의 완고하고 억압적인 연기 속에서 다섯 딸 앙구스티아스(박소은/연극학부 3), 막달레나(구진성/연극학부 3), 아멜리아(이진수/ 연극학부 3), 마르띠리오(임지수/ 연극학부 3)이 보여주는 긴장감은 중독적이다. 1시간 30분가량 되는 런타임 내내, 연극학부의 연기자들은 관람객의 심장을 붙들고 놔주지 않는다. 결국 폐쇄되고 억압된 본능은 극단으로 치닫고, 비극이 시작된다. 순식간에, 한 집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치정이야기가 연극학부 연기자들을 통해 관객에게 다가간다.

이번 제작실기 공연 다섯 편의 관람료는 전액 무료다. 하지만 상연 2시간전부터 이해랑 극장 매표소에서 표를 배부하므로 서두르는 것이 좋다. 앞서 공연된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어느 계단의 이야기’는 연극학부 연기자들의 뛰어난 흡입력을 보여주며 마무리 되었지만, 아직 12월 3일부터 6일까지 진행되는 3학년 공연 뮤지컬 ‘FAME’, 12월 10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되는 4학년 공연 뮤지컬 ‘드림걸스’, 12월 17일부터 20일까지 진행되는 4학년 공연 연극 ‘바냐아저씨’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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