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국가’속의 ‘비 민주적 경제’

▲ 주식회사 이데올로기 / 지은이 Marjorie Kelly / 펴낸곳 북돋움 / 15,000원 / 344쪽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프랑스 혁명, 미국의 독립 혁명의 결과 왕권을 타파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 자유, 평등 등의 가치를 확대해나가는 과정을 근ㆍ현대의 특징이라 할 때, 현대의 기업에는 그러한 헌법적 권 리가 사실상 유보되고 있다는 측면을 자세히 서술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정규직원 되기 위한 특별한 노력을 하 지 않아도 문제가 없었던 시대의 사람으로서, 최 근 우리 대학생들의 현실에 가슴이 아픕니다.

이렇게 된 원인이 무얼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결국 인간을 비용으로 보는 이 시대의 흐름이 (경 제 환경이 변하고 세계적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너무나 이기적인 환경으로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 까요?

베블렌 효과라고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 경제학자는 상위 1% 인간들은 타인과 구별되기 위하여 심각한 과소비를 한다고 합니다.

호모 이코노미쿠스와는 거리가 있는 것이지 요. 피도 눈물도 없이 경제적 이득만을 따지는 이 기적인 인간보다는 그래도 함께 사는 세상이라 는 관점에서 이야기를 해주는 우석훈, 장하준, 정 태인,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로버트 라이시, 폴 크루그먼, 다니엘 코헨 등이 동시대 사람이라 는 것에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추천드리는 ‘주식회사 이데올로기(The Divine Right of Capital)’는 역사/법률/경제의 관점에서 기업의 무자비한 탐욕의 근원을 적나라 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책을 읽는다고 해서 세상은 변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인간으로 서 존엄을 유지하기 위한 사고는 끊임없이 이루어 져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감히 추천을 드립니다.

한국어판 서문 중

- 우리는 이제껏 경제를 조직해오던 방식의 한 계에 다다르고 있다. 여기서 ‘우리’란 한국과 미 국 모두를 의미한다.

두 나라가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다를지 몰라 도 (한 나라는 월스트리트가 장악하고 있고, 다 른 나라는 총수 일가가 이끄는 재벌이 장악하고 있다.) 근원에 있는 문제는 똑같다. 다수가 아닌 소수에 의해, 소수를 위해 돌아가는 경제라는 문 제다. 민주주의 국가에 비민주적인 경제가 얹혀 있는 형국이다.

▶ 만약, 지금 우리가 조선시대에 살고 있는 농민이 라면 양반의 특권(예: 군역면제, 부역면제, 형벌면제 등)을 당연하게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저항했을 것인가?

▶ 유럽 중세의 농민이라면 봉건 영주의 권리(재판 권, 징세권)를 어떻게 바라보았을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기 때문에 물과 공기와 같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생각하지만 천천 히 생각해보면 무언가 불합리하다고 느끼는 경우 가 종종 있을 것입니다.

위 물음에서 보듯이 당시에 보편적으로 받아 들여지는 신념, 제도 등을 현재의 관점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먼 과거가 아닌 1900년대를 보더라도, 여성의 투표 금지는 현재는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실 제로 미국에서는 1920년에 들어서야 수정헌법 제 19조에 따라 여성의 투표권이 보장되었습니다.

「주식회사 이데올로기」는 바로 지금 바로 지 금 현대 주식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직원 들의 해고, 임금삭감, 이해할 수 없는 배당)이 얼 마나 비합리적인지 역사/법률/정치를 넘나들며 설득력 있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즉, 봉건귀족이 봉토(농노 포함)를 지배하였듯 이, 현대는 경제귀족이 주식회사(고용인 포함)를 지배하고 있는 현실을 직시하게 만듭니다.

저자가 이야기 하고 싶은 내용은 사실 도서 의 원제목인 「The Divine Right of Capital」의 ‘Divine’에 함축되어 있습니다. 즉 ‘신이 주신’, ‘하늘이 내린’ 수준의 권리를 보호받고 있는 기 업이 왕권신수설에 따른 왕의 권리 보호와 커다 란 차이점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사에 거대 기업 등기이사의 연봉이 공 개되어 일반인들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수십억, 수백억씩 연봉을 받고 있는 사람이 과연 그럴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직원의 생산성 증가에 비하여 주주가 가져가는 자본이득의 증가가 훨씬 가파른 현상은 주식회사 가 사람으로 이뤄진 공동체가 아니라 일종의 재 산이라는 생각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이러한 개념은 기사와 농노는 영주에 속한다는 구시대의 신념과 차이가 없습니다.

조금 더 세부적으로 몇 가지 예를 들자면 1) 주 식 소유주는 부의 창출에 사실상 역할이 없음에 도 불구하고 그 부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 이것은 과거 귀족들의 특권과 마찬가지다.

2) 주식회사의 의결권이 주주에게만 있다는 것 은 재산을 가진 귀족만이 투표권을 가지는 귀족 주의적 통지구조와 동일하다.

3) 주식회사는 과거 왕권으로부터 일정수준의 자치권을 보장받았듯이 사실상 독립적인 주권을 주장하며 행사하고 있다.(현재 대기업의 회장의 권한을 판단해 보세요)

또한 저자는 프랑스 혁명, 미국의 독립 혁명의 결과 왕권을 타파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 자유, 평등 등의 가치를 확대해나가는 과정을 근ㆍ현대 의 특징이라 할 때, 현대의 기업에는 그러한 헌법 적 권리가 사실상 유보되고 있다는 측면을 자세 히 서술하고 있습니다.

국가별 상위 1%의 소득추이 등의 수많은 자료 에서 실증하고 있듯이 소수만이 부자가 되는 방 향 보다는 모두가 지속 가능한 번영을 누릴 수 있 는 새로운 경제 이상이 필요하며, 이는 귀족주의 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원칙을 경제 구조에 심어 넣는 것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왕의 문 앞에서 멈추지 않은 민주주의, 현재 금 융귀족의 문 앞에서도 전진하고 있는 특권을 인 정하지 않는 민주주의의 시대정신에 공감을 하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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