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부드러운 씨앗을 만드리라

 

눈보라를 털어 버리듯
朔風(삭풍)을 잠 재우는
구레나룻의 아시아,
이끼낀 故鄕(고향)으로
티켓은 다시 돌아오고
꿈길을 달음박질 하는
통나무 그늘 속의 썰매
늦저녁 추위속을 흐르던
밤바람의 두엄냄새여
倦困(권곤)에 말려가는
우리의 하이얀 손끝은
軍靴(군화)밑에 숨어 있고
보이지 않는 아시아,
잔 주름의 벌판을
未聞(미문)의 알몸을 헤치는
침침한 苦惱(고뇌)는 잠드리라
霧雲(무운)을 향하여 달리는
희미한 램프불 아래
버림받은 虛虛(허허)한 문밖에서
電信柱(전신주)는 바르르 떨고
고깃배에 묻힌 입김을
우리는 호호 나뉘며
시베리아를 건너오는
부드러운 씨앗을 만나네.
솔밭위를 밟고오는
겁먹은 待合室(대합실)의 눈보라,
奈落(나락)으로 떨어지던
우리의 덧업는 屈曲(굴곡)
새파란 칼날을 쥐고
살얼음짱 깨어지는
은밀한 新房(신방)의 설레임을
빗질하는 아시의 溫氣(온기)
소스라쳐 나래를 달고
壁煖爐(벽난로)에 닥아 서서
우리의 우울은 잠드리라
허전히 사라진 時間(시간)은
새벽에 등성이를 넘고
기러기는 永原(영원)으로
永原(영원)으로 넘어가고
아시아는 댓닢자리로
댓닢자리로 떨어지고,
노를 저는 寢床(침상)에서
우리는 잆맛을 잃었네
빛뿔는 나날의 四溫日(사온일)
보금자리를 뒤척이는
쓸어논 뜰위의 어둠을.
채찍질에 비틀거리는
불씨 없는 숲속길
天國(천국)을 박차는 魂靈(혼령)이여,
地層(지층)의 쟁기날에 눈뜨는
구레나룻의 아시아,
목노에서 毒杯(독배)를 마시고
늙은이의 이마에 뒤채던
無能(무능)한 잎사귀
한밤내 봄볕을 꿈꾸며
우리는 옷자락에 매달린
커다란 아시아의 全身(전신)에
눈보라를 털어 버리듯
겨울 정거장을 등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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